221109 文 키우던 풍산개 3마리 반납… “사실상 파양 맞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재임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선물 받아 키우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한다고 밝힌 데 대해 행정안전부 차관은 사실상 파양이 맞다고 말했다.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창섭 행안부 차관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거 사실상 파양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창섭 차관은 “예 그렇게 보여진다”라고 답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곰이와 송강을 선물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 두 마리에 곰이가 낳은 새끼 ‘다운이’까지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 키웠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이들 풍산개 세 마리를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반환 결정을 한 배경에는 월 250만원에 이르는 ‘양육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풍산개 관리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위탁해 온 것인데 정부가 6개월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재인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현 정부가 예산 지원에 반대한다면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반환 통보를 했다는 얘기다.
조수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개와 고양이 사료 값을 사비로 쓴다고 발표해 굉장히 화제가 됐다”며 “그런데 퇴임 후에는 월 250만원씩의 국가 예산을 지원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파양하겠다고 하는데 앞뒤가 좀 안 맞는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창섭 차관은 “풍산개 사육 관련해 아마 대통령 기록관실에서 전직 대통령 비서관실과 계속 소통해왔고, 대통령 기록관실 내에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검토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월 250만원의 세부 내역과 관련해선 “인건비와 사료비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사료를 먹이는 비용, (털을) 다듬어주는 역할 등에 월 2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단 거냐’는 조수진 의원의 질문에 한창섭 차관은 “같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행안부 차관의 정확하지 않은 발언이 국회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며 “월 250만원에 무슨 인건비가 포함돼 있느냐”고 반박했다.
조수진 의원은 “풍산개 3마리도 맡지 못하겠다는 분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진다고 했던 것”이라며 “재임 당시와 퇴임 이후 말이 다르기 때문에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법상 국가 원수 자격으로 받은 풍산개는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기록관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반려동물의 특성을 감안해 지난 5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는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 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 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면서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할 경우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를 맡아 키우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대통령실이 반대해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일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참사 당시, 설렁탕집의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23분 행적
늑장·부실 지휘 등으로 피의자 입건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대한 긴급 보고를 받던 시점에 설렁탕집에서 용산서 정보과장과 함께 저녁식사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과장은 참사 직후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가능성을 예측한 용산서 정보관들의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11월 7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 용산구의 한 설렁탕집 및 인근 가게 시시티브이(CCTV) 녹화영상엔 지난달 10월 29일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밤 9시 24분부터 이임재 전 서장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시간인 밤 9시 47분까지 상황이 담겼다.
당시 이임재 전 서장은 용산서 정보과장과 경비과장 및 용산서 직원, 이임재 전 서장의 관용차 기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임재 전 서장은 밤 9시 24분 설렁탕집으로 들어왔다. 이들 식사는 밤 9시 44분 마무리된다. 이임재 전 서장은 식사를 하던 도중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식사 중이나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다급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용산서 형사과장이 밤 9시 33분께 형사기동차량을 참사 현장으로 급파하고, 용산서 112 상황실장이 이태원 역장에게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시간은 밤 9시 38분이다.
밤 9시 45분 이임재 전 서장의 관용차 운전 기사가 먼저 식당을 나와 골목에 주차됐던 차를 빼 식당 앞으로 댔다. 이임재 전 서장은 1분 뒤인 밤 9시 47분 웃옷을 벗은 채 맨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왔다. 식당 직원은 “(이임재 전 서장 등이) 따로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식사를 시킨 뒤 평범하게 먹고 나갔다”고 말했다. ‘식사 중 무전을 받기도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이임재 전 서장은 참사 당일 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관리를 마친 뒤, 함께 업무를 본 정보·경비 과장과 늦은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임재 전 서장과 함께 식사를 한 용산서 정보과장과 경비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감찰과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식사 도중 상황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덜덜 떨던 손 눈에 선한데”… 용산소방서장 입건에 공분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많은 누리꾼은 최성범 서장이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며 덜덜 떨던 모습을 떠올리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특수본은 11월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직권남용,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 서장이 현장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펼쳐야 하지만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더 먼저 도착하는 등 현장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향신문을 통해 공개한 용산소방서의 ‘2022 핼러윈데이 소방안전대책’ 문건에 따르면 용산소방서는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현장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태원119안전센터에 구급차 및 승차대원 등 소방력을 대기하도록 했다. 여기엔 ‘재난 상황 발생에 따라 이태원 팀장이 상황 판단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태원 119안전센터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지로부터 약 2㎞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직후 현장에 처음 도착한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소속 종로119안전센터의 구급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구급차보다 31분 늦은 오후 11시13분에서야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당일 이태원119안전센터에 있었던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10시 7분 센터를 떠나 참사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태원)구급차 및 승차대원 인력 배치’ 지침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용산소방서 측은 해당 문건이 화재사고 대비 1순위로 만들어진 것이며 장비가 부족해 관내 다른 사건에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순간 현실적으로 대기만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용산소방서 측은 먼저 접수된 신고를 처리한 뒤 참사 현장에 투입돼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소방서장’이라는 키워드가 오르내렸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관련 소식이 빠르게 퍼지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은 참사 당시 브리핑을 하던 최성범 용산소방 서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놀다 늦은 것도 아니고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다 늦은 건데 과실치사라니 황당하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최 서장에게 뒤집어씌우기 하는 거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최성범 용산소방 서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0월 29일 밤부터 다음날까지 아침까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며 피해 상황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네 차례 진행했다. 당시 최성범 용산소방 서장의 목소리는 비교적 침착했지만 마이크를 쥔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온라인 곳곳에는 ‘브리핑을 하면서 손 덜덜 떠는 용산소방서장’이라는 제목의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퍼졌다.
이 움짤을 처음 공유한 누리꾼은 “평생 구조하며 사신 분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를 본 많은 누리꾼은 “최일선에서 묵묵히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목소리는 되게 시원시원한데 손 떠는 걸 보니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지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당시 최성범 용산소방 서장은 사망자가 늘어나자 “지금은 구호가 우선”이라며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시민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제지해 베테랑 다운 면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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