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요엘 예언서의 말씀 2,22-24.26ㄱㄴㄷ
22 들짐승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광야의 풀밭이 푸르고 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도 풍성한 결실을 내리라.
23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24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26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제2독서
▥ 요한 묵시록의 말씀 14,13-16
나 요한은
13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하고 하늘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14 내가 또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앉아 계셨는데, 머리에는 금관을 쓰고 손에는 날카로운 낫을 들고 계셨습니다.
15 또 다른 천사가 성전에서 나와,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16 그러자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땅 위로 낫을 휘두르시어 땅의 곡식을 수확하셨습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2,15-21
그때에 예수님께서
15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하느님께 소유당한 사람’은 하느님을 소유하게 됩니다>
휘영청 밝고 아름다운, 축복 가득찬 한가위 되셰요.
오늘 말씀전례는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찬양과 감사로 가득합니다.
입당송에서는 “온갖 열매 땅에서 거두었으니,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라고 노래합니다.
본기도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섭리하시는 하느님, 해와 비와 바람을 다스리시어 저희에게 수확의 기쁨을 주시니 저희가 언제나 하느님께 오롯한 감사를 드리고, ~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또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요엘 2,26)고 노래하고, 제2독서에서는 때가 될 때, 구름 위에 앉아계시는 분이 땅 위의 곡식을 수확하시는 환시를 들려주며, 복음 환호송에서는 “뿌릴 씨 울며 들고 가던 사람들 곡식 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복음에서는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는 것, 곧 생명이 재물에 달려 있거나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달려 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사실 인류 역사는 베풂의 역사로 시작되었습니다.
곧 하느님의 창조와 축복과 선사로 시작된 역사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이 베풀어졌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외아드님을 건네주심으로 구원을 베풀어졌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은총에 은총을 덧입은 이들입니다.
또한 지금도 우리가 만난 모든 것들 안에서 저희와 동행하시며 승리로 이끄시는 당신의 사랑을 베푸십니다.
사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러한 은혜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를 깨닫지 못하는 부자에게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루카 12,20)
비유 안의 이 '어리석은 자'(αφρων: 정신없는 자, 무분별한 자)인 부자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마치 자기 손에 있는 것인 양 '여러 해'를 계획하지만, '오늘 밤'이라도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것을 통해, ‘탐욕과 집착’이 얼마나 허망하고 헛된 것인지를 일깨워줍니다.
이는 ‘재물’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재물에 대한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말해줍니다.
곧 그 모든 것을 주신 주님께 대한 감사와 의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재물에 집착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자신만의 것인 양 여기고, 이웃들에게는 무관심하고, 마치 자신이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인 양 착각하고 오만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 곧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루카 12,21)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것은 자기 자신이 하느님의 재물임을 깨닫고 되고 ‘하느님께 소유당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하늘의 곳간에 재물을 쌓는 사람'(루카 12,33)입니다.
묘하게도 ‘하느님께 소유당한 사람’은 하느님을 소유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유당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게 되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게 되어 ‘전부’를 가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성모 마리아께서 주님의 소유가 되면서 주님을 소유하게 되었듯이 말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을 가지게 되면 ‘전부’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그 누구에게도 소유당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그 누구의 전부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가지면 전부를 가진 것입니다.”
(안토니오 더블유)
그러니 자신의 ‘재물’보다 ‘자신의 영혼’을 관리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의 재물을 보기에 앞서, ‘나는 누구의 재물인가?’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누구의 소유이고,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기꺼이 소유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꽉 찬 보름달처럼 주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꽉 차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안에 놀라우신 일을 하신 주님을 찬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루카 12,15)
주님!
탐욕의 온상지인 제 자신을 경계하게 하소서.
제 곳간이 아니라 당신 곳간에 희망을 두게 하소서!
제 곳간이 비워지고 당신 곳간이 채워지게 하소서.
제 뜻이 비워지고 당신 뜻의 거룩함을 이루소서.
주님, 당신 안에서 자족하는 법을 배우게 하시고,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이영근신부님
첫댓글
평범한 일상 생활에서도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고
밝게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추석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