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는 첫 BMW의 전기차 모델이다. 출시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신선하다. BMW 로고와 막혀 있는 웃지 못할 무늬만 '키드니 그릴'을 빼면 BMW 차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툭 튀어나온 전면 범퍼와 전장에 비해 높은 전고, 밋밋한 후면 디자인이 스포티한 이미지의 BMW와 부조화를 이룬다. 정말 BMW가 얼마나 전기차 시대를 두려워(?), 아니 싫어할지 이해되는 수준이다.
i3는 지난해 단종설에 휘말렸다. 인기가 높은 세단과 SUV의 전동화에 집중하겠다는 BMW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 피터 노타의 발표가 원인이었다. 지난 1월 ‘CES 2020’에서 i3 어반 스위트가 공개됐다. BMW가 i3 후속 모델의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i3의 단종은 현재까지 확실하게 결정된 바 없다.
i3는 순수 전기차 모델이다. 기존 BMW와 달리 ‘짜리몽땅’하다. 앞으로 삐쭉 내민 전면 범퍼는 자그마한 구멍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좌우로 쭉 뻗은 그래픽을 심어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BMW 얼굴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도 역시 막혀있다. 얇은 주간주행등이 LED 헤드램프 아래를 감싼다.
측면은 엔진이 없는 순수 전기차 모델답게 프론트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다. 차체에 비해 큰 19인치 휠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더한다. i3의 가장 큰 특징은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4도어 세단과 달리 앞뒤 도어가 각각 반대방향으로 열린다. B필러가 없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이다. ‘수어사이드 도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역시나 불편하다.
i3 디자인이 혹평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후면부다. 껑충한 키와 평면적인 테일램프, 그리고 좁아 보이는 그래픽 등이 BMW답지 않다. 이처럼 눈에 잘 익지 않는 디자인이라 그럴까. 출시 7년이 된 모델임에도 여전히 미래지향적 느낌이 강하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또 다른 미래가 엿보인다. 2-스포크 스티어링휠 뒤론 작은 디스플레이 계기반이 있다. 최신차에 사용되는 10인치 이상 크기의 와이드 계기반과는 거리가 멀다. 작지만 알차다. 주행가능거리, 속도 등 주행 관련 정보를 모두 표시해준다. 다만 크기가 작아 시인성이 다소 떨어진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조작은 하단에 위치한 i-Drive를 이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쉽게 익숙해진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을 제외하면 사용하기 어렵지 않다.
i3는 실내 곳곳에 원목 트림을 사용하고 천으로 감쌌다. 차량에 앉아있다기 보단 원목 가구로 꾸며진 작은 방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비싼 배터리 가격을 상쇄하기 위한 원가 절감의 흔적은 아쉬움을 남긴다. 미니와 동일한 룸미러와 선바이저는 물려받은 옷을 입은 것 마냥 잘 맞지 않는다. 특히 1열 선바이저는 슬라이딩을 지원하지 않는다. 길이가 긴 1열 측면 유리로 들이치는 햇빛을 막기 역부족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센터콘솔 박스에 숨어있는 무선충전기도 미니와 동일하다.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기종에 따라 크기가 맞지 않아 충전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1열의 운전석과 조수석 마치 미니밴의 1열과 같다.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이동이 자유롭다. 기어노브를 스티어링휠 칼럼으로 옮긴 덕분이다. 복잡한 엔진과 변속기가 없는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2열은 2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2열 좌석 사이에 컵홀더가 위치한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와 유사하다. 2열에 탑승하기 위해선 무조건 1열 도어를 먼저 열어야 한다. 1열을 열고난 뒤에야 2열 도어를 열 수 있는 손잡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무난하다. 큰 짐을 실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2열 시트를 50:50으로 폴딩 할 수 있다. 엔진이 없는 만큼 보닛 아래에도 자그마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220V 가정용 충전기가 담겨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위치한 기어뭉치에 시동 버튼이 숨어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미래지향적인 소리와 함께 계기반에 불이 들어온다. i3에 장착된 50kW 전기모터는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발휘한다. 차체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는 37.9kWh의 축전 용량을 가지고 있다. 1회 완충기준 최대 248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놀이공원의 자기부상 열차를 탄 듯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최대출력을 뽑아내는 전기차의 이질감에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내연기관 차를 몰 듯 운전하면 동승자가 차에서 내려달라고 소리칠 지도 모른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강하게 걸리는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정지가 가능하다. 다만 오토홀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정차 후에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한다.
회생제동 단계 조절은 불가능하다. 다만 컴포트, 에코, 에코 프로 등으로 나눠진 주행 모드에 따라 공조기와 출력이 제한된다. 배터리를 절약하고 싶다면 에코프로+로 설정하면 된다. 속도는 90km/h로 제한된다. 전기차답게 최고속도는 150km/h다. 제한속도까지 거침없이 올라간다. 숨을 한 번 꾹 참았다 뱉는 사이에 이미 최고속도에 도달한다.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덕에 시동을 걸어도 실내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주행을 시작하면 약간의 덜그럭거림이 느껴진다. 19인치의 큰 휠이 노면의 굴곡을 실내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을 지날 땐 불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차선 유지 기능은 빠져있다. 대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된다.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유지해주는 것만으로 장거리 주행 피로도를 낮춘다. 도심 고속화 도로 등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면 막히는 길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i3는 미래지향적인 부분과 어색함이 공존한다. 문을 열고 닫을 땐 무조건 리모트키를 이용해야 한다. 미니와 공유한 부품은 제 기능을 못한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머리 위 선루프의 선쉐이드는 수동으로 열어야 한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개선점이 넘친다. 그럼에도 i3는 여전히 미래차 느낌이 난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어느 차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실내 디자인, 운전하는 감각 모두 미래와 손을 잡은 듯 하다. i3는 단종과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1세대 모델만으론 단종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적 받았던 부분을 개선하고 디자인을 다듬어 2세대 모델을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