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경고침(耿耿孤枕)
근심과 걱정에 싸인 외로운 베갯머리라는 뜻으로, 근심으로 인해 편치 못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이다.
耿 : 빛 경
耿 : 빛 경
孤 : 외로울 고
枕 : 베개 침
(유의어)
고침한등(孤枕寒燈)
근심에 싸여 있는 외로운 잠자리라는 뜻으로, 경경(耿耿)은 마음에 잊히지 아니하여 염려가 되는 모양,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모양, 불빛이 반짝거리는 모양 등을 나타낸다.
여관세모(旅館歲暮); 여관에 한 해는 저무는데
- 남상교(南尙敎)
孤懷耿耿夜俱長(고회경경야구장)
歲暮靑燈伴一床(세모청등반일상)
只爲思鄕眠不得(지위사향면부득)
眠成却是夢還鄕(면성각시몽환향)
초조하고 외로운 마음에 밤은 긴데
저무는 한 해, 푸른 등과 책상
옛날 생각에 잠 오지 않아
잠들면 이미 꿈 속은 고향이라.
남상교(南尙敎) 본관은 의령(宜寧), 자는 문숙(文叔), 호는 우촌(雨村)으로, 일찍이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여 수령(守令)과 충주목사(忠州牧使)를 거쳐 돈령부 동지사(敦寧府同知事)를 역임하였으며, 문명(文名)도 높았다.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는데, 1866년(고종 3)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체포되어 양자(養子) 남종삼(鍾三) 등과 함께 새남터에서 사형당하였다. 저서에 우촌시고(雨村詩藁)가 있다.
한해가 저무는 세모(歲暮)는 환희(歡喜)와 상념(傷念)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전전반측(輾轉反側)이란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여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본래 공자(孔子)가 쓴 시경(詩經) 국풍(國風)편에 나오는 한 시구(詩句)로 한해를 보내면서 장가 못간 총각이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워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형용해서 하는 말이다.
강기슭에서 울고 있는 저구(雎鳩)라는 물새를, 낭군을 기다리는 숙녀에 비유하여 노래한 가사로 마지막 내용이 아래와 같다.
求之不得寤寐思服(구지불득오매사복)
悠哉悠哉輾轉反側(유재유재전전반측)
구해도 얻지 못해 자나 깨나 생각만.
생각에 또 생각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뒤척거리며 잠 못 이루는 전전(輾轉)의 표현으로 유명한 한시는 임진왜란 때 일본과의 일전을 앞두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여 잠 못 이루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한산도 야음(閑山島 夜吟)이 있다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憂心轉輾夜(우심전전야)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한산도 바다에 가을 빛 저무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날아 가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이루는 이 밤
새벽달이 창문으로 활과 칼을 비추네!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나라의 운명을 앞에 두고 잠못 이루는 충무공의 우국충정(憂國衷情)이다. 근심이란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 함을 말한다.
동지 지난지가 얼마 안 되어 밤이 긴 탓도 있지만 한해가 저무는 이때면 여러 가지 상념(想念)으로 잠을 설치는 때가 있다.
아련한 어릴 때의 고향 추억, 결혼 시키지 못한 과년한 아들 딸자식 생각, 내가 먼저 죽으면 다행인데 아내가 먼저 가고 혼자 외로이 남을 생각, 연금도 없이 살아갈 노후 걱정등 평생 걱정도 부족했는지 이 한해를 보내는 세모의 밤에 더욱 잠이 멀리 하고 있다.
아마도 이 뒤척거림은 옛 어머니 아버지의 불면증을 지금 우리가 물려받고 있는 숙명의 유산인지도 모른다. 뒤척거리는 밤에는 새카만 밤하늘의 별과 소주 한잔이 빈자리를 메워 줄 수도 있지만 잠못 이루는 긴 밤을 묵묵히 같이 보내주고 소리 없이 같이 울어주며 근심 걱정에 저민 내 가슴을 조용히 고여 주는 친구가 있다.
베개머리!
이것을 경경고침(耿耿孤枕)이라 한다.
만전춘(滿殿春)
고려가요(高麗歌謠)중 하나. 작자와 지어진 시기는 미상이며 악장가사(樂章歌詞)와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실려 전해져 오고 있다. 이 시는 한 개의 시가로 보기 보다 여러 개의 다른 시가들을 맞추어 하나의 시가 형태로 발전된 것이다.
그 증거로는 첫째, 셋째, 네째 연은 표기 방법이 우리말 식으로 지어져 있지만, 둘째와 다섯째 연은 한자어투가 많은 것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과정의 한 구절인 ‘넉시라도 님과 함께’와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가 버젓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형식은 전 5연의 분절체로 쓰여져 있으며 남녀간의 사랑을 담은 고려 속요다. 1연의 에로티시즘적인 성격을 보아 고려시대의 성문화에 대해 알수가 있으며 전체적인 노래가 남녀의 애정을 진솔하게 나타내어 쌍화점, 이상곡과 더불어 고려 속여중 남녀 상열지사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데, 4음보 율격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 전형적인 고려가요라기 보다는 이후의 시조의 배경이 된 것으로 이해하는 입장도 있을 정도이다. 조선시대 윤회(尹淮)가 지은 만전춘과 구별하기 위해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어름 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 나와 어러 주글만뎡
어름 우희 댓집자리 보와
님과 나와 어러 주글만뎡
情(정)둔 오놄밤 더듸 새오시라 더듸 새오시라
耿耿(경경) 孤枕上(고침상)애
어느 즈미 오리오
西窓(서창)을 여러흐니
桃花(도화)ㅣ 發(발)흐두다
桃花(도화)는 시름업서 笑春風(소춘풍)흐느다 笑春風(소춘풍)흐느다
넉시라도 님을 흔듸
녀닛 景(경) 너기다니
넉시라도 님을 흔듸
녀닛 景(경) 너기다니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뉘러시니잇가
올하 올하
아련 비올하
여흘란 어듸 두고
소해 자라 온다
소콧 얼면 여흘도 됴흐니 여흘도 됴흐니
南山(남산)애 자리 보와
玉山(옥산)을 벼여 누어
錦繡山(금수산) 니블 안해
麝香(사향)각시를 아나 누어
南山(남산)애 자리 보와
玉山(옥산)을 벼여 누어
錦繡山(금수산) 니블 안해
麝香(사향)각시를 아나 누어
藥(약)든 가슴을 맛초읍사이다 맛초읍사이다
아소 님하 遠代平生(원대평생)에 여힐슬 모르읍새
(현대어 해석)
얼음 위에 댓잎 자리 펴서
그대와 내가 얼어 죽더라도
얼음 위에 댓잎 자리 펴서
그대와 내가 얼어 죽더라도
정든 오늘 밤 더디 새소서, 더디 새소서.
뒤척뒤척(근심어린) 외로운 침상(잠자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창을 열어젖히니
복숭아꽃 피어나도다
복숭아꽃은 근심이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그대와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그대와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시던 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연약한)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못(沼)에 자러 오느냐
못이 얼면 여울도 좋거니 여울도 좋거니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추옵시다 맞추옵시다
아! 그대여 평생토록 헤어질 줄 모르고 지냅시다
▶ 耿(경)은 회의문자로 炛(경)과 동자(同字)이다. 耳(이)와 火(화)의 합자(合字)이다. 금문(金文)에는 巨(거)와 화(火)의 합자(合字)이다. 耿(경)은 빛, 한결같은 모양, 빛나다, 비추다, 환하다, 맑다, 명백하다, 슬퍼하다, 편안치 않다, 굳다, 절개를 지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빛 휘(暉), 빛 색(色)이다. 용례로는 밝고 깨끗함을 경결(耿潔), 불빛이 깜박깜박함이나 불빛이 반함 또는 마음에 잊히지 아니함을 경경(耿耿), 염려되고 잊혀지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함을 경경불매(耿耿不寐), 마음에 잊혀지지 않는 오직 한 가지의 생각을 경경일념(耿耿一念), 밝은 빛이나 덕이 성한 모양의 비유 또는 빛나는 위엄을 견광(耿光), 근심과 걱정에 싸인 외로운 베갯머리 즉 근심으로 인해 편치 못한 잠자리를 이르는 경경고침(耿耿孤枕), 성덕대업을 이르는 경광대열(耿光大烈), 밝은 햇빛이라는 뜻으로 덕이 높음을 이르는 경휘(耿暉) 등에 쓰인다.
▶ 孤(고)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아들 자(子; 어린 아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 적다는 뜻을 가진 瓜(과, 고)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아버지를 여읜 의지할 곳 없는 아이, 고아의 뜻으로 외롭다, 의지할 데가 없다, 떨어지다, 멀다, 고아로 만들다, 불쌍히 여겨 돌보다, 염려하다, 버리다, 벌하다, 저버리다, 배반하다, 작다, 고루하고 무지하다, 어리석다, 고아(孤兒), 나랏일을 하다 죽은 이의 자식, 늙어 자식이 없는 사람, 벼슬의 이름, 나, 왕후의 겸칭, 단독, 홀로, 하나, 외따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 외로울 혈(孑), 홀로 독(獨)이다. 용례로는 홀로 의지할 데가 없음을 고개(孤介), 한 자루의 칼을 고검(孤劍), 멀리 보이는 하나의 빛을 고광(孤光), 번성하지 못하여 외로움을 고단(孤單), 외따로 있는 성을 고성(孤城), 부모(父母)없이 홀로 된 아이를 고아(孤兒), 외로운 나그네를 고객(孤客), 외딴 섬을 고도(孤島), 홀로 시름함을 고수(孤愁), 쓸쓸하고 외로움을 고적(孤寂),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를 고침(孤枕), 외롭고 쓸쓸한 생각을 고회(孤懷), 외롭고 가난하여 궁핍함을 고궁(孤窮), 주위에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상태를 고독(孤獨),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는 것을 고립(孤立), 보고 들은 것이 없어 하는 짓이 어울리지 않고 용렬함을 고루(孤陋), 일가 친척이나 뒤에서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고근약식(孤根弱植), 외로운 홀몸을 고독단신(孤獨單身), 고립되어 도움을 받을 데가 없음을 고립무원(孤立無援), 외롭고 의지할 데 없음을 고립무의(孤立無依),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형세를 고립지세(孤立之勢), 외딴 성이 해가 지려고 하는 곳에 있다는 고성낙일(孤城落日),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고장난명(孤掌難鳴) 등에 쓰인다.
▶ 枕(침)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밑에 까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 冘(임, 침)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枕(침)은 머리 밑에 까는 것, 즉 베개를 말한다. 옛날의 베개는 나무로 만들었다. 베개, 말뚝, 머리뼈, 베개를 베다, 드러눕다, 잠자다, 가로막다, 방해하다, 임하다, 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베개와 자리를 침석(枕席), 팔을 베게 삼아 벰을 침굉(枕肱), 베갯 보를 침량(枕樑), 벼개를 베고 죽었다는 침사(枕死), 누울 때 사람을 벰을 침인(枕人), 서로 베개 삼고 잠을 침자(枕藉), 밑에 깔거나 받치는 널빤지를 침판(枕板), 베갯 머리를 침두(枕頭), 머리맡에 치는 병풍을 침병(枕屛), 서로 베개 삼고 잠을 침자(枕藉), 길고 큰 물건 밑을 괴어 놓은 큰 나무 토막을 침목(枕木), 베갯머리,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에 머리가 향한 위쪽의 가까운 곳을 침변(枕邊), 베개의 위 또는 자거나 누워 있을 때를 침상(枕上), 시냇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침류수석(枕流漱石), 창을 베고 갑옷을 깔고 앉는다는 침과좌갑(枕戈坐甲), 창을 베고 기다린다는 침과이대(枕戈以待),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갑옷을 입고 잠을 잔다는 침과침갑(枕戈寢甲),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 라는 뜻의 침과대단(枕戈待旦)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