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선사 구도기 병고이긴 정진..

다음 글은 덕이선사가 재가시절에 참선에 뜻을 두고 정진을 하다가 죽을 병에 걸렸으나 신명을 돌보지 아니하고 정진하고 정진하여 병을 고치고 나아가 출가하여 크게 깨친 과정을 가려 뽑은 글이다. 내 나이 스물에 이 일이 있음을 알고 서른 둘에 이루도록 열여덟분의 장로를 찾아 법문을 듣고 정진을 했으나 도무지 확실한 뜻을 알지 못했었다.  후에 완산 장로를 뵈우니 무자를 참구하라 하시며 이렇게 말했다. "스물 네시간 동안 생생한 정신으로 정진하되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같이 하고 닭이 알을 품듯이 끊임없이 하라. 투철히 깨치지 못했으면 쥐가 나무괴를 쏠듯이 결코 화두를 바꾸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라. 이와같이 하면 반드시 밝혀 낼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참구하였더니 18일이 지나서 한번을 차를 마시다가 문득 부처님이 꽃을 들어보이시매 가섭이 미소한 도리를 깨치고 환희심을 이기지 못했다. 서너명의 장로를 찾아 결택을 구했으나 아무 말씀없더니 어떤 스님이 말하기를 다만 해인삼매로 일관하고 다른 것은 모두 상관하지 말라 하시되,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두 해를 보냈다.  경정5년 6월에 사천성 중경에서 극심한 이질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빠졌으나 아무 의지할 힘도 없고 해인 삼매도 소용없었다. 종전에 조금 알았다는 것도 아무 쓸데가 없어 입도 달싹할 수 없고 손발도자유롭지안고 길은 오직 죽음 뿐이었다. 업연의 경계가 일시에 나타나 두렵고 떨려 갈팡질팡 할뿐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닦쳐왔다. 그때 내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가족에게 후사를 말하고 향로를 차려놓고 좌복을 높이 고이고 간신히 일어나 좌정하고 삼보와 천신에게 빌었다.  이제까지 모든 불선업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바라건대 이 몸이 이제 수명이 다하였거든 반야의 힘을 입어 바른 생각대로 태어나 일찌기 출가하여 지이다. 혹 병이 낫게 되거든 출가 수행하여 크게 깨쳐서 널리 후학을 제도하여지이다. 이와같이 하고 무자를 들어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 비추고 있으니 얼마안되어 위장이 서너번 꿈틀거렸다. 그대로 두었더니 또 얼마있다가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으며 또 얼마있다가 몸이 없는 듯 보이지 않고 오직 화두만이 끊어지지 않았다.  밤늦게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니 병이 반은 나은듯했다. 다시 앉아 야밤삼경에 이르니 모든 병이 씻은 듯이 없어지고 심신이 편안하여 아주 가볍게 되었다.  그 후 8월에 강릉에 가서 삭발하고 1년 동안 있다가 행각에 나섰다. 황룡이라는 지역에 이르니 첫번재 수마닥쳐왔을 때 자리에 앉은채 정신을 바짝차려 예배하여 쫒아 버리고 돌아 앉으니 정신이 맑아지고 그때그때 방편을 써서 수마를 물리치고정진했다. 처음에는 목침을 배고 잠깐 잤고 뒤에는 팔을 배고 나중에는 아주 눕지를 아니했다. 이렇게 3일이 지나니 심히 피곤했다.     한번은 발밑이 땅에 닿지 않은듯 공중에 뜬듯 하더니 홀연히 눈앞에 검은 구름이 활짝 거치는 듯 하고 마치 금방 목욕탕에서 나온듯 심신이 상쾌하며 마음에는 연록(맑음)이 더욱더 성하여 힘들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현전하며 일체 바깥경계의 소리나 빛깔이나 오욕팔풍이 모두 들어오지 못해 청정하기가 마치 은쟁반에 흰눈을 듬뿍담은 듯 하고 청명한 가을공기같았다.  그당시 온몸에 부스럼이 있었는데 불구하고 목숨을 떼오놓고 공부를 지어 자연히 득력하여 병중 공부를 지어 얻었으며 제사에 참석하려고 절에서 나와 화두를 들고 가다가 제사지낼 집을 지나치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하여 동중공부를 지어 얻으니 이때의 경계는 마치 물에 비친 달과 같아 급한 여울이나 거친 물결속에 부딪혀도 흩어지지 않으며 탕연이 놓아지내도 또한 잊어지지 아니하는 활발한 경지였다.  삼월 초 엿새 좌선중에 바로 무자를 들고 있는데 어떤 수좌가 방에 들어와 향을 사르다가 향압을 건드려 소리가 났는데 우악하고 소리를 치니 이윽고 자기 본래 면목을 요달하여 조주스님을 타파하였던 것이다. 그때 게송을 지었다.  '어느듯 갈길 다 하였네. 밟아 뒤집으니 파도가 곧 물이로다. 천하를 뛰어넘는 늙은 조주여  그대 면목 다못 이뿐이던가.' 그로부터 앉으나 서나 음식을 먹으나 아무 생각이 없더니, 6개월이 지난 다음 봄에 하루는 성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돌층 계단을 올라가다가 문득 가슴속에 뭉쳤던 의심덩어리가 눈녹듯이 풀리니 이 몸이 길을 걷고 있는 줄도 알지 못했다.  곧 완산노장을 찾으니 먼저 말을 하시는 것을 언하에 선상을 들어 엎었고 다시 종전부터 극히 까다로운 공안을 들어 대신것을 걸림없이 확연히 요달하였다 참선은 모름지기 자세히 하여야 한다. 산승이 만약 중경에서 병들지 않았던들 아마 평생을 헛되이 마쳤을 것이다. 참선에 요긴한 일을 말한다면 먼저 정지견인을 만나는데 있다하겠다. 그러므로 고인은 조석으로 참청하여 신심을 결택하고 쉬지 않고 간절히 이 일을 구명했던 것이다.    -불교신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