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신으로 알려진 추강(秋江) 남효온(1454~1492).
20대에 평생 할 일을 다하고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였습니다.
성균관 유생이던 25살의 나이에 성종에게 상소문을
올려 조정을 발칵뒤집어놓았던 인물.
그 일로 벼슬길이 막히자 출사를 포기하고 변방선비로
은둔과 방랑의 삶을 살다가 39살 한창나이에 죽었습니다.
상소문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 소릉(昭陵)의 복위를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스승인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과 더불어 조선 초 꽉막힌
언로를 여는 양대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의 가문이 단종복위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고인을 폐서인하고 소릉을 파헤쳐
평민의 묘지로 만들었습니다.
역사 속으로 파묻혀 가던 이 사건은 성종이 집권한뒤
남효온의 상소로 되살아납니다.
성종 9년인 1478년 하늘에서 흙비가 내리자 임금은
하늘이 노한 때문이라며 백성들에게 고언을 듣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때 추강이 현덕왕후의 신원회복과 소릉 복원을
포함해 8가지 민심수습책을 제시했습니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훈구공신세력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추강에 대한 국문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성종이 선의의 상소라고 불문에 부치고 넘어
갔지만 이 일로 추강은 괘씸죄에 걸려 중앙정계에
진출할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출사길이 막힌 추강은 역사 속 사관이 되기로 작정하고
단종복위를 벌이다 처형된 여섯 신하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기록해 나갔습니다.
이른바 육신전(六臣傳)입니다.
추강집에 전하는 사육신의 활동과 처형당시 생생한
정황은 역적을 충신으로 바로잡는 재평가의 시발점이
됩니다.
국문장에서 세종에게 "나으리"라고 부르며 의연하던
성삼문과 박팽년, 이개와 하위지, 유응부, 유성원.
그들이 어떤 고문을 받고 세조에게 무슨 말을 남기고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리고 거사 계획을 밀고한 배신자는
누구인지, 추강이 아니었다면 후세는 그날의 진실을
생생하게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추강은 사후에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연산군 때
소릉 복위 상소건이 재론되면서 김종직의 제자라는
이유 등으로 갑자사화에서 부관참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육신전은 숙종대에 정식 출간됩니다.
사육신은 정조에 이르러 정식복권이 이뤄지는데, 추강의
육신전이 결정적인 입증자료로 채택되고 이 내용이
고스란히 사초에 실립니다.
추강은 시대와 불화하면서 불우한 "아웃 사이더"의
삶을 살았지만, 부정한 권력에 맞서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선비의 절개와 신의를 지킨 생육신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추강이 얼마나 궁핍하게 살았는지 그가 남긴 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죽은 아들에게 제사 지내는 글.
성화(成化) 병오년(1486년 성종 17년) 3월 26일에
추강거사가 사람을 보내어 죽은 아들에게 치제(致祭)
하노라. 오호라! 네가 태어난 뒤 10년 동안 여름에는
부채가 없고 겨울에는 갖옷이 없었으며, 음식은 겨우
하루에 두 끼이고 거처는 좋은 집이 없었네.
잠잘 때엔 이불과 베개가 없고 앉을 때엔 방석이
없었으며, 죽을 때는 염습할 옷이 없고 묻힐 때에는
관(棺)이 없었네.
지난해 을사년에 농사에 수확이 없어 온 집안이
울먹이며 나물과 죽을 먹었으니, 굶주림과 추위가 뼈를
침범하여 네가 학질에 걸리고 말았네. 이때 다행히
화를 면했으나 봄이 되어 결국 세상을 떠나니, 거적으로
관을 덮어 볏짚으로 묶었네. 집안에 남은 것을 모두 기울여
한잔 술을 올렸을 뿐이더니, 외로운 혼령은 경경(煢煢)하여
오고 감이 없었네.
다음 달 그믐날에 우거하던 집에서 세사(歲事)를 지내니,
술과 쌀이 다섯 되가 되어 술병에 남은 음식이 있었네.
두 그릇을 얻어 너의 무덤에 치제하니, 갈대와 죽순이
점점 가지런해지고 봄꽃이 동산에서 지려하네.
네가 내 곁을 떠난 지 51일 만에 비로소 제사를 지내니,
아!! 네가 저승에 들어감은 금년부터이리라."
절개를 지키고 선비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는 글입니다.
둘째 아들도 똑같이 궁핍과 굶주림으로 잃었습니다.
많은 글들이 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이만
끝낼까 합니다.
친구들, 추석은 잘 지냈는지요?
가을이라 우기지만 온도는 내려갈 기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곧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겠지요.
짜증은 나지만 잘 참고 견뎌서 즐겁고 행복한
가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안녕~~
첫댓글 친구도 명절 잘쇠셨소?
내일부터 비 오고 기온도 내려간다니 이 고역(?)도 바이바이...
오늘 약수터에서 어느 분이 우스개로 "추석을 한 달 늦춰야 되겠다."합디다.
웃고 말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도 아열대권이라 이젠 추석의 본연의 맛은 사라지겠지요.
우리는 우짜든지 즐겁게,건강하게 삽시다.
고맙소이다^^ㅎ
어찌나 더운지 짜증이 납니다.
짜증내면 건강에 안 좋다는데 참고 견디기가
힘드네요.
아무쪼록 친구도 건강하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허기사 '사기를 쓴 사마천도 궁형(거세)을 당하고 모진 목숨을 역사를 기록하는데 바쳤으니.
배불리 먹고 바른 말 하기는 힘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