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성공이다. 성공! 사람들 박수하는 것 봤죠? 모두가 함성을 지르고 난리들입니다.”
“맞아요. 맞아. 저 지금 흥분되어 있어요!”
“준비할 땐 잘 안 돼서 하기 싫었는데 이렇게 성공적일 줄 몰랐어요.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해요.”
“저기 객석에서 우리 가족들이 다 보고 있었는데 자꾸 제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얼마나 떨렸다고요.”
흥겨운 음악과 함께 커튼콜이 끝나갈 무렵 커튼이 내려오면서 객석이 보이지 않게 되자, 무대 위에서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인 공연팀원들은 서로를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출연진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참 잘 했어요. 우리 기념사진 같이 찍어요.”
“네, 우리 이것 끝나고 축하 파티 하는 것 맞죠?”
공연 출연자들은 커튼이 닫히고 음악이 끊어진 뒤에도 무대 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기분이 흡족했는지 떠들썩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이 쉰을 몇 년 앞두고 평생 처음 무대라는 곳에 서 본 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니, 처음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때 1,300여 명의 전교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찌르자 공산당’이란 주제로 웅변을 한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지난 5월 S&B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박순원 원장님 부부가 같이 탭댄스를 배워 보자는 제의를 해 오기에 선뜻 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공연발표까지 하고 나니 느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 근무가 끝나고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한 번씩 하는 레슨에 잘 따라가지를 못 하여 포기할까 하고 결심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럴 적마다 격려와 용기로 또 힘을 보태 준 박 원장 부부가 지금 생각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나이에 사실 무엇을 새로 배운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것도 우리가 배우기에 생소한 탭댄스라니 썩 내키는 배울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다시 시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건강도 지키며, 더 나아가 남들 앞에서 봉사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생각도 많이 해 봤다.
하기야 나보다 1년 선배인 열린큰병원 엄대섭 원장님은 하루 수십, 수백 명의 환자들과 씨름하는 와중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성적으로 레슨에 참가한 것을 생각하면 나의 갈등은 행복한 타령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결과 지금 공연 발표가 끝난 뒤 무대 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시끌벅적한 소감을 얘기하고 있으니 과연 탭댄스 배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징이 박힌 까만 구두를 신고, 검정 바지에 금박이 들어간 줄무늬를 옆으로 덧붙인 데다, 하얀 와이셔츠 위에 금박 넥타이, 그리고 금박 조끼를 걸친 모습은 영락없는 전문 공연가의 폼이었다.
아마추어가 졸지에 프로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런 복장으로 우리 공연팀이 <마루울림>이란 이름으로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땐 동원된 가족, 친지들로부터 가히 폭발적인 환영을 받았고, 우리는 스스로가 정말로 프로팀이 된 양 폼을 최대로 잡고 신나게 공연을 했다.
무대에서 공연 중일 때에도 공짜 티켓을 받아들고 강제로(?) 동원된 관중들은 각자 아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거나 별명을 부르며 음악에 맞추어 박수로 호응을 했다.
무대 위에서 벌벌 떨며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던 우리 주인공들은 금세 관중들의 함성에 몰입되어 긴장이 풀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제법 그럴싸한 스텝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연습할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 3분 5초라는 시간은 객석의 관중에서 울려 퍼지는 열렬한 함성과 경쾌하면서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음악 소리에 그만 찰나로 지나가고 말았다.
조명이 무대 위를 이리저리 밝게 비추고, 전혀 보이지도 않는 객석의 함성과 박수 소리만 귓전에 맴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리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틀렸어. 실수했어. 친구가 눈치 챘을까?”
“나는 한 박자 놓쳤어요. 다 봤겠지요?”
“나는 미끄러질 뻔했어요. 얼마나 놀랐다고요.”
깨끗하게 마무리하지 못 한 것에 대해 모두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허탈한 마음 반, 무엇인가를 해 냈다는 뿌듯함 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예정된 공연 시간 한 시간이 다 지나고 무대는 또 커튼콜 분위기에 휩싸였다.
나는 그 동안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그리고 음악회 등에서 객석에만 앉아 있었다.
공연 관람 때마다 봐 왔듯이 거기에는 언제나 커튼콜이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신나는 뒤풀이 공연이 있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순간이 그 주인공들한테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겠다 싶었다.
관중들이 모두가 기립해 있고, 앙코르를 외치고, 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마지못한 듯 공연 출연진들은 하나하나 등장하면서 서비스를 했다.
어떤 사람은 원맨쇼를 하고, 어떤 사람들은 텀블링을 하고, 어떤 사람은 요상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유발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집단 안무를 하고, 그리고는 제일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나와서 팬 서비스를 하곤 했다.
난 그것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것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커튼이 다 내려가고 커튼콜마저 끝나면 무대 위에 남아 있는 주인공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도 또한 궁금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 경험해 봤다.
우리의 공연이 끝나자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앙코르를 외치고, 우리는 음악에 맞추어 공연 순서대로 하나하나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를 하고, 또 팬서비스 차원에서 약간의 여흥을 더 즐긴 후 신나게 엔딩을 하면서 서서히 커튼이 가려졌다.
그리고 저 아래 관중석에서는 계속해서 박수가 이어지고, 객석과 분리된 장막 뒤 무대 위의 우리들은 서로 얼싸안고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한 것 말이다.
커튼콜이 울리면 이렇게 신나는 엔딩 무대가 또 있다는 것을 체험한 감동적인 무대였던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커튼 뒤 무대 위에서 이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 이제 강당 밖으로 나간 지인들은 꽃다발 세례를 퍼붓고자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휴대폰에는 또 이렇게 문자 메시지가 폭주하겠지......
“이사님 부부가 같이 공연하는 모습 너무 부러워요. 저도 10년 뒤에는 그렇게 되겠죠?”
“멋진욱, 정말 멋졌다. 같이 하지 못 한 것이 아쉽네. 축하해!”
“긴장했어요? 다른 분들은 부드럽게 하던데 혼자만 뻣뻣하던데요. 사모님은 잘 했어요.”
“고모부, 장모님께서 이렇게 신나는 공연은 처음 봤다고 하시네요.”
※ 커튼콜(curtain call)
연극이나 음악회 따위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
2008년 12월 14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ㅅ.ㅅ
그 날 꽃다발 한아름 사 와 주셔서 눈물 났어요.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히히.
축하드립니다. 대단합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한 번 직접가서 보고 즐겼을텐데 아쉽습니다.
오 선생님, 매번 우리 카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제 혼자만 흥분해서 난리죠? 히히.
그거이 커튼콜이었나요 막이 내린 후 우린 다시 등장하지 않았는디 우쨋튼 뒤에서 모두들 신이나서 브를 외치며 난리가 났었다는... 제 멋에 좋아라 하는거죠 뭐.
지욱씨.. 이글이 넘 맘에 들어서 허락도 없이 탭카페에 올렸습니다괜찮죠
어이구, 그런 영광을... 제 글을 옮겨 심기 하시다니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히히.
김지욱 단우및 박순원 단우 2 부부 모두 멋장이 입니다 ! 성공적 공연을 다시금 축하 합니다 !!!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난리굿이죠? 히히.
앉아서를 보냅니다. 짝짝짝 다음엔 초대해 주세요. 가 볼게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표를 25장이나 떠 안았는데 초대장 뿌리려니 부담을 느낄 것 같아서 그냥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다음엔 1순위로 모시겠습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