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언어처럼 구현하는 지휘자, 구자범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드>를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토록 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맥베드>는 베르디의 다른 오페라들에 비해 세계적으로 드물게 상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9년 서울시오페라단이 초연한 이래 2008년 국립오페라단이 무대 위에 올린 게 전부다.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희소한 레퍼토리가 되어 버린 이유는 제작 과정에서 유독 이 오페라가 연극성과 음악성 양쪽 모두에서 똑같이 세련되고 복잡한 기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서울시오페라단은 두 아티스트를 제작에 섭외했으니, 그들이 바로 지휘자 구자범과 연출가 고선웅이다. 이번 오페라 <맥베드>를 주목하는 나머지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구자범과 고선웅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자범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던 시절 함께 시네마 콘서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고선웅 “구자범 선생님이 영화음악들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했고, 저는 각 영화음악 테마들을 나열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썼습니다. 그때 지휘자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뜻이 잘 맞아 무척 즐겁게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구자범 선생님도 참 열정적이셨어요. 한 번은 의논할 게 있다며 밤 10시에 제 사무실로 찾아오셨는데, 보안장치가 가동 중이어서 문이 잠겨 있는 거예요. 그래서 창문을 넘어서 들어오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