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제 장인어른 기일입니다. 묻혀 계시는 영동으로 내려갑니다. 3년 전 돌아가실 때 상황이 생각나서 아 카페에 08년 8월 14일 쓴 글을 다시 올립니다. 다소 종교적 표현이나 내용이 있어도 양해를 구합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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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장인어른이 위독하다는 다급한 연락을 아내로부터 급히 받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내일 오시기로 한 박 목사님 오늘 밤 오셔달라고 하면 안되겠지요, 의식이 있으신 것도 아닌 상황에서 임종 예배를 드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 미안해서요..." 열일 제쳐놓고 집을 나서며 친구 박 목사를 불러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밤 11시... 남아있는 심장 기능이 고작 15%이라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었지만, 심장 쪽 동맥 혈관 수술로 좀 호전시켜 보겠다는 의사의 제언에 따라 1차 심장 수술이 이루어졌고 결과에 고무되어 의료진의 의지에 따라 시작된 2차 수술, 그게 그만 화근이었다. 신체 이곳저곳에서 시작된 이상 현상을 거의 잡고 일반 병실로 이동한지 하루 만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부정맥 현상... 수술을 더 이상 할 힘이 없다는 장인어른의 굳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약물로 심장을 다스리다가 신장이 망가져 의사는 새벽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몸이 많이 망가졌지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시던 분이었다. 의식은 아직도 또렷이 있는 분인데, 자신에게 죽음이 7시간 후에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 장인어른. “왜 그렇게 빨리 죽는다냐”,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물으셨다. “아버지, 심장이 아니라 신장 기능이 다 되어서 그렇데요...”. 그때 무렵 나와 내 친구 목사가 병실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사위야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검은색 양복에 성경을 들고 있는 박 목사의 존재는 장인어른께 죽음의 예고를 1시간 전 받은 상황에서 마치 저승 사자처럼 느껴지는 어색함이 흘렀다.
평생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두개나 설립하시고 교장으로 사시다가, 자신의 은사가 공화당 정부 때 장관으로 활동하자 발탁되어 정치에 입문한 세월... 국회의원 진출을 바로 앞두고 찾아온 10.26 사태, 그리고 5공... 협력의 거부로 시작된 정치적 가정적 몰락... 그리고 끊임없는 재기의 속절없는 시도로 장인어른의 생은 그렇게 꺼져가는 불씨였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잠시 아내와 내가 다니던 교회 생활하시다가, 자연 속에서 질병과 싸우면서 노년을 사시겠다고 연고도 없는 충청북도 영동으로 내려가신 그분. 이땅에서 살아온 고난의 세월을 청산하고 이제 죽음 이후 부활의 주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에게 진리를 직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은 자꾸 멀어져 갔다. 의식이 깨이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시달리고, 진통제를 맞으면 의식을 잃는 그런 반복되는 시간이 2,3시간 반복되었을까...
새벽 1시 정도였을 것이다, 병원 복도에서 서성이며 친구 목사와 있던 나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가 의식이 돌아왔어요. 들어오세요...” 아내의 문자였다. 서둘러 들어가 보니, 의식이 돌아왔고 겨우 겨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들어온 장인어른이 나를 불렀다. “인수야...”, “예...” 대답하며 나는 그분의 손을 잡았다. “나를 위해 기도 좀 해다오...” 뜻밖에 찾아온 죽음의 예고에 놀란 마음을 다스리셨는지 그분은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시며 나를 찾으셨다.
이제 친구 목사에게 무엇을 맡길 여지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그분 손을 붙잡고 평생 처음으로 ‘장인 어른’ 대신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기도를 했다. “아버님께서, 이 땅에서 수고한 시간을 다 정리하고 주님 당신나라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잠시 우리는 잠드는 것이며, 부활하신 주님과 같이 우리도 부활할 것을 믿습니다. 그 주님을 믿으며 아버님께서 당신 품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연이어 친구 박 목사가 옆에 다가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며 그분의 인생을 위해 기도해 주었다. 그리고 그 기도에 장인어른은 “아멘”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셨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돌아가시기 몇시간 전 처남에게 면도를 해달라고 말씀하시더니, 그 후로 찾아온 극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몰핀을 반복해서 맞다가, 새벽 5시 경 영혼이 떠나셨다.
시신... 장인어른의 정갈한 머리카락과 깔끔한 얼굴... 아내는 장인어른의 시신을 붙들고 작은 소리로 울었다.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죄송해요... 그동안 많이 배웠어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했어요...” 장인 어른을 생각하면 늘 사랑하는 마음과 어둔 마음이 교차한다던, 하지만 병실에서 간호하는 얼마 동안의 시간 속에서 아버지의 인생과 화해하는 은총을 경험한 아내는, 그분의 시신을 연신 쓰다듬으면서 소리죽여 울었다...
이별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별이 저렇게 아름답고 기품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나는 내 아내의 그 모습에서 새삼 느꼈다. 그분뿐 아니라, 우리가 언제 한번은 하던 모든 일들을 내려놓고, 이제 그만 나에게로 오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텐데, 그때 내려놓고 가는 삶에 회오가 없었으면 한다. 이땅에서 나그네로 살면서 세상의 모순과 풀기 어려운 생의 문제를 붙잡고 십자가를 지고 인생을 살다가 수난을 겪고 오해를 겪은 사람에게 “이제 그만 내게로 오라”는 말씀은 얼마나 위로가 될까... 부끄럼이 없어야 하는데, 일상 삶의 모든 일이 죽음 앞에서도 의미있는 것으로 꽉 채워 살아야하는데... 생각하면 삶은 늘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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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생각해보면 이 일을 한다는 것은 인생의 낭비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정말 여러 사람이 자기 인생을 다 쏟아 부어 전념한다고 해도 이 문제는 풀려질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불가능한 일에 자기 인생을 다 던진다 해도 우리에게 생을 허락하신 분의 큰 뜻 속의 ‘낭비’요 ‘실패’라면 그것은 낭비와 실패가 아니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일하겠지만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질 결과가 ‘실패’쪽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슬퍼하지 않는다. 마치 비극으로 끝날 것 같은 영화가 막판 5분 남기고 대반전이 이루어지는 영화처럼, 이 실패가 영원하신 하나님 손에 들리워져 위대한 승리의 반전을 일으킬 것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실패의 십자가로 끝나지 않고 생명과 부활의 승리로 반전된 그 역사적 사실이, 입시와 사교육고통으로 죽어가는 이땅의 아이들과 부모들의 삶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그 믿음 하나로 나는 지금까지 버티고 앞으로도 버틸 것이다.
첫댓글 "주어질 결과가 ‘실패’쪽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슬퍼하지 않는다."
등대지기학교의 영향력은 송대표님의 이러한 신념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인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반전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드러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역사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은 채로 생명줄을 이어갑니다.
이것은 매우 고결한 영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적인 관점이 있을 때 우리 인생의 물리적 문제들이 거듭나고 생명이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믿습니다. ^^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피하는 것은 지혜일 수 있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도 피하지 않는 것은 용기'라는 말이 있지요. 송대표님을 따라 저도 '용기'있는 사람의 대열에 끼고 싶습니다. 그러다 승리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구요 ^^;; 안팎의 공격으로 무척 고단한 나날일 것이라 짐작됩니다. 지혜롭지 못해서 두분 대표님과 간사님들께 아무런 도움도 힘도 못되지만 그래도 온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시길...
3년 전 글이고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의 쓴 글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너무 비관적으로 썼나 싶지만, 사태의 본질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맨발각시님처럼 소망합니다. 우리 세대가 끝나기 전, 우리의 참여로, 세상에 새로운 변화가 오기를... 그런 기대와 설레임으로 끝까지 가보렵니다...
저도 소망합니다^^ 우리 세대가 끝나기 전에 저의 삶의 변혁, 작은 몸짓이 일조되어 우리들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더불어 함께 이루어 가는 새로운 세상을 볼 것을...
결코 비관적이라 할 수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신념은 정말 우리 삶에 강력한 격려가 되기에 견고한 뿌리가 되기에 강조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어디쯤 우리 교육의 기적적인 반전을 보게 되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이 듭니다. 꼭 그리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