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바다여행! 참 좋을 것 같다! -
권다품(영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정담 나누며 걷는 바닷가!
며칠 전, 착한 동생들에게서 일광 바닷가로 회도 먹고 바람쏘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어디든 바람을 쏘이고 싶던 참이었는데, 물회도 먹고 좋겠다 싶었다.
일광 바닷가는 평일이라 붐비지도 않고 조용하고 참 평화로웠다.
바닷바람이 상쾌하고, 바람에 묻어오는 바닷내음이 좋았다.
점심은 운동도 할 겸 바닷가를 조금 걷다가 먹기로 했다.
사부작 사부작 걸으면서 주고받는 얘기에서 동생들에게서도 이제 편안한 연륜들이 묻어났다.
젊을 때처럼 개똥철학을 말해놓고는 자존심 때문에 오류에 가까운 그 딱딱한 억지 논거들로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아서 편했다.
얼굴에서나 발걸음에서 여유로움들이 묻어났다.
한 3, 40분 정도를 걷다가 조금 늦은 점심으로 좋아하는 물회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도 동생들은 소줏잔을 나누며 식당에 앉아서 그동안 쌓였던 얘기들을 한참 나눴다.
그런데, 나는 조금 아쉬웠다.
일광 그 좋은 바닷가에까지 가서, 동생들과 그 맛있는 물회를 먹으면서도 막걸리도 한 잔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심장 혈관에 석회질이 30%정도 끼여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 술을 마시지 마세요." 하길래, 아쉽긴 하지만 마 안 마시고 있다.
그런데, '대학을 같이 다녔던 추억많은 동생들과 이 맛있는 물회를 먹는 이런 날은, 많이는 못마셔도 막걸리를 서너 잔정도는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시골 정감이 묻어나는 동생들과 웃으며 나누는 대화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도 택시를 타지않고 일부러 소화도 시킬겸 왔던 길을 걸으며 얘길 나눴다.
오다가 전망좋은 2층 커피 숍이 보이길래, 올라가서 또 한참 얘기를 나눴다.
동생들과 졸조로미 앉아서 나누는 얘기들이 좋았고, 또, 말없이 가만히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젊을 때처럼 억지로 말을 시피지 않는 그런 여유들도 좋았다.
바닷가에는 평일인데도 젊은 남녀들이 참 예쁘게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젠, '젊은 친구들이 이 시간에 직장을 안 가고 저렇게 다니는 걸 보니 실업잔가 보다.' 요따위 불필요한 똑똑한 유추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냥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걸 보니, 이제 나도 그 정도의 여유는 생겼나 보다.
이런 바닷가라면 혼자 오는 것도 괜찮겠다.
또, 마음만 먹는다면, 꼭 일광뿐 아니라, 해운대나 광안리 태종대는 교통이 편리해서 좋겠다.
송도, 기장, 대변항도 좋고, 일렁이는 파도에 따라 자그르르 자그르르 주먹돌아니 자갈돌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울산의 정자항도 좋겠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아무 생각없이 바닷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2층이나 3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혼자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커피맛도 참 좋을 것 같다.
또, 출출하면 "오이소. 회 방금 들어와서 첨 싱싱합니더." 하며 웃는 예쁜 아지매가 있는 횟집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물회도 한 그릇 먹고....
그러다 해 뉘엿해지면 인심좋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민박집 소개받아서 하룻밤 자도 좋고....
밤에는 배낭에 넣어간 책도 좀 읽고, 정서 무르익으면, 내 둔한 재주로 시도 써보고, 또, 수필도 써보고 ....
바다여행!
참 좋더라.
배낭에 책 몇 권 넣고 혼자라도 사부작 사부작 가보고싶다.
지금은 시골이다.
아내가 겨울초와 시금치를 심어달라는데, 시골이라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아직 날씨가 쌀쌀한 것 같아서, 이렇게 편하게 뒹굴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2023년 11월 8일 오전 10시 41분 시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