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효리씨가 국민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요약하면 '인생은 독고다이다..아무도 믿지 말라' 결국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격려를 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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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가 갑자기 이효리씨가 축사를 한 것은 아마도 미국의 테일러 스위프트를 따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년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정상급의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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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등 가수들이 타임지 인물이 된 적은 있었지만 가수 본업으로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이었다. 중국 공연을 하면 중국 경제지표가 왔다 갔다할만큼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고, 올해 하바드 대학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세계관' 이라는 강의가 개설되었고 현재 300명 이상이 등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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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는 가수 이상의 존재이고,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노래를 만들어 수백억씩 벌어들였기 때문에, 슬픔을 승화시킨 모델로 추앙받기도 하고, 2015년 칸예와 갈등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때는 뱀처럼 거짓말 하는 사람이라는 조롱을 되받아 뱀을 이용해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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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런 테일러 스위프트의 행동은 그녀의 노래 'Look what you made me do' 처럼 '당신이 나를 괴롭히면 나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거야' 결국 '니가 나를 이런일을 하도록 만들었어' 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고난을 겪을 수록 더 강한 멘탈로 이겨낼거라는 것에 사람들은 더 많이 열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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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NYU 졸업축사에서 'you are on your own now" 이제는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해서 두렵지만, 또한 혼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자유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말은 그녀의 노래 'You are on your own kid' 에서 따온 문장으로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네가 결정하고 나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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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효리씨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축사는 모두 '너의 인생의 주인은 너이기 때문에 혼자서 스스로 선택하며 나아가라'는 정신을 담고 있다. 실존주의 비슷한 사상으로 인생의 의미는 없다 네가 인생의 의미를 개척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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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을 강하게 도전하는 문화 내러티브의 한 예일 것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 멘탈을 강하게 해서 돌파하라는 정신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이라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책을 보아도 멘탈을 강하게 해서 현실을 뚫고 나가라는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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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경은 인생의 고난 앞에 멘탈을 강하게 해서 앞으로 뚫고 나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도바울은 인생의 고난 속에서 두 가지를 배웠는데 하나는 자신을 의지하지 말것과 둘째는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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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 (고후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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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전서 10장 13절에서도 사람이 모든 시험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도 인간이 시험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 주시지 않고...하나님이 미쁘시기 때문에 너희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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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스스로 멘탈을 강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리떼 가운데 있는 양처럼 연약하지만 목자가 내 옆에 있다는 삶의 확신을 가지고 두려움을 이기는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는 연약하지만 강한 존재이다. 내가 힘이 없지만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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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서 멘탈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오늘날의 시대 정신은 우리와 맞지 않다. 멘탈을 강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좌절하고 우울을 겪는다. 우리는 유리멘탈처럼 연약하지만 하나님 옆에서 안정감을 얻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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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약할 때 강하고,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고백한 이유도 나는 질그릇이지만 내 안에 계신 보배되신 그리스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가도 두려워하지 않는 멘탈을 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가면 나는 늘 두려워하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이겨가는 힘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신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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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렇게 우리는 기도를 배워가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유리멘탈이지만 더욱 강해져서 세상을 이기게 된다. 내 힘이 아니라, 나의 멘탈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통한 안정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