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포장을 벗겨놓아 무슨 차인지 모르는 티백은 더운물에 담가보면 안다. 찻잎의 맛과 향이 우러나며 정체를 알 수 있게 된다. ‘정체’란 평온할 때는 알 수 없지만 뜨거운 물과 같은 고난과 환난에 담기면 그제야 그 근본이 드러난다.
평온할 때는 누구나 잘 산다.
평탄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누구나 신실하다. 그러나 병들고 사고 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등 어려움의 광야에 들어서면 본질이 나온다. 그래서 누구든 인생의 광야, 사막을 만나봐야 그 정체가 드러난다.
인생의 광야를 만나봐야 한다고 말하면 모두 “아멘” 한다. 그러나 막상 실패하고 고난 당하면 대개는 절망하고 낙심한다. 분노하고 짜증을 낸다.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사람을 찾아다니고 정치질 하는데 에너지를 다 쏟는다. 올바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별로 못 봤다.
하나님의 테스트가 바로 그렇다.
광야의 시간은 하나님께서 내 본질, 내 실력, 내 믿음을 체크하고 점검하시는 때다.광야는 내 본성과 밑바닥이 다 드러나는 곳이다. 괜찮은 줄 알았던 신앙의 미천함이 발각되는 곳이다.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의 실력은 대단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이들 대표팀이 최고의 적수로 뽑은 것은 어떤 나라가 아니라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영국 날씨에 맞추어 훈련했다.
그런데 개막 4일 전부터 이상하리만큼 바람 한 점 없이 쨍쨍하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자 기자가 다행스러워하며 당시 한국 남자대표팀 오선택 감독에게 “이런 날씨가 계속 유지가 돼야 할 텐데요”라고 했는데 오 감독이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누구나 잘 쏠 수 있지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자신 있다는 말이다. 진짜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광야도 그렇다. 진짜 실력은 여기서 발휘된다. 그러므로 근본 없는 사람들이나 두려워하지, 실력 있는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도 그랬다. 꽤 신실하고 하나님을 위해 목숨 건 것 같지만 광야로 나갔을 때 밑바닥이 드러났다. 그때 하나님은 “넌 이래서 실격이야!”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들을 훈련하여 거기서부터 다져가고 빚어 ‘진짜’로 만들어 가셨다.
광야의 시간과 훈련 없이 위대하게 쓰임 받은 하나님의 사람이 있던가? 아브라함, 요셉, 모세, 다윗, 엘리야,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사도들과 초대 교회 성도들, 사도 바울, 심지어 예수님도 광야를 경험하며 하나님의 계획을, 하나님의 사명을, 하나님이 온 인류에게 주실 축복을 이루고 누리셨다. 축복 주시고 크게 사용하실 인생들은 반드시 하나님이 광야로 부르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 신자병법,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