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로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금년에는 윤달이 있어서 인지 추석 명절이 10월 초로 예년에 비해 늦고, 애석하게도 개천절과 겹쳐 연휴기간도 짧다. 온갖 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하던 여름이 지났고 추석이 가까이 왔으니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보고 무성하게 자란 풀을 깎고 잘 다듬는 때인 것 같다. 과거에는 선산이 생활근거지와 같은 곳에 있어 농사 중 잠시 짬을 내어 벌초도 하고 수시로 돌보아 주는 것 우리의 전통이자 관습이었다. 최근에는 생활 터전이 도시가 되다보니 묘소를 찾는 것도 주말을 이용하게 되어 한꺼번에 몰리고 고속도로는 크고 작은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날씨가 좋다보니 가을이 되면 결혼식도 많고 각 종 행사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결혼이야 인륜지 대사이고 가정이라는 사회적 최소 집단을 만들고, 국력을 강하게 끌어 올리는 일이니 장려해야하고 참석하여 축하해 줄 일이다. 올 해는 신종플루로 인하여 야외행사는 많이 취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친목단체의 모임이나 조그만 행사는 예년과 같은 것 같다. 동창회 등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곳에 특별한 사정도 없이 빠지는 것도 예의는 아닐 것이다.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고우회 모임도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금주 말 영호네 집에 모이는 사람들이 35명은 될 것이라고 했는데, 30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총무와 영호에게 말하면서도 더 적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늘 참석하던 권춘상, 김주명, 등은 못 온다고 했으며 얘기를 나눈 몇 명은 확정하지를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단다.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하는데 너무 많아 남기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고 적으면 아쉬움을 남기고 다른 것으로 때우면 될 것이다. 그래도 매년 30명은 넘었으니 올해도 기대를 해 보며 출발한다.
행사에 쓸 김치를 받으러 온 영호의 차를 타고 강변역으로 향한다. 집사람 덕택에 나는 편하게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것 같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박총무와 봉수 친구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봉수가 참석이 뜸했는데 농사를 짓느라 조금 바빳다고 하며 처음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고추를 많이 거두어 기쁘다고 한다. 수확이 많든 적든 땀 흘리며 정성 드려 가꾼 결과를 얻었으니 아니 기쁠 수가 있겠는가. 산행에 나오면 늘 앞장을 서는 김화영, 드믄드믄 나오지만 앞장서고 산행을 즐겁게 해주는 이춘식,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낸 오재명, 통영에 내려가 근무 중인 강창효, 지난 번에 이어 연속 출석한 오재원 친구 등과 고우 단골회원들이 모이고 보니 총 22명이 되어 성황을 이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지만 이 버스는 명일동, 천호동, 하남시의 구석구석을 돌아 마음이 바쁜 우리를 조바심 나게 한다. 엄미리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신재선, 박준채 친구와 합류, 토끼 굴을 지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으로 향한다. 여러 번 와 익숙한 길이지만 낚시터도 새로 만들어 졌고, 양인삼농원이라고 생겨 늘 가던 길을 막아 놓고 우회하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 찾는 이가 늘어나니 지형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쉼 장소는 산등성이 위고 옆에는 깔끔하게 잘 가꾸어진 묘지다. 과거에 어느 정도의 권세를 누렸거나 후손 중에 부를 쌓아 조상을 잘 모셨나보다. 묘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참나무, 신갈나무 외에도 밤나무가 많다. 벌써 몇몇 친구는 밤나무 아래로 달려가 떨어진 밤송이를 까고, 낮은 곳에 달린 밤송이를 따려고 풀쩍풀쩍 뛰고 있다. 화영이 같은 친구는 아예 긴 막대기를 가져와 나뭇가지를 두들겨 패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나무 둥치를 발로 차고 있지만 떨어지는 밤송이는 없는 것 같다. 환갑이 지난 점잖은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인지 젊은이들이라도 지나쳤다면 혀를 끌끌 찰 행동들이다. 최근 들으니 주인 있는 밤을 주워 오는 것도 절도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주인이 보고 고소라도 한다면 모조리 잡혀갈 일이 아닌가?
출발이 늦었으니 점심때도 빨리 찾아온다. 서둘러 올라온 친구들이 자리한 간식 장소는 지난 해 시산제를 지낸 곳이 아닌가. 처음 총무가 되어 모든 것이 어설프고 힘들어 하며 시산제를 준비하던 생각이 난다. 정배, 재선이와 미리 코스를 답사하며, 시산제 장소를 정하고, 뒤풀이 장소도 둘러보고 음식도 미리 예약했는데 참 세월이 빠르다. 벌써 1년 9개월이 지났다. 과연 총무로, 회장으로서 친구들의 산행에 즐거운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냈는지 궁금하다.
식사 후, 용마산 정상에 올랐어도 기념사진 하나 찍을 수가 없다. 춘상이도 인호도 나오지 않았고 상묵이는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단다. 상묵이는 사진 찍는 방법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지만 모두들 서로 앞서 나간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 이메일로 받아 보겠다는 생각이지만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그렇게 친절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영호와 종민이가 준비할 것들이 있다고 먼저 출발했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 팀으로 나뉘었다. 가장 먼저 내려가 공부하겠다는 친구들, 시간 맞춰 서둘러 가기위해 검단산 정상은 생략하겠다는 부류, 그래도 왔으니 예정대로 정상을 찍고 가겠다는 혈기왕성한 산군들이다.
세시 반경, 영호네 회사 삼협유직에 도착하니 영호 부부와 반가운 친구들 정하선, 이윤방, 한상환 부부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일 자리를 찾아 인도네시아에 갔던 상환이가 잠시 귀국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도 그 귀한 시간을 내어 우리와 자리를 함께했다. 동창들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이 10대의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가 보다. 곧 이어 김광진 부부가 막걸리를 들고 나타나고, 뒤이어 김정배 부부가 포도주를 선물로 가져와 합석한다. 오늘 참석한 어 부인들은 물론 주당들의 입이 호강한 것 같다. 초대한 영호가 시원하게 냉장 보관한 칭타오 맥주, 박준채 친구가 기증한 향토 명품 진도 홍주, 포도주, 소주, 막걸리까지 이것저것 맛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가을 날, 한 낮의 따사로운 햇볕아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담소는 이어지지만 내일을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헤어지기 전 준비해간 최종수 친구가 쓴 “서울 역사 문화 탐방”이란 책을 영호 부부, 오늘 수고해 준 26기 후배이자 영호친구의 동생 명호에게, 한상환 부부에게 한 권씩 전달하면서 책이 많이 팔리도록 홍보 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한 권을 어떤 명목으로 누구에게 전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이윤방 친구가 2반 반장으로서 먼저 보아야 되겠다고 덥석 채 간다.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에 맛있는 반찬을 싸온 친구는 정작 못 먹고, 주변의 힘 쌔고 날랜 친구들이 다 집어가 버렸던 일들이 생각난다. 최종수도 나도 2반이니까 그런 것인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방자에게 당했나 보다. 고우회 모임은 늘 고교 시절에 시간을 붙들어 놓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맛있는 음식에, 반가운 만남, 재미있는 추억을 나누며, 유익한 담소를 나누도록 멍석을 깔아준 영호형님 수고했습니다. 특히 어부인과 아들, 그리고 동생 명호군에게 고마움을 전해주기 바랍니다. 산행과 뒤풀이를 무리 없이 잘 진행해 주신 박 총무님 수고했습니다.
참석하신 친구들 고맙습니다. ( 총 34명, 남27 + 여7)
강창효+ 김광진+ 김기창, 김정배+ 김정훈, 김화영, 박종민, 박종휘+ 박준채, 신재선,
안태인, 오재명, 오재원, 오의균, 유춘성, 유호문, 이봉수, 이상묵, 이영호+ 이윤방,
이진석, 이진우, 이추석+ 이춘식, 정하선, 최동준, 한상환+
첫댓글 훈제식 바베큐 삼겹살, 오동통 살이 오른 가을 대하 보리 새우, 맛갈스런 김치, 잘 우려 낸 된장국, 포도주, 진도홍주, 소주, 막걸리 양껏 먹고 마시고 후식으로 뜰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에서 홍시도 따먹고, 눈에 짓물나게 보고 싶던 친구도 만나고..기냥 즐거운 하루였지요. 해마다 고생하는 영호성님, 회장님, 총무님 수고했어요. 무지 고맙구먼요.
항상 감사합니다..
추석 맞이 전야 / 동네 어귀 추석 같은글 / 추석의 매끄러운 문체 / 기축년추석 "소문만복래" 食客數千來
참석못한 죄가 큽니다. 대우본사 책임자의 자녀결혼식이 있었고 또 요즘 딜러 다원화 문제를 논의하자는 회의가 연이어 있어서 영호네 뒷풀이에도 못갔읍니다.너그럽게 봐주시고 계속 사랑해 주십시요.....
영호 성 글구 마님이 넘넘넘 수고가 만군요..글만봐도 그림이보이고 군침이 막돕니다..항상 그리 즐겁게 건강히 지내십시다..
회장님 너무 수고가 많네요 .. 그리구 어쩜 그다지도 글을 잘 쓴데유?
수고 많으셨는데 참석 못해 미안합니더 , 결혼식 참석에 뭐에 등등 하다보니...매년 수고해주시는 영호성에게도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