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강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을
선택했고
스스로의 계획대로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어내는 식물을
우리는
'잡초'라고 부른다.
약하고 약한 잡초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역경을 내 편으로 만들기"
질경이
Plantago asiatica L.
1. 분류 : 질경이목 > 질경이과 > 질경이 속
2. 학명 : Plantago asiatica L.
3.형태적 특징
잎은 뿌리에서 난 잎(근생엽)이 잎자루가 긴 로제트 모양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치듯 하고, 나란히 맥이며 유관속 다발이 잎 뒷면에 뚜렷하게 보인다.
잎은 잡아당기면 질기고, 엽질도 억센편이다.
잎이 넓지만, 밟아도 쉽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
잎을 잡아 뜯어보면, 잎줄(葉脈) 부분이 백색 실처럼 드러나며,
튼튼한 유관속(영양분 또는 수분이 이동하는 기관) 다발이 나타난다.
질경이 잎의 유연성은 그것에서 비롯한다.
줄기는 원줄기는 없고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비스듬히 퍼진다.
땅속줄기(地下莖)를 벋으며, 큰 무리를 만든다.
꽃은 5~8월에 뿌리에서 직접 꽃대(花莖)가 나와 직립하고,
백색 꽃이 밑에서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이삭꽃차례모양(穗狀)으로 밀생한다.
꽃받침과 꽃부리는 모두 4갈래로 갈라지며, 수술은 꽃 밖으로 길게 나온다.
열매는 긴 방추형의 삭과로 익으면 가운데가 사발 뚜껑이 열리듯이 옆으로 터지면서 뚜껑이 떨어져
나가고, 검은색 종자 6~8개가 튕겨져 나오며, 물기를 접하면 점액이 생긴다.
4. 생태적 특징
서식처: 길가, 빈터, 제방, 논두렁, 밭두렁 등에서 자라며, 가뭄에도 잘 견딘다.
서식 분포 : 우리나라 전국, 냉온대~난온대, 중국, 만주, 대만, 일본,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캄차카,
히말라야, 자바, 말레이시아 등
2023.05.23 무심천 촬영 질경이와 창질경이
5. 기타 특징
생태학에서는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을
크게 스트레스(stress)와 물리적 파괴(disturbance) 두 가지로 나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전체가 반응하지만,
파괴는 그 부분만이 손괴(損壞)를 입는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파괴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질경이는
스트레스보다는 밟히게 됨으로써 식물체가 찢어지는 물리적 파괴에 늘 노출되어 있는
길 위 또는 길 가에서 산다.
모든 생명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좋은 환경에서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해서 밟히는 길에 밀려 나와 사는 셈이다.
질경이는 처음부터 밟히며 살고 싶은 생명체가 아니라 하는 수 없이 적응하며 산다.
모든 생명체의 생리적 최적의 서식환경조건은 같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보장받거나 제공되는 생명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경쟁과 적응으로 표현되는 각자의 생태적 최적 서식환경조건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자연의 본질이고 진리다.
질경이도 생리적으로는 가장 쾌적한 곳에 살고 싶어 하지만,
생태적으로는 아무나 살 수 없는 밟히는 길을 선택해서 그곳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질경이라는 이름은
잎이 질겨서 이름지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길에서 사는 생태적 특징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명으로 “차전초”라고 하고 종자는 “차전자”라고 한다.
종자나 잎을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시기도 했으며, 나물로도 먹었다.
15세기 초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길형채(吉刑菜)’라는 향명이 기록되어 있으며,
분명 길(질)에서 나는 나물이란 의미로 불렀던 이름이다.
질경이가 가장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는 시기, 음력 5월 5일을 가장 알맞은 채취시기라는 것까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19세기 초 서울에서는 질경이라 하고, 지방에서는 길경이라 불렀다.
질경이의 또다른 이름은 ‘배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길에서 밟히며 살지만,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고 버티어 나가는 성품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질경이의 생태성이 ‘배짱이’란 이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500살도 훌쩍 넘은 고유 명칭이다.
속명 플란타고(Plantago)는 밟힘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소달구지가 다니는 길은 질경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서식처다.
땅속줄기를 이용해 길가 빈터를 넓게 차지한다.
새로운 터전은 사람과 동물을 이용해 찾아 나선다.
긴 꽃차례는 아래서부터 위로 피며, 윗부분에 꽃이 필 때쯤이면 아래에서는 이미 열매가 익어 터진다.
종자는 흑색이며, 물기와 접촉하면 약간 진득진득한 점액을 방출하고,
사람과 동물 발에 붙어서 퍼져나간다.
주로 물기가 충만한 장마시기에 왕성하게 꽃 피고 열매를 맺는다.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에는 동물의 외출도 적고 이동도 적다.
1년 중에서 밟히는 빈도가 가장 낮을 때이기에 질경이에게 최적의 웨딩시즌이다.
질경이는 아시아 전역에서 관찰되며,
지구상에 어디에도 밟히는 곳에는 질경이와 그 모양이 닮은 대응종이 살고 있다.
중부유럽 공원에는 질경이와 똑같아 보이고, 사는 서식처환경도 똑같은 종(Plantago major)이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질경이와 아주 비슷하지만 식물체에 억센 털이 많은 털질경이(Plantago depressa)가
있으며, 질경이와 털질경이 중간 정도의 털을 가진 개체도 자주 만난다.
북한지역에서는 질경이보다 털질경이가 더 흔한 것으로 나온다.
대기오염이 심하고, 너무 자주 밟히는 도시지역에서는 두 종 모두 매우 드물다.
온난한 도심 거리 한 모퉁이에 질경이라도 살고 있으면, 여전히 사람이 살만 한 생활환경으로 안심해도
좋은 징표일 것이다.
무심천의 산책길 옆에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인 창질경이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질경이 잎보다 길쭉하고 창처럼 생긴 꽃의 모양으로 질경이와 쉽게 구분이 된다.
질경이는 4~8개의 씨가 들어 있지만, 창질경이는 2개의 씨가 들어 있는 것이 질경이와 구분 되는 점이다.
두 질경이 모두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며,
어린 잎을 식용하며, 한방과 민가에서 전초 및 종자를 진해, 소염, 이뇨, 안질, 강심, 임질 해열 등에
약재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은
언제부터 잡초 였을까?
처음부터 잡초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필요에 따라 귀한 약재이고 먹거리 였던것이
언제가부터 성가시고 귀찮아지면서 잡초라는 이름으로
불렸을것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전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함부로 "잡초"라고 부르지 말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참고문헌
자생식물종자사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 정보
한국식물생태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