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면적 2만㎡, 끝이 안 보일 만큼
밭이랑이 이어지는 비닐하우스가 여덟 동이다.
오이를 수확하는 것은 사람의 손이지만 이 넓은
농장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고
침입자 등의 위험을 감시하는 것은 스마트팜이다.
농촌이 고령화하고 농업은
규모화하는 시대의 해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쉬는 날에도 농장 걱정 없어..
노란 오이꽃이 활짝 피었고
오이가 줄기마다 주렁주렁 열렸다.
비닐하우스 여덟 동의 총 면적은 2만㎡에 이른다.
농장에 들어서는데 권영태 대표 혼자서 취재진을 맞이한다.
다음 날인 토요일에 거의 모든 도매시장이
쉬기 때문에 전날 상품을 다 출하했다고 한다.
오늘은 오이 따는 일꾼들에게도 꿀맛 같은휴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쉬는 날에는 이 큰 농장을
누가 다 관리하는 걸까?
"스마트팜이 다 알아서 해 줍니다. 온도와 습도,
환기까지 여기 있는 컨트롤 박스가 모든 것을 제어합니다.
사실 오늘도 저는 여기 꼭 지키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자리를 비워도 누군가 무단으로 들어오면
침입 센서가 작동하니 안전합니다. 그래도 농장이
잘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스마트폰으로 각 동의 현재 상황을 보면 되지요."
권영태 대표가 도시에서 개인택시를 몰다가
고향인 경북 상주로 돌아와
오이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햇수로 12년째다.
10년 전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하여
올해 3월에는 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그의 귀농 일기는 최근
한국이 걸어온 농업 첨단화의 궤적과 나란히맞물린다.
평범한 오이 농장이 스마트팜으로 진화하기까지
"하우스를 짓고 나서 첫 2년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어깨너머로 슬쩍 봤어요.어떤 집에는
물이랑 비료가 자동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을 해 놓은 거예요.
'나도 저렇게 해야지'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다음에 또 다른 집에 가 보니 책상에앉아서
리모콘으로 하우스를 열고 닫는 거예요.
나는 100m를 뛰어다니면서 동마다 스위치를 누르고
있었는데. '아, 저것도 해야겠다' 해서 또 설치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마련하면서 스마트팜까지 온 거예요."
기계화·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팜은 다르다.
온실 내의 기온 변화를 감지하고 환풍기를 돌리거나
난방기를 가동하는 것은 자동화 시스템에서도 가능하다.
스마트팜은 한발 더 나아가 작물의 생육 상황 및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시스템이 미리 알고 정밀하게 조절한다.
햇볕 쨍쨍한 여름날 실내 온도가 25°C가되고 나서야
문을 열면 때는 이미 늦다. 온도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실내 적정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 문을 열고 닫아야 할지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다.
오이 농사에서는 온도와 습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오이는 전체 성분 중80%가 수분이라 ‘물외’라고도 불린다.
권영태 대표는 하우스에 4중 창문을 설치하고
스마트팜으로 온도와 광량을 조절한다.
특히 겨울 오이는 난방과 더불어습도 조절이 관건이다.
건조해서도 안 되고 습도가 너무 높아도
곰팡이가 기생하여 생기는 노균병이 온다.
권영태 대표는 올해 봄에 설치한 스마트팜이
겨울 오이 농사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와 늘 함께 가요
인건비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오른 시대,
권영태 대표는 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이 없었다면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한 보조금으로
업체와 협의하여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도난 방지 센서와 CCTV 설치까지 끝냈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와 늘 상의하고 교류합니다.
안 하면 안 돼요. 토양조사 같은 건 농민들이 암만
들여다봐도 몰라요. 분석 기계를 직접 사들일 수도 없고,
기계가 있어도 수치를 분석할 줄 모르잖아요.
샘플을 떠서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 갖다 주고 필요한 것을
기하면 원하는 대로 분석하고 해법도 조언해 줍니다.
한번은 갑자기 이유 없이 한 그루가 죽은 적이 있었어요.
내가 암만 봐도 알 수가 없지요.
통째로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 갖다 줬더니
세균성 곰팡이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처방을 어떻게 해야 된다,
약재는어디 가면 있다, 처방을 내려줘요.
농업기술센터에서 답이 안 나오면
경상북도농업기술원으로 보냅니다.
정확한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요.
정확해야 되거든요. 우리는 1년 농사가 달려 있으니까요.”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체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을
공유하고, 요청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등
권영태 대표를 비롯한 농민들과 상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상부상조의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 오이 농장 1세대로서 권영태 대표의 경험은
한국 농업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한 유의미한 피드백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하는 농촌 사회, 스마트팜은 필수적
농사짓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농업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자동화와 스마트팜은 필연적인 진화다.
면적은 넓고 관리할 사람은 없다.
인건비도, 경비도, 물가도 오르는데
오이 가격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 농장주 혼자서 물 주고 약 치고 모든 관리를
다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장 설비를 자동화하고 스마트팜으로 만들면서
10년 전과 지금 권영태 대표의 일상은 기적으로 변화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꾼 뒤 일손은 덜고 수확량은 늘었다.
스마트팜을 들여와 농장 일에 얽매여 있던
삶이 자유로워졌다. 이뿐만 아니다.
매일의 농장환경과 작물 현황이 데이터로 축적되니
미래를 예측하고 농사를 미리 기획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에는 하우스 열어서 환기하고 시내에 나갔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하면
열일 제쳐 두고 되돌아와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 걱정이 없지요.
스마트폰으로 지켜볼 수가 있으니 마음에 딱 들어요.
우리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스마트폰 이런 게 나올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무도 생각 못 했지.
앞으로는 또 어떤 게 새로 나올지 모르겠어요.
이제 나이도 들었고 옛날처럼 그렇게 일하지는 못해요.
앞으로의 고령화사회를 생각해 보면
스마트팜 쪽으로 가야 해요. 가게 될 거예요.
시설 농업은 분명히 그렇게 가야돼요.
이것보다 더 좋은 게 나오면요? 또 배우러 가야지요.”
[그린매거진 5월호에서..]
첫댓글 이젠 농사도 우리 힘으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스마트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