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처럼 쉽게 잊지 못하는 일이 아마 첫캠핑일런지도....
방태산은 내게 그런 존재다.
희안하게 다른 캠퍼들과는 달리 캠핑의 입문을 국내가 아닌 일본원정 캠핑에서 시작한 고로 진정한 내 첫 캠핑은 방태산일 것이다.
일본에서의 캠핑은 익스트림 여행에 가까운 모험이었으니까... 꿈결같은 ㅎㅎㅎ
아주아주 오랫만에 2박3일의 휴가를 내어 방태산으로 나선다.
가까운 경기도 쪽으로 주로 캠핑을 다니다 보니 인제는 봄에 드라이브로 왔다가 가을문턱이니 꽤 오랫만이다.
아직도 펄펄 끓는 8월의 한복판인데, 이상하게도 기온은 쌀쌀하다.
새벽에 나선 길에 반팔차림이 썰렁하다.
가뜩이나 고도가 높은 방태산자연휴양림은 아마 도착하면 꽤나 가을분위기이리라...
계곡이 퍽이나 좋은 방태산에서의 신나는 물놀이를 기대했것만 이렇게 서늘한 날이라면 계곡에서 물놀이는 어려울지도...

숲그늘이 짙게 드리운 방태산에 오늘을 쉬게 해줄 집을 짓는다.
아직은 이른 시간... 건너 건너 이웃집마다 아직은 데크를 비워 두고 찾아올 손님을 기다린다.
늘 친구들과 북적이며 찾았던 방태산에서 이렇게 호젓하고 아담한 집을 지으니 이 또한 새롭네.
어느새 방태산자락에서는 이르게 찾아올 가을의 냄새가 맡아지곤 하였다.

집을 짓고 출출한 배부터 채우러, 근처의 두무대 송어양식장(033-463-1020)으로 향한다.
언제나 싱싱한 송어가 뛰노는 적당한 연못이 있으니 이곳의 송어맛은 인제에서도 둘째라면 서럽겠다.
그 전에는 이곳에서 포장을 해가서 캠핑장에서 먹고는 했는데, 직접 양식장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별미구나.
우선 선홍색이 고운 송어회와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송어튀김을 내온다.
비빔회는 처음이라는 그는 야채에 고소한 콩가루를 얹어 아삭한 야채에 새콤한 초고추장을 얹어 먹기보다 회째로 덥썩 집어든다^^
그러나 역시 송어회는 비빔회가 제맛!!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1kg의 3만원 가격이면 회와 튀김을 반반씩 나누어 주문을 넣어도 친절하게 만들어 주니 일행이 단촐하다면 이렇게 먹어도 좋겠다.



어느새 해가 짧아진 캠핑장의 오후.....
이웃집 텐트위로 숲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벽지처럼 드리운다.
세상의 어떤 고급벽지로도 만들 수 없는 시시각각 변하는 숲의 음영이 고스란히 이웃집 텐트아래로 성큼 내려선다.
숲에서 맛보는 가장 달콤한 오수를 즐기러 텐트로 들어간 그를 두고, 찬찬히 산책을 나선다.
일주일전만 해도 여름휴가를 맞아 까르르 아이들의 물장난 소리로 넘쳤을 계곡은 부쩍 쌀쌀한 날씨덕분에 고적하다.
아이들처럼 물장구를 푸파거리며 칠 수는 없어도 무릎까지 담근 발이 시리도록 계곡가를 나는 떠나지 못한다.


성질급한 낙엽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숲가에 드리우고, 아직도 고운 각시투구꽃은 제철을 맞아 꽃분홍으로 또는 하얀 크림색으로 산책하는 내내 소소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네.
여전히 방태산 취사장의 물은 한여름에도 손이 얼얼하도록 차갑다.
이 마저도 한결같아서 너무 반가우니, 나의 Stil my No.1은 역시 방태산!!


한가한 주말 휴양림의 오후!!
아이들의 물놀이로 적셔진 빨래들이 걸려 있는 건너집의 텐트는 마치 여염집의 안마당 같으니...
나는 이 숲을 서재삼아 간만에 한껏 책을 보아도 좋았다.
겨울노을님의 [숲 어딘가 두평마음의 집이 있다]를 일부러 아껴서 읽는다.
일부러 캠핑장에 올때마다 한 체터씩 읽는다.
오늘은 겨울의 중미산 이야기.... 하얗게 눈에 쌓인 숲을 보고 있으니 초가을의 이곳도 마치 금새라도 눈이 올듯하다.
올 겨울이면.... 다시 스노우캠핑을 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한가로운 숲에서라면 친구는 FM 라디오의 잔잔한 노래와 아이스쿨러에서 갓 꺼내온 맥주 한캔이면 족하다.


오수에서 부스스 깨어난 그를 데리고 아랫쪽 이단폭포와 방태산에 올때마다 찾는 비밀스런 작은 폭포로 잘란잘란 나섰다.
앞서 손을 잡고 찬찬히 걷는 젊은 커플의 뒷모습이 숲과 어울려 다사로왔다.
우렁우렁한 이단폭포도 좋았지만, 여전히 산한켠에 자리잡고 작고 소담하게 흐르는 나의 작은폭포가 더 사랑스러웠다.

캠핑장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도시에서 환하던 불빛이 여기서는 겨우 건너편 사람과 내 발밑을 비출 정도이지만, 환하지 않을 때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숲안에 다 있으니까....
음악소리는 낮보다 더 나직히 흐르고 우리의 이야기 소리는 더 소근소근하다.
서둘러 떠나지 않아도 좋을 이 밤의 시간이 쭈욱 계속 되었으면....

두어해전 캠핑으로 다니러 왔던 청태산으로 방태산을 떠나서 왔다.
일부러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피해 구불구불 이제는 잊혀진 옛 영동고속도로를 타고서 말이다.
오히려 국도같은 풍광이 남아 있는 옛 영동고속도로는 시골길 같은 구수함이 있어서 더 좋았다.
성수기가 지난 휴양림의 숙소는 말끔하게 단장되었다.
베란다쪽으로 창을 가득 열면 준비된 것처럼 별들이 방안으로 뛰쳐 들어 오곤 하였다.
하루밤을 보내고 떠나올 시간이 되자 우리는 일부러 느릿느릿 길게 숨을 내쉬며 숲을 걸었다.
한가롭던 요 며칠을 더 붙잡아 두기 위해서...
말수가 많지 않은 둘이서 보낸 며칠은 오히려 멀리 떨어져 전화로만 대화할 때보다 적었으리라..
그래도 함께 이 모든 시간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또한 이 땅에서 가장 사랑하는 숲속에서라면 말이다.
첫댓글 캠핑 후기인가요? 책에 있는 내용을 옮겨 놓은것 같아요 ㅋ
네. 그냥 얘기하듯 편하게 쓰는 편이라서요^^
잘 보고 갑니다. ^^
두개 다 댓글도 달아주시고, 더 감사합니다. ㅎㅎㅎ
휴일 오후 ..잠시 사무실에 나왔는데..글 읽다가 졸음이 스르륵 옵니다.^^
참..편한 후기 입니다.이럴 상황이 아닌데..여유를 느낌니다..ㅎ
잠시라도 하얀늑대님께 여유를 드렸다니 저도 기쁩니다.
전 오늘 비 쫄딱맞고 방태산 정상 밟고 귀가하는 중입니다. ^^
아코~ 강원도 쪽에는 비가 내렸다더니 우중 등산하셨군요. 그래도 방태산은 여전히 좋으셨죠? ㅎㅎ
사방이 우윳빛으로...ㅋ
계곡라인은 그 명성만큼 좋더이다.
숲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 지는건 ... 어쩌면 함께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보기 좋습니다.
함께 캠핑을 가긴 하는데..ㅎㅎㅎ 따로 있는 시간도 많아요.
아~ 좀있으면 단풍지겠네요..방태산의 단풍 정말 예쁩니다..
가을단풍은 방태산이 최고죠. 끝내주게 단풍이 들면 또 가야죠.
오랬만입니다..^^; 탈퇴한줄 알았어요.ㅋㅋ
아니...이 좋은 오지캠핑을 탈퇴라뇨. 내쫓아도 안 나갑니다. 알면서~~ㅎㅎㅎ 지방으로 가버린 CS님 덕분에 주말스케줄이 엉망이라서뤼 주말정모며 번개에 영 참석이 어렵네요. 아주 쉬는날이 지맘대로예요.
와우!... 넘 좋은데요... 담주에 방태산 갈건데 물고기자리님 따라해야지.. 송어 엄청좋아하는데..
누구랑 가실지 사뭇 궁금하다는요. ㅎㅎㅎㅎ
한주정도는 CS님 포기하시고 주말정모 참석하시지요....
사실 CS님도 뵙고 싶은데...얼굴 뵌지가 너무 오래전이라...
글게요. 확~그럴까봐요. 이번주에 함허동천 정도어떠세요?
그러게요... ㅋㅋ 요즘 이렇게 알콩달콩 CS님하고만 다니시느라 저희를 따~~ 시키시는군요... ㅠㅠ
왠지 섭섭... ㅋㅋㅋ 10월에는 CS님과 함께 얼굴 뵐 수 있게 해 주세용~~~ *^^*
역쉬 이번에도 멋진 후기 정말 잘 보았어요~~ ^^ 나도 10월에 방태산 한번 가야쥐~~ ㅋㅋㅋ
저도 피해가 막급이라는요^^ 10월 방태산은 너무 좋죠. 이번 주말엔 아니 달리시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펄떡 펄떡~~~
에고,,배아퍼라,,ㅋ
저보다 더 신난게 날아다니시는 전기님이 배아프시면, 저는 떼구르르 굴러야 합니다.ㅎㅎㅎ
적가리골 이폭포 저폭포가 그립네요 두번이나 다녀왔는데ㅎㅎ
태풍으로 비가 너무 퍼부어서 제대로된 트레킹을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자주 가려고 꼽고 있는 한곳입니다.
요샌 자주 길잡지 못하지만 백무동으로 지리산을 오르거나 내릴 적이면 가능한 송어회 먹게 되지요. 송어회 사진만 보입니다...꿀꺽 ㅠ.ㅠ
저도 회중에서는 송어회 비빔이 젤로 맛있는 중에 하나예요. 저어기 산그늘 아래서는 더 맛나지요.ㅎㅎ
풍광사진보다 더 멋진후기네요. 직업이 소설가? 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아이코...과찬의 말씀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