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5. 등자(橙子)
법안(法眼)이 등자(橙子: 평상)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등자를 알면 두루하고도 남음이 있느니라”
그러자 운문(雲門)이 말하였다.
“등자를 알면 하늘과 땅보다 멀리 떨어지리라.”
숭승공(崇勝珙)이 송했다.
숭수(崇壽:법안)는 두루하고 남음이 있다 하고
소양(韶陽:운문)은 하늘과 땅 사이보다 멀다 하니
노파가 아미 뱀에다 발을 붙였고
고추(古錐)가 다시 종지의 구슬을 희롱한다.
구슬을 보는데 하필 비단 휘장이며
사람을 밟은 것이 어찌 망아지뿐이랴.
한 판, 두 판에 세월이 가니
마침내 백발은 누가 이기나?
설두현(雪竇顯)이 염하였다.
“은혜가 넓어서 산을 감출 수 있고
이론으로 표범을 굴복시킬 수 있다.”
취암열(翠嵓悅)이 염하였다.
“관(官)으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으나
사사로이는 거마(車馬)도 통한다”
보녕수(保寧秀)가 이 이야기에 이어,
천의회(天衣懷)가 “등자를 알면
도남(梌楠) 나무로 만든 것임을 안다”고 한 것을 들어 말하였다.
“나 서현(捿賢)은 그러지 않으리니,
등자를 알면 네 다리가 땅에 꽉 닿았다 하리라.
대중들아,
그 사이에 하나는 나오고 하나는 들어가며
반을 합하고 반은 나뉘며 얻음도 있고 잃음도 있으며
친함도 있고 성김도 있으니
안목을 갖춘 납자는 마음대로 점검해 보라”
천복일(薦福逸)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에 이어
설두의 염을 들어 말하였다.
“분명하구나,
이것도 한 때요 저것도 한 때이니,
옳음도 옳지 않음도 없으나
만일 자세히 점검하건대 역시 병과 약이 서로 다스리는 것이다.
나 천복(薦福)은 그러지 않으리니,
등자(橙子)를 알면 오래 앉아서 피로만 쌓이느니라.
진중(珍重)”
또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여러 선덕들아, 알고자 하는가?”
그리고는 양구했다가 말하였다.
“누구의 집 후원 못에 떠있는
한 쌍의 원앙(鴛鴦)을 그리지 못하는고?”
장로색(長蘆賾)이 이 이야기를 들고,
이어 천의회가 말하기를
“등자를 알면 도남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안다”고 한 것과
원통(圓通:보령)이
“등자를 알면 네 다리가 땅에 닿았다” 한 말을 들어 말하였다.
“산승은 그러지 않으리니 등자를 알면 단지 등자이니라”
해회연(海會演)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배를 건너고,
한 사람은 물을 건넜다.
만일 점검해 낸다면 그에게 바른 안목이 있다고 인정하리라.”
육왕심(育王諶)이 염하였다.
“등자를 안다 함이여,
방석에 한가히 기대어 별다른 일 없으니,
긴 날에 적적하여 태평세월을 고맙게 여긴다”
운문고(雲門杲)가 염하였다.
“등자를 안다 함이여,
머리를 깎고 발을 씻으리라.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느니라.”
說話
“……를 알면[識得]……”이라 함은
온 누리가 하나의 등자(橙子:평상)라는 뜻이요,
“천지(天地)”이하는 그렇게 이해해도 또 옳지 못하다는 말이다.
숭승(崇勝)의 송에서
“노파(老婆)”는 법안이요,
“고추(古錐)”는 운문이다.
“구슬을 보는데
하필 비단 휘장이랴[見珠何必羅帳]”라 함은 운문이요,
“사람을 밟는 것이 어찌 망아지뿐이랴[踏人豈在馬駒]”함은 법안이다.
앞에는 긍정치 않고 뒤에는 긍정했다.
“한 판, 두 판에[局來局去]……”라 함은
둘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설두(雪竇)의 염은
두 선사의 선 자리가 매우 끝없다는 뜻이다.
취암(翠巖)의 염은
정관(定款)에 의해 판결을 내린 것이니
각각 두 선사의 분상(分上)에 배속(配屬)시켰다.
보녕(保寧)의 거화에서
“도남나무로 만든 것이다[梌楠木造]”라 함은
양쪽 끝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요,
“네 다리가 땅에 닿았다[四脚着地]”함은
낱낱이 편안히 놓였다는 뜻이니,
법안과 운문은 좌우(左右)의 경지요,
천의와 보녕은 중간의 경지이다.
“하나는 나오고[一出]”라 함은 법안의 경지요,
“하나는 들어간다[一沒]”함은 운문의 경지이다.
“반은 합하고[半合]”라 함은 천의의 경지요,
“반은 나뉜다[半開]”함은 자신을 이른 말이다.
“얻음도 있고 잃음도 있다[有得有失]”함은
법안과 운문에 속하고 “친함도 한 때라[彼一時]”함은 법안이다.
“옳다 옳지 못하다[可不可]”함은
법안의 쪽에서 보면 법안은 옳고 운문은 옳지 못하며,
운문의 쪽에서 보면 운문은 옳고 법안은 옳지 못하며,
설두가 염한 뜻으로 보면 옳음도 옳지 못함도 없다.
“약과 병으로 서로 다스린다[藥病相治]”함은
법안과 운문이 서로서로 대치한다는 뜻이니
앞에서 “옳다 옳지 못하다……”한 것과 같다
“오래 앉아서 피로만 쌓인다[坐久成勞]”함은
뿌리까지 뽑아버린 것이다.
우상당(又上堂)은 법안과 운문이 하나인가 둘인가?
앞의 것은 한 점 높이 붙인 것이요,
이것은 여기에 근거해서 밝힌 것이다.
장로(長蘆)의 거화에서
“단지 등자이다.[只是橙子]”라 함은
앞의 허다한 일이 없다는 뜻이다.
육왕(育王)의 염과 운문(雲門)의 염은
“단지 등자일 뿐이다”라고 한 뜻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