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155마일 DMZ는 "살아있는 동·식물원" |
서울에서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임진강을 만난다. 이 임진강의 남쪽 제방이 바로 민간인 통제 구역(민통지역)의 남방한계선이다. 민통지역과 군사분계선 사이가 유명한 비무장지대(DMZ)이다.
비무장지대는 동해부터 서해까지 155마일(248㎞)에 이르며 폭은 4㎞이다. 전체 면적은 907㎢로 우리나라의 허리를 가로지른다. 민통지역은 민간인 통제선 북쪽으로, DMZ의 남방 한계선 이남에 5~20㎞의 폭으로 설정됐으며 면적이 1369㎢에 달한다. 또 접경 지역도 있는데 민통지역 일부와 민통 이남 지역이 포함되며 면적이 7678㎢이다. 접경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DMZ와 민통지역은 2276㎢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지역은 남북대결과 분단이라는 비극의 상징물이면서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곳에서는 수생식물 99종, 육상식물 361종이 조사됐고 곤충 114종, 양서·파충류 20종, 포유류 11종, 어류 24종, 조류 58종이 확인됐다. 특히 덤불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쇠뜸부기사촌, 뜸부기, 쇠제비갈매기, 쏙독새, 청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물까치, 청호반새 등 11종의 희귀종이 발견됐다. 또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지정된 재두루미를 비롯해 두루미, 붉은배새매, 참매, 알락개구리매,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흰꼬리수리, 개리, 고니, 큰고니 등 13종의 천연기념물이 조사됐다

▲ 끈끈이주걱 같은 희귀식물도 있어
▷ 고라니, 삵 등 국제적 보호종과 얼룩동사리, 몰개와 같은 한국 고유종, 남생이 구렁이 맹꽁이 등 환경부 지정 특정 야생동물로 지정된 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흰꼬리수리와 두루미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조사를 통해 비무장지대의 사천과 대성동 어룡저수지, 민통지역의 석곶리 지역은 철새들에게는 천혜의 서식지임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부 비무장지대에 직접 들어가서 생태계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천연기념물 16종, 멸종위기종 4종 서식
▷ 산림 지역에서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키버들 등 288종의 초목이 자라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면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와 적색자료서(Red Data Book)의 등록종인 산양을 비롯해 수달, 고라니, 노루 등 25종의 포유류와 큰기러기, 청둥오리, 중대백로 등 46종의 조류, 환경부 보호종인 까치살모사를 비롯하여 18종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이 지역은 하구언 습지나 묵논 습지 그리고 사구와 함께 주요 생물다양성 지역(Prime Biodiversity Areas)으로 지정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다

▲ 효과적 보존 방법 모색
▷ 그동안 DMZ는 개발·보존에서 모두 제외된 ‘유보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간 도로 개설 등으로 한창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과정에서 DMZ 주변의 자연환경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공동조사단의 임무이다. 그동안 공동조사단은 당초 해안 쪽으로 그었던 철도와 도로 노선을 육지 쪽으로 일부 변경토록 했다. 또 야생 동물 이동 통로의 설치, 하천 호안의 친환경적인 시공, 임시도로 개설 구간의 녹화와 생태 복원을 주문하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센터의 규모도 축소토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 DMZ는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는 감수해야 한다. 절토·성토 등으로 지형이 변화하고, 동물의 주요 이동통로가 차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MZ는 지금 개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시급히 복원되어야 한다. 대암산 용늪도 육화되어가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DMZ와 민통지역에 관한 생태지도 하나 없다. 하루 빨리 종합적인 생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 자료를 토대로 환경친화적 토지 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 DMZ 관리 전략과 행동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현세대가 지금 당장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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