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칼스버그컵 축구대회에서 한국과 맞붙게될 예정인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가 스폰서쉽 계약 문제로 인해 주전선수 3명을 대표팀에서 제외시켜 유럽 전역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2002월드컵 유럽예선 아르메니아戰에서의 솔샤르(右) 사진-Reuters특약]
국대팀을 위해 희생하라?
사건의 발단은 노르웨이 축구협회(이하 NFF)이 체결할 예정이던 총액 3천만 파운드 상당의 스폰서쉽 계약에 이들 3인방이 사인을 거부한데서 비롯됐다. 엄브로, 코카콜라, 컴팩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업체들이 관련된 이번 대표팀 스폰서쉽 계약은 NFF 사상 최고액 계약인데다 노르웨이 축구가 상업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수 있는 전기라는 면에서 유럽 전역의 관심을 끌어온 것이 사실. 그러나 계약을 앞두고 노르웨이 슈퍼스타 3인방인 솔샤르, 로니 욘센(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베르센(토튼햄 핫스퍼)가 서명을 거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계약서의 내용에는 선수들이 개별적인 스폰서쉽 계약을 맺을수 없게끔 명시되어 있었고, 개별계약을 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려오던 이들에겐 이러한 조항이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영국 리그에서 뛰는 또다른 스타 몇몇이 '3인방'의 노선을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플로(셀틱), 에릭 바케(리즈Utd), 헤겜(리버풀), 뮈레(에버튼) 등 국가대표 주전선수 몇몇이 3인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문제는, 이같은 슈퍼스타들의 '반발'에 대해 노르웨이 축구협회가 '대표팀 제외'라는 초강수 맞불을 놓으며 이들의 징계에 나선데서 시작됐다. 국가대표 소속 선수 전원이 스폰서쉽 계약에 사인하지 않을 경우 액수가 반으로 줄도록 되어 있는 탓에 협회로서는 일단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함으로써 전액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할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해 NFF의 옴달 회장은 "우리는 몇몇 선수들이 협회와 미래를 함께하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고 실망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미래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것이고,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들의 대표팀 제외 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같은 방침이 최선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들이 이 3명의 전철을 밟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라며 "몇몇 선수가 국가대표팀의 재정운영을 망쳐놓는 것을 보고만 있을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중요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라는 말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3인방을 비롯 이번 '반란'에 연루된 선수들의 대응은 일관되지 않은 상황. 현재 솔샤르(Solskjaer)만이 '사인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이며, 헤겜과 에릭 바케는 조만간 서명할 예정인 것으로, 이베르센-플로-욘센-뮈레 등은 서명 여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샤르, 국가대표 은퇴?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게터 솔샤르(Solskjaer)는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NFF의 국가대표 제외 방침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히며, 나아가 국가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발언까지 덧붙이는등 강경한 자세로 NFF의 방침을 비난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미 협회로부터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국대팀에서 제외하겠다'는 위협을 받았었다"고 전하며 "계약이 아직 진행중이라 하더라도 나는 사인하지 않을것이다. 협회의 결정에 매우 충격을 받았지만, 더 큰 아픔은 사람들이 나를 '돈만 밝히는 녀석'으로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노르웨이 대표팀을 위해 헌신해왔고 이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인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 자신의 초상권에 대한 결정권을 내 스스로가 갖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계약서에 따르면 국대팀에서는 개인 '솔샤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이었다. 단순히 돈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나는 내가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들(Bama, Tine)과 여전히 좋은 관계에 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이 계약에 서명하지 않음으로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료로 그들의 스폰서쉽 계약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연습장에서의 솔샤르 사진-Reuters특약]
앳된 외모에 걸맞지 않는 골결정력으로 '동안(童顔)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한 솔샤르는 지난 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펩시콜라 광고에 출연한뒤 NFF에 벌금을 물었던 경력이 있다. NFF가 코카콜라와 스폰서쉽 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 또한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음료광고에 출연하기로 계약했었지만 이 역시 비슷한 이유로 NFF에게 제지당해 무산된 기억이 있다.
한편 이베르센은 협회가 자신들을 추방한 것에 대해 "나는 그들(NFF)과 합의할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3인방)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그들의 방법은 멍청하기 짝이없는 것이었다"며 협회가 자신들을 추방한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는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다. 때문에 NFF와 합의점을 찾는데 주력을 다하고 싶다"고 밝히며 계약문제를 놓고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대표팀 감독 셈(Semb)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협회로부터 3인방의 제외를 명받은 상태인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대표경력이 이미 끝난것은 아니다. 현재의 결론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이같은 결정이 굳어진다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일이 잘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초강경 징계조치를 내세운 NFF측도 3월부터 재개되는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문제로 인해 선수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3인방을 비롯한 주축선수들이 이탈할 경우 예선통과마저 자신할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싸움에 등터진 한국의 축구팬들
한편 이같은 노르웨이 축구계의 파문이 엉뚱하게도 국내 축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24일부터 시작되는 칼스버그컵 대회 때문.
솔샤르를 비롯한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국대표팀과 일전을 벌여주길 기대하고 있던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이들의 불참이 대단히 큰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어서 NFF와 선수들간의 협상 여부가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