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19. 10 .19
산행인원: 모닥불, 일보, 소백, 사계, 상고대,메아리대장, 무불, 대간거사. 8명
산행궤적:
04:55 출발
06:50 무덤 아침식사
09:13 진조산 1차
11:30 점심
12:04 2부산행 시작
13:50 진조산 2차
15:10 산행종료
궁금해서 찾아봤다. 산진이형 산행기에 3회,낙동정맥 1회, 오늘 2회가 되니 도합 6회 진조산을 올랐다. 진조산의 모든 능선을 빠짐없이 섭렵한 셈이다. 낙동정맥상 오지중의 오지로 몇 안남은 청정지역이라는게 진조산에 대한 표준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가끔 사람 북적이는 문명이 번잡스럽다고 느껴질 때, 자연 그대로의 자연, 500년전 조선의 자연을 맛보고 싶다면 한번 와 볼일이다.
05:00 현재 비는 안오지만 방금전까지 비가왔는지 푹젖었다. 손대면 후두둑 물방울이 날린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메대장이 나선다. 역시 대장은 대장이다. 오늘 내내 선두를 지킨 메대장은 추위에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완전히 젖었다. 하지만 뒤에서 꾀를 부려도 바지와 신발이 젖어 척척하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는 법. 오늘 산행이 풀어진 이유다.
무덤가 이외엔 하늘이 열린 곳이 없다. 망자에겐 미안해도 무덤가에서 쉬고 먹는다. 한번 젖어보시라. 다 귀찮아진다.
쥐띠들. 어둠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해 다른 찌질이들과 차원다른 월등함을 보였다. 이에 표창장을 수여함
06:50 무덤가에서 아침. 젖었어도 먹어야 산다. 상고대 김밥은 여전히 맛있다. 가져온 햄버거를 먹다버리고 젓가락을 드리민다. 오지에서 먹는 재미도 구성요소의 하나다. 인생 뭐 있겠나.
시간 너무 걸린다. 비에 젖은 잡목 헤치기가 보통이 아니다. 축축하고 춥고 꾀난다. 저절로 잔머리가 굴려진다. 임도로 내려서서 마을길을 걷는다. 사방에 개들만 바쁘고 사람구경 하기 힘들다. 이래야 오지지, 아니면 청정지역이라 하겠나.
09:13 네시간 걸려 도착한 진조산. 두개의 무덤이 의연하다. 관리가 되는듯 상태가 깨끗하다. 그다지 길지도 않은 능선을 많은 시간 걸려 올랐다. 그만큼 등로상태가 짭잘했다는 반증. 잡목보다 나무가지에 붙은 물방울이 무섭다. 옷과 등산화가 젖으니 춥다. 번팔로 버티던 일보님도 비옷으로 무장한다.
1차 진조산 인증. 추워도 웃는다. 이남이도 아닌데 울 이유가 있겠나.
기형도는 그의 시'질투는 나의힘'에서 '나는 한평생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지만, 정작 내 자신은 사랑하지 못하였다'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뭔가. 사람이 자신을 한껏 풀어주고 달래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는 게 자신을 사랑하는 건가. 내게 꿀물과 게으름을 선사하면 그게 잘 사는 인생인지, 여기 진조산 두개의 무덤을 보며 자문해본다.
1차 하산길에서 그냥 멋있어서 한장.
임도를 만나자 아무도 풀숲에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할수없이 임도를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골과 임도. 바람도 약간 불고 죽었던 산판에도 생명이 돌아온 듯 하다. 임도를 길게 내린다. 중간에 차를 불렀지만 차단기로 막아놓아 도로까지 길게 걸어 내린다.
도로가에서의 점심. 먹는 건 이유불문 즐겁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내린 능선 안쪽능선으로 진조산을 다시 한번 접견하는 것이나, 차량 통행 불가로 코스를 수정한다. 쌍전리 깊숙이 들어가 진조산을 오르기로 한다.
12:04 차량이동후 2부 산행시작. 이번엔 무불을 앞세운다. 보기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오늘 무불이 없었으면 메대장이 막내로 주전자들고 다닐 뻔했다. 요즘은 귀한 막내. 금이야, 옥이야 살살 다뤄야한다. 금지옥엽 무불. 아무 걱정말고 산에 나와, 형들이 다 해 줄께.
금지옥엽 무불.
통고산. 시계가 좋아 정상의 돌탑도 보이는 것같다
석포의 진산. 백병산. 우뚝 솟은 모습이 믿음직하다.
2차 진조산. 하루에 두번 정상을 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행복한 표정이다. 산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 어디에서 웃고 즐기랴. 즐거울 때 즐거워하는 것도 내 자신을 사랑하는 좋은 방법이다.
2부는 차량을 세워둔 곳으로 원점회귀하기로 했지만 누군가가 고의로 원의 중심을 가로 질러 마을로 쏟아져 내린다. 다들 의아해 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 초반에 이런 골짜기를 지나면 곧 끛피고 새 우는 고향같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15:10 하산치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어떻게 된건지 요즘 매주 우중산행에 질렸던 터라 아쉬움은 없다.
노란꽃과 단풍. 바야흐로 가을이다. 한번쯤 센치해 봐도 된다. 요즘 삶이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그렇게 흥분할 일도 아니거늘. 누가 내 몸짓에 알맞는 이름을 불러다오. 너에게로 가서 꽃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는 모두 꽃이 되고 싶다.
첫댓글 오지에서 오지스러움을 만끽한 산행이었습니다. 근데 너무 조촐한 인원이어서 아쉬웠네요.
역시 빠르십니다. 당일배송 산행기ㅋㅋ 저는 일주일 묵혀야 시간에 쫒겨 겨우 쓰는데 부럽습니다. 메대장님이 막내가 될 수도 있었다니요, 저런 위기 일발이. 거의 매주 비가 계속되는군요. 그래도 여우로운 모습들 보기 좋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향기 좋은 ㄷ ㄷ주에벅젖은 하루였읍니다.
낮에는 네잎 찾느라 좋았고 식당에선 마시느라
다음은 어디에서 진한 향기를 접할지
오전에는 추위에, 오후에는 향기에...아주 덜덜, 흐뭇한 하루였습니다...거꾸로 시작했으면 2부는 포기했을 거에유
하루에 두번 오른 진조산, 웃고 있는것이 진짜 웃는건가요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진조산도 머지 않아 사막으로 변할 듯 ㅋㅋ
진조산 육회등정을 감축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