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횟집 / 권선희
폭력으로 좀 살고 나온 아들이 제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어미 명의 오두막 팔고 수협 대출 받아 차린 횟집 이름은 ’흥‘이었다. 젊은 놈 밤낮으로 이 악물고 장사하면 빚 갚고도 일억쯤은 우습게 쥘 거리는 계산에 어미도 찬모로 나섰다. ‘축 개업’ 화환이 배달되었다. 바르게살기운동본부, 팔방조기회, 만불산학회, 선주협회, 79동기회가 대박을 기원했다. 헤어졌던 애인도 돌아와 카드단말기 작동 연습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횟집 문 닫았다. 수족관 도다리들도 허옇게 배를 뒤집었다. 재난지원금 몇푼 받으려면 폐업도 못 한다. 대출이자와 밀린 월세가 자꾸 술을 불렀다. 어찌어찌 다시 문 연 지 일주일 만에 벌금 삼백만원 물었다. 거리두기 인원 제한 어겼다고 신고한 후배 놈 찾아가 죽도록 팼다. 합의 본다고 쫓아다니는 사이 애인도 떠나버린 횟집 뒷방에서 어미 혼자 앓고 있다.
-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창비, 2024.06) ---------------------------
* 권선희(權善熙) 시인 1865년 강원 춘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포항문학」 등단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산문집 『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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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꽉 막혀버린 혈관처럼 밑도 끝도 없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어렵게 대출도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차용을 해서 일을 벌였는데, 일이 잘 풀리거나 현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떠할까요. 코로나가 유행을 시작했을 때 사업을 벌였던 다수가 그러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처음 유행했을 때의 상황은 ”이럴 수도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코로나가 걸린 사람이 움직인 동선에만 있었어도 소독이다 뭐다 해서 일정 기간 강제적으로 문을 닫았어야만 했으니까요. 코로나가 다소 잠잠해진 이후에도 거리 두기 인원 제한은 한참 동안 존재했습니다.
시 속에서 화자가 소개하는 ‘흥 횟집’은 여러 사람의 기대를 안고 시작했습니다. 폭력으로 살고 나온 아들이 이번에는 꼭 마음을 잡고 횟집을 시작한다고 했으니, 그의 어머니도 오두막도 팔고 수협 대출받아 아들을 도왔던 것일 테고요. 번듯하게 간판도 올라가고 여러 곳에서 화환도 도착하니 그럴듯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헤어졌던 애인도 돌아와 카드단말기 작동 연습을 했다고 하니, 아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 아들에게는 지독하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필 코로나가 터진 것이죠.
‘운이 없다’라는 말로 이 상황을 갈음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운 때문이라면, 그는 지질히도 운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운이 전부이겠습니까.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삶을 통해서 배웠고, 제가 말석으로라도 시인으로 인정받는 까닭이 지금까지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러 모습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바닥과 만나게 됩니다. 화자가 말하는 아들이 만난 바닥은 코로나였고 대출이자와 월세였습니다. 이때 그의 선택은 ‘술’이었습니다. 이러한 선택이 작을 가능성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술을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는 자포자기해버린 것입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죠.
우리는 모두 이성적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라고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훈수는 쉬운 법이니까요.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재기하는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그와 같은 상황에 부닥쳐진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화자의 이야기는 흥(興)하지 못한 흥 횟집의 이야기입니다. 흥이 나서 시작했으나 그 흥이 오래 가지 못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흥만으로는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는 시이기도 합니다. 흥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떤 벽에 부딪쳐 막혔을 때 얼마나 답답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이기도 합니다.
- 시 쓰는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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