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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Fencing)은 서유럽의 호신용 평복 검술을 규격화하여 발전한 스포츠이다.
오늘날에는 국제 펜싱 연맹(FIE,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이 주관하는
스포츠 경기로서 올림픽,
세계 선수권, 그랑프리 및 월드컵 등 국제 대회가 열리며,
'플뢰레(Fleuret)', '에페(Épée)', '사브르(Sabre)' 세 종목이 정식으로 채택되어 있다.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검술 중에선 그나마 대중적인 생활체육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펜싱의 언어별 표기 |
영어 어휘 '펜싱(fencing)'은 '검을 휘두르다',
'검으로 싸우다'라는 의미의 동사 '펜스(fence)'의 동명사꼴이다.
이는 울타리를 의미하는 '펜스'와 철자 및 어원이 같으며, 중세 영어(Middle English)의 'fens'에서 유래했다.
이 'fens'는 또 오늘날 '방어'를 의미하는 '디펜스(defense; defence)'의 옛 형태 'defens'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래 의미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벽', '방어 설비'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근세에 들어와 이 '방어 설비'라는 개념에 '검'이라는 요소가 은유적으로 추가되면서,
의미가 180도 바뀌어 방어가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는 '검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이것이 오늘날에 이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펜싱' 자체도 원래는 전투와 호신을 위한 검술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스포츠로서의 펜싱이 등장하게 되자
호신술로서의 펜싱과 규격화된 스포츠로서의 펜싱은 서로의 용어를 공유하게 되었다.
이에 양자를 구분하여 부를 때는 서로 '히스토리컬 펜싱(복원검술)'과 '모던 펜싱(현대검술)'이라고 특별히 칭하기도 한다.
한편, 프랑스어로는 펜싱을 '에스크림(escrime, [εskʀim])'이라 부르는데,
게르만조어(Proto-Germanic)로 '방어하다', '보호하다'라는 뜻을 가진
'스키르미야난(skirmijanan)'과 라틴어 '스키르마(skirma)'에서 유래했다.
이 역시 영어 'fence'와 비슷하게 본래는 방어, 방어를 위한 구조물 등을 뜻했지만
고대 게르만어와 로망스어에서 '싸우다'라는 뜻의 'skirman', 'escremir'로 변했고,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스포츠로서의 펜싱을 지칭하는 어휘가 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6세기부터 등장한 레이피어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때의 레이피어 검술은 현대의 펜싱과는 매우 달랐으며,
넓은 보폭, 자유로운 측면 이동, 막고 공격하는 리포스트(Reposte)가 아닌 공방일체의 원리,
이탈리안 스타일의 경우 피격 면적을 줄이기 위해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얼굴만 전면에 내밀고,
최대한 긴 레이피어와 런지(Lunge)로 사거리를 극대화하는 전법을 추구했다.
스페인 스타일 중 특징적인 데스트레자 펜싱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팔을 쭉 뻗고, 커다란 컵가드를 가진 레이피어를 이용해
손의 움직임만으로 레이피어의 찌르기 공격을 빗겨낸다는 개념과 더불어
보법과 공격, 방어의 모든 궤도를 정리하여 하나의 도표로 정리,
기하학의 원리로 설명하는 수학을 응용한 검술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스몰소드와 프랑스의 검사 무슈 라바의 등장으로 현대 펜싱의 기본 이론이 완성된다.
스몰소드는 호신도구가 레이피어에서 권총으로 옯겨감에 따라 도검이 휴대를 위해 짧고 가벼워지고,
베는 날이 없거나 의미가 없을 만큼 폭이 좁으며, 장식성을 추구한 무기로써
말하자면 장식용 바늘이라고 까이기도 하는 무기였다.
그러나 실전성과는 별개로 사회적 조류를 어찌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스몰소드가 새로운 유럽 도검의 대세를 이루며 그 검술을 연구 개발하게 된다.
근본검리 자체는 레이피어에서 내려왔지만 가볍고 빠르며
찌르기만 가능한 도검의 특성에 의해 공방이 분리되는 리포스트, 일직선적인 보법, 왼손에
다른 무기를 드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러한 검술은 무슈 라바의 등장과 함께 현대 펜싱과 큰 차이가 없는 형태로 정립된다.
현대 스포츠로서의 펜싱의 토대가 프랑스 검술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으로,
현재까지도 모든 펜싱 경기는 프랑스어로 진행되며,
프랑스는 펜싱의 종주국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펜싱 강국 가운데 하나이다.
스몰소드는 레이피어의 뒤를 이어 호신/결투용이자 귀족 복식의 악세사리로 18세기 내내 사용되었지만,
점차 도검을 패용하는 문화가 사라져 가면서 스몰소드도 쇠퇴하고
결투의 규칙도 살상에서 상처만 먼저 입혀 피만 보면 이기는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로 규칙이 바뀌면서
이에 따라 손을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컵가드가 붙게 되고, 결투에서 유리하기 위해 길어지고,
차고 다니지 않으므로 장식성도 배제한 단순한 형태가 되며 펜싱의 에페(Épée)가 등장하게 되었다.
플뢰레(Fleuret, 미국식 영어로는 foil)는 에페의 훈련용으로 처음 등장하였다.
이 당시 에페는 실전 검술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진검을 사용했는데 부상을 막기 위하여
에페보다 칼이 가볍고 잘 휘어졌으며,
당시 보호구가 몸통에만 있었기에 전신이 공격 부위인 에페와 달리 몸통만 타켓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플뢰레는 에페보다 스몰소드에서 먼저 파생된 검이지만
현재 펜싱의 플뢰레는 훈련용에서 유래했기에
에페의 훈련용에서 스포츠로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2.4. 사브르의 역사
스몰소드에서 유래한 플뢰레나 에페와는 달리 사브르(Sabre, 미국식 영어로는 Saber)는
슬라브계의 헝가리인이 사용했던 기병용 도검 세이버에서 유래했다.
결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칼이 가급적 가볍게 변화했고,
칼을 회전시키는 뮬리네를 거치지 않고 뻗듯이 치는 기술이 도입되는 등
전체적으로 결투에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검술이 진화했다.
스포츠화가 되면서도 특징이 남아 펜싱에서 유일하게 칼끝이 아닌 칼날로도 득점이 가능하고
상체가 공격 범위이며 펜싱 칼들 중 가장 가볍고 잘 휘어진다.
3. 현대 펜싱의 세부 종목
3.1. 3대 종목
기본 종목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로 나뉘며 각각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
이하 규정은 올림픽 같은 메이저 대회에 적용되는 규칙으로 설명한다.
개인전은 1바우트(bout)[3]당 3분씩 총 3바우트,
9분 동안 진행하는데 (바우트 사이에 1분씩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시간 안에 먼저 15점을 내는 선수가 승리하며 (14-14여도 듀스는 없다.)
3X3분이 지나도 두 선수 모두 15점이 나지 않을 경우 종료 시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승리한다.
만약 3X3분이 지났을 때 동점일 경우는 연장전에서 1분간 원 포인트 승부를 펼치는데
심판이 연장전 돌입 이전에 추첨(보통 동전던지기)으로 우선권을 결정하여 득점이 없이
연장전이 끝날 경우 우선권을 가진 선수가 승리한다.
다만 사브르의 경우에는 보통 1분을 넘기면 15점을 채우고,
아무리 길어져도 2분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바우트는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사브르에 한정해 한 선수가 먼저 8점을 채우면 1 바우트가 끝나고
1분간 휴식을 준다.
단체전은 4명이 출전하여 3명이 경기에 나서는데
경기 도중 주전 선수 한 명과 후보 선수를 교체할 수 있고,
나간 주전 선수와 투입된 후보 선수를 다시 재교체 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체전은 선수 당 3바우트 씩 총 9바우트 진행된다. 선수들은 1-3/4-6/7-9바우트에서
각각 한 바우트씩 출전한다.
출전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선수와 두 번 시합하는 일은 없으며
상대팀 선수와 골고루 한 명씩 만나게 된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9바우트에는 거의 팀의 에이스들이 출전한다.
따라서 아래의 각팀의 3번과 5번 선수가 에이스일 확률이 높다.
단체전에서는 어느 한 팀의 총 점수가 바우트 수 X 5가 되면 시간이 3분이 안 되었어도
그 바우트를 바로 끝낸다.
예를 들어 3바우트에서는 어느 팀이건 총점 15점을 만들거나,
시간이 3분 지나면 경기가 끝난다.
이건 앞 바우트에서 이긴 팀, 진 팀 모두 공통이다.
예를 들어, 3 바우트까지 5-15로 지던 팀이 4 바우트에서 혼자 15점을 따고 2점만 실점하여 20-17로 역전도 가능하다.
에페라면 이런 일이 드물지만 특히 사브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사브르는 9바우트에서 에이스가 무쌍을 찍으며 혼자 역전시키는 경기도 종종 나온다.
사브르에서 3분이라는 시간은 산술적으로 45점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시간으로
사실상 시간 제한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2018/2019 시즌까지는 두 선수 모두 공격할 의사가 전혀 안보이고
한참동안 둘 다 시간만 때우는 것 같이 보이면
심판이 재량껏 그 바우트를 일찍 끝내버릴 수도 있었다.
지금은 1분 동안 득점이 발생하지 않으면
소극적 경기 운영으로 p카드(passivity)를 부여한다.
이 때 p카드는 점수에 상관없이 양쪽 모두 부과한다.
결론적으로 단체전에서는 45점을 먼저 따낸 팀 또는 27분(3분 x 9바우트)의 경기 시간이 끝났을 때 점수가 앞서는 팀이 승자가 된다.
역시나 27분 경기가 끝났을 때 동점 상황이면
마지막 바우트를 한 두 선수가 개인전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연장전을 치른다.
초보자들이 펜싱 종목들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법은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컵이 있는 칼을 들고 시작하자마자 뛰어나가서 순식간에 공격을 하고 불이 들어오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자기 공격이라고 주장하는게 사브르,
경기가 느리고 대부분 스텝을 밟으며 서로 지속적으로 견제를 하는 종목이 에페,
속도가 사브르와 에페의 중간이고 견제하다가 맞붙으면 공방이 일어나는 게 플뢰레다.
종목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격 방식, 유효면과 우선권(Priorité, Right of way)이다.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만 가능하지만 사브르는 칼날로 베기가 가능하며 플뢰레는 몸통, 에페는 전신, 사브르는 상체가 공격 타겟이다.
우선권은 '공격자'를 정해두느냐 아니냐에 있다.
반격보다는 공격 의사를 먼저 표시하고 공격한 선수에게 동시타일 경우 득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플뢰레와 사브르는 우선권이 존재하며 에페는 존재하지 않고 동시타일 경우
두 선수 모두 득점한다.
대체로 펜싱 규칙은 공격을 권장하는 방향이지만 종목과 스코어에 따라서 공수의
우세가 달라진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정확한 유효타가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도입이 빠른 편이다.
전자 장비의 도입은 이미 플뢰레에서 1950년대에 이루어졌다.
다만 플뢰레와 에페는 칼끝에 스프링과 버튼을 다는 방식으로
쉽게 전기적 판정이 가능했지만,
사브르는 일정 강도 이상 벨 때 불이 들어오는 기술 개발이 늦어져
올림픽의 경우 2004년에야 전기 장비를 사용했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전기전도성이 있는 메탈 조끼를 입으며,
펜싱칼에는 전선이 삽입되었고, 플뢰레의 경우는 500g, 에페의 경우는 750g 이상의 부하가 실린 접촉이 생기면 불이 들어오게 된다.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무선 장비를 허리에 차고 경기하지만 아직도 예선이나 국내대회,
근대 5종 펜싱 경기 등에서는 유선 장비를 쓴다.
거기에 우선권을 가리기 위해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판정 시비가 아주 약간 더 줄어들었다.
잘 모르는 일반인은 경기용 펜싱용 검이 위험하지 않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는데 호구를 써도 맞으면 피멍이 들 수도 있다.
끝이 뭉툭한 펜싱칼로도 국가대표 선수가 찌르면
맥주 캔이 구멍난다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현재 펜싱복은 방탄복 섬유 케볼라로 만들어지고 마스크는 스테인리스강인데,
이렇게 된 이유는 1982년 로마 세계 펜싱 선수권 대회 경기 도중 소련의 펜싱 선수 블라디미르 스미르노프가 경기 중 당시 상대였던 서독의 마티아스 베어의 부러진 펜싱칼에 안와가 관통되어 9일 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안전 규정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3.1.1. 플뢰레
플뢰레(Fleuret)는 현대 펜싱의 기초라고 할 수 있어 그 역사가 길다.
플뢰레 검은 18세기에 칼날이나 뾰족한 부분을 사용하지 않는 훈련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검 끝이 뭉뚝하며 검신의 단면도 사각형에 가깝다.
검은 총 길이 110cm, 칼날 길이 90cm에 0.5kg의 무게로 이루어져 있으며
칼날이 구부러지고 사각형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대의 몸통만이 타점이며 검 끝에 있는 포인터로 몸통을 찔러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우선권'이 존재하여 공격이 유리하지만 유효면이 작고
락아웃(Lockout) 시간이 0.3초~0.35초로 길어 방어와 반격에도 용이하기에
공격과 수비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A선수가 먼저 공격했을 때 0.3초 이내에 B선수가 반격하면
동시타이고 0.3초가 지나면 A선수 득점인 것이다.
즉, 공격권이 있으면 적보다 0.3초 늦게 찔러도 득점이므로 명확하게 우선권을 가져와서 공격해도 될 만큼 간합의 시간이 길어서
확실하게 방어를 하고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반격이 중요하기에 선수들은 피스톨 그립을 사용하며, 몸통을 정확히 칼끝으로 찔러야 하기에 근접전에서 치열한 공방이 일어나며 박진감이 있기에 보는 재미가 있다.
펜싱 종목들 중 사브르와 동시에 가장 먼저 스포츠화가 되어 역사가 길고 여자 펜싱에서는 100여년 이상 플뢰레만 존재하였기에 전 세계에서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플뢰레로 펜싱에 입문해서 에페나 사브르로 종목을 바꾼 선수들이 종종 있다.
3.1.2. 에페
에페(Épée)는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9세기 말의 결투 룰을 따라 '전신이 유효면'이고 우선권이 존재하지 않아
둘이 동시에 찌르더라도 '모두 점수가 인정'된다.
결투 룰에서 유래되었기에 신체의 어떤 부위든 먼저 상처를 내서 피를 보면 이기는 규칙이었기에 사정거리를 길게 하기 위해 칼의 길이가 길어지고 공격보다는 서로 견제하다 틈을 노리는 식으로 경기가 발전해왔다.
에페 칼은 세 종목들 중 가장 무겁고 길다.
검의 최대 크기는 110cm, 칼날 길이 90cm, 무게는 0.77kg이며
세 종목 중에서 에페의 검이 가장 단단하다.
시합을 보고 있으면 2점 앞선 선수는 공방이고 뭐고 기다리다
동시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15점이 나지 않고 3바우트(9분)가 지나서 끝나는 경기도 많고,
과거에는 1-2 바우트에서 선수들이 경기 의사가 없으면
서로 합의해 일찍 다음 바우트로 넘어가기도 했다.
보고 있으면 느리게 진행되는 경기가 답답하다고 느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스릴 넘치는 종목이다.
또한 칼이 상대방 몸에 먼저 닿으면 점수를 얻는다는 직관적인 규칙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에도 가장 이해가 쉬운 종목이기도 하다.
상대방과 수싸움이 가장 중요하며 실제 유럽에서는 에페가 가장 인기가 많다.
남자 선수들은 주로 피스톨 그립, 여자 선수들 절반은 피스톨 그립, 절반은 프렌치 그립을 사용하는데
한국의 에페 선수들은 대부분 리치가 긴 프렌치 그립을 사용한다.
3.1.3. 사브르
사브르(Sabre)는 짧고 가벼운 기병검(sabre, 세이버)을 토대로 규격화된 스포츠로 플뢰레와 함께 1896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플뢰레, 에페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위의 사진처럼 '베기 위주의 공격'이라는 점이다. 물론 찌르기도 당연히 가능하지만, 찌르기보다 베기가 속도 및 타격면의 넓이 면에서 유리하다. 머리, 손을 포함한 '상체 모든 부위'가 유효면으로 칼의 어느 부분으로 타격해도 점수를 받는다. 사브르는 세 종목 중 가장 짧지만 가장 유연한 검을 사용한다.
총 길이 105cm, 칼날 길이 88cm로 약간 굽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나머지 두 종목과 달리 베기 공격으로 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컵이 있기에 경기 시, 컵의 유무로 사브르 종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베기 동작은 찌르기보다 부정확해도 되기 때문에 공방 시간은 짧고 강렬하며
'우선권이 존재'하므로 매우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경기 시작 2초 안에 점수가 나는 경우도 잦다. 보통 사브르는 단거리, 플뢰레는 중거리, 에페는 장거리 육상으로 비유하며
사브르는 저돌적이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유리하다.
보다 상세히 설명하면 사브르의 락아웃 시간은 170ms으로,
이것은 상대방이 공격을 하면 무조건 0.17초 이내에 반격을 해야 적어도 동시타가 된다는 뜻인데, 아무리 천부적인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0.17초 안에 판단하고 반격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브르는 경기중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공격이 오는 칼의 위치를 생각하여 막고 때리기,
급하게 공격을 들어오는 상대에게 역공격 등 다양한 선수의 역량을 알게 된다면
보다 재밌게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브르는 펜싱 경기 중 가장 빨라 육안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공격권이 어떤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는지 애매할 때가 많아 심판의 권한이 크고,
이것을 아는 선수들은 1점이라도 가져오려 소리를 질러 어필을 한다.
펜싱 경기를 보면 유난히 사브르 선수들이 시끄러운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잡한 룰과 난발하는 동시타,
번개 같은 스피드와 소리를 지르는 선수들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소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룰을 숙지하고 본다면 찰나의 순간 안에 승부가 결정되는,
사브르 그 자체만의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