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 새내기 첫 한표 행사…“집값-일자리 해결할 대통령 원해”
[오늘 대선]
만 18세 유권자 20명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경기 군포 수리고 3학년 김윤산 군은 4일 하굣길에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만 18세가 되면서 처음 갖게 된 선거권을 행사한 한 표였다. 8일 취재팀과 전화로 만난 김 군은 “선거라는 게 어렵고 까다롭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투표하고 나니 후련하고 마음이 가벼웠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해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김 군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군은 “권력에 취한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국민을 이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군의 첫 투표 소감을 듣던 어머니 윤방실 씨(52)는 “어른들은 ‘고등학생이 무슨 생각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기우다. 만 18세들도 소신 있는 유권자”라고 했다.
3·9 제20대 대통령선거는 투표 연령이 2020년 만 18세로 낮춰진 뒤 이뤄지는 첫 대선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대선에서 처음 대통령을 뽑는 만 18세 유권자 20명을 인터뷰해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지 물었다. 새내기 유권자들은 ‘1년에 4번 기자회견하는 소통형 대통령’ ‘다가올 100년을 바라보고 국정을 펼치는 대통령’ 등 다양한 답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새 대통령에게 주문하는 과제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 정책에 대해서도 들었다.
○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원해”
만 18세 청년들은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랐다. 장연서 씨(중앙대)는 이번 대선 투표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후보들이 누구 할 것 없이 네거티브 공방전을 벌였기 때문에 누구를 뽑을지 막판까지 망설였다고 했다. 장 씨는 “(무엇보다) 갈등을 부추기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했다. 이찬수 씨(전북대)는 새 대통령의 덕목에 관해 “잘못은 솔직하고 빠르게 시인해야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해찬 씨(성공회대)는 정치인들이 일단 당선되고 나면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을 최소 분기별로 한 번씩 하고, 새로운 정책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했다.
이주엽 씨(인하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늘 위기가 도사리는 국제정세 속에서 새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면 좋겠다”고 했다. 최수연 씨(이화여대)는 “외국 문제를 도외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서 현명히 대처하는 대통령이면 좋겠다”고 했다. 정아민 씨(충북대)는 “진심으로 나라를 아끼는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청년들은 새 대통령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 “부동산 문제, 청년 일자리 해결해야”
동갑내기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해 대학교 2학년인 김가람 씨(연세대)에게도 이번 대선이 첫 투표다. 5일 사전투표한 김 씨는 “내 한 표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중요한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진정한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부산 출신인 김 씨는 새 대통령에게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 마련을 당부했다. 대학 입학 뒤 상경해 살면서 월세 부담을 체감한 탓이다. 김 씨는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운이 좋아야 학교 기숙사에 살 수 있고,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월세를 버는 처지”라며 “청년 주거를 해결할 실질적 대책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내기 유권자들은 또 새 대통령이 치솟은 집값을 안정시키기를 희망했다. 재수생 조우담 씨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얼마’라는 소식을 접하면 나중에 집을 사기 위해 대출 받고 평생 갚을 걱정이 벌써부터 밀려온다고 했다. 조 씨는 “사회 초년생도 최소한의 안정적 주거공간을 갖길 바란다”며 “새 대통령이 가끔은 서민의 삶을 체험하며 힘든 점에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수민 씨(서울여대)도 “청년들이 저렴한 주거비용을 내고 마음 편히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주택을 확대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고류원 씨(중앙대)는 “새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민성 씨(서울대)는 “양질의 일자리를 왜 찾기 힘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책을 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수민 씨(동의대)는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서 “지역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 등을 펼쳐 지역 일자리를 늘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