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이 끝나고 때때옷 입고 동네를 휘젓던 아이들이 도통 발길이 뜸합니다.
이곳은 새로운 학기가 유럽이나 미국처럼 9월에 시작 됩니다.
그러다 보니 라마단 축제 기간동안의 라마단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분주한가 봅니다.
부르키나 파소의 학교는 참 방학이 많답니다.
라마단 방학, 타바스키 방학, 노엘 방학, 누벨 아네 방학, 부활절 방학, 바캉스기간의 방학등등..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달 가까이 방학이 거의 매달 간격으로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그럼 공부는 언제 하느냐구요?
글쎄요..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할테고..
노는것이 좋은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테지요 뭘..(미소)
그래도 학년이 높아질 수록 이곳 학생들도 고만고만한 고민꺼리들이 있답니다.
초등학교 과정이 끝나면 중학교 과정의 입학시험을 치르기도 하구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으로 올라갈 때 역시 시험의 성적에 따라 입학여부와 함께
공부를 게을리 한 학생에게는 진학을 금지시키는 유급제도(redoubler)도 있고 공부를 잘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제도(boursier)도 있답니다.
물론 뛰어난 학생들은 한 학년을 훌쩍 뛰어넘어 월반을 하기도 한답니다.
프랑스 방식의 교육이라 대학에 진학 하려면 이곳에서도 빸(바카로레아 - baccalaureat)을 준비 해야 하거든요.
공부 이야기 하니까 역시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요.
그냥 아이들 구슬치기 구경이나 할까요..(웃음)
여하튼 온데간데 없이 두문불출 하던 아이들이 토요일이 되니까 구슬을 몇알씩 품고 사진관 앞을 서성거립니다.
하나 둘 모여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구슬을 자랑도 하고 옷소매에 슥슥 닦아 반지르르 윤기도 내고..
우리가 어릴적 가지고 놀던 다마(구슬)와 아주 똑같이 생겼습니다.
일본어 표기라 구슬을 지금은 다마라고 하질 않지만 우리땐 그저 "다마" 였습니다.
제가 어릴적엔 다마를 아로나민 골드 통에 한 박스 담아서 촤르륵 소리를 듣노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뱃골이 든든하고 우쭐한 마음에 어깨가 들썩들썩 하곤 했습니다.
뭐 다마가 많지 않으면 서로서로 "깜보"를 맺어서는 서로의 의리를 확인하기도 했었지요.
어쩌다가 뾰로통 삐지기라도 하면 "깜보"를 풀고는 금세 아군에서 적군이 되기도 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며칠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곤 다시 예전의 의리를 되찾곤 하기도 했었구요..
이곳 아이들은 동그라니 원을 그려놓고는 그안에 각자의 다마를 걸고 놀이를 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다마먹기 할 때도 다양한 놀이가 있었습니다.
망구, 삼각형, 이삭, 봄들기..등등..
지역마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우고 그 방식도 각양각색이였지요.
아마도 지금 하는 놀이는 우리네 삼각형을 원으로 바꾸어 놓은 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들은 다마를 중지와 엄지 사이에 끼거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대상을 명중시켰었지요.
소위 "깔빼기" 라고 하는 고학력 형들의 필살기..(키키)
그런데 여기 친구들은 다마를 손안에 넣고 던지는 방식으로 놀이를 합니다.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간해선 우리네 방식이 좀 더 명중률이 높진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다마를 맞추고 뒤로오게 하는 "스프링"이란 스킬은 거의 예술에 가까운 경지였지요.
이브라힘, 싸누, 브레만.. 사뭇 진지하고 표정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역시 동심의 세계에선 다마도 거의 유가증권과 맞먹는 가치를 갖기 때문일겁니다.
이곳의 공정거래가격은 하나에 우리돈 십원 정도 입니다.
하지만 하이얀 뼈다마 혹은 (빽다마 라고 했던) 알이 굵은 왕다마는 가격이 두배로 치솟는답니다.
쇠다마는 항상 부르는게 값이지요..
며칠을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못자고 사진만 만들던 피곤한 축제 기간이 지났습니다.
뻐근한 몸도 추스릴겸 수영도 하고, 테니스도 좀 치고 가게에 나와서 가게앞의 정경을 담습니다.
아마도 아프리카의 변방인 부르키나 파소에도 아이들이 다마먹기를 한다는 걸 아는 이들은 별로 없을겝니다.
그렇게 먹는거 입는거 사는게 모두 달라도 고만고만 사람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윗쪽의 씨에라리온 이나 기니 중부의 르완다나 탄자니아 등등 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아이들의 놀이를 종종 보곤 합니다.
크기와 그림만 다른 동그란 딱지도 있고..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땅따먹기, 삼팔선.. 그렇게 엇비슷한 놀이를 보면서..
신기함에 "깍두기"로 참견을 해 보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에 잠겨보기도 하곤 합니다.
동양의 작은 이방인에겐 이런 모습이 어릴적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모습이기도 하지요.
그 고마운 모습은 어쩌면 세계라는 경계까지 초월하는 동심의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함 때문일겝니다..
모쪼록 우리 어린이들이 해맑게 뛰어놀 수 있도록..
어른들이 서로 욕심내지않고, 다투지않고, 미워하지않아야 할텐데요...
FROM : AFRICA BRUKINA FASO. BOBO - DISSO
♪ Michael Jackson - Heal The World ♬
첫댓글아이들이 자라면 어른이 되지요..그런데 욕심이 몰래 숨어서 함께 자라게 되나봐요..그래서 어른이 되면 서로가 미워지고 싸움도 쉬지않고 하잖아요..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만약에 어른이 없다면 이땅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동심에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다시 배울게 많아지는 어른들이란 현실이 씁쓸할때도..
첫댓글 아이들이 자라면 어른이 되지요..그런데 욕심이 몰래 숨어서 함께 자라게 되나봐요..그래서 어른이 되면 서로가 미워지고 싸움도 쉬지않고 하잖아요..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만약에 어른이 없다면 이땅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동심에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다시 배울게 많아지는 어른들이란 현실이 씁쓸할때도..
우왕ㅋ굳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구슬.. 이쁩니다. ㅎ
구슬치기, 저도 어렸을 때 재밌게 했죠. 요즘 저런 놀이 하는거 보기 참 힘듭니다. 저런거 보면 때로는 우리나라 애들보다 사진에 나온 애들이 더 행복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어릴때 놀던 놀이들이군요..정겨운걸요...너무 순수해 보이는 눈망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