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7. 9. 25. 수요일. 친구님들 모두 무고하신지?
폭우 뒤, 기온이 고개를 숙였다.
산책로에 낙엽이 쌓이고 굴밤이 땅에 떨어져 구른다.
날씨까지 선선한 게, 누가 봐도 가을이다.
사람을 못살게 갈구던 여름은
저만치 물러갔나 보다.
한숨 돌리자.
휴!!!
참, 어지간히도 더운 올해 여름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고온에다 열대야까지 겹쳐서······
살아남은 게 용하다 싶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래의 일을 두고 지레 겁먹을 필요야 있을까만,
기상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여생에서 올해가
최고 시원한 날씨로 기록될 거라고 하니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남은
24~5년이 걱정이다.
그나마 한 70년 살아두었기 망정이지······
휴! 소리가 또 나온다.
각설하고.
카페 들어온 김에 웃픈(?) 이야기나 해볼까.
옛날에 일자 무식꾼 농부가 있었다.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좀 모은 뒤라, 자식은 공부를 시켜서
자신처럼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아야지 싶은 생각에
어린 아들을 서당에 보내고 있었다.
입춘(立春)날 훈장님이,
한문으로 ‘입춘대길’ 네 글자를 써 오라는 숙제를 냈다.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도 까막눈이니 걱정만 태산.
잠도 못 자고 끙끙대는 아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자라. 내일 아침에 아버지가 써줄게.”라고 달랬다.
아버지는 아들이 잠이든 걸 확인하고 단골 주막집으로 갔다.
매년 입춘 때면 주모가 벽에 뭐라고
써 붙이는 걸 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그날도 주막집 벽에는 깨끗한 종이에 세로로
“ㅇㅇㅇㅇ‘라고 쓴 글씨가 붙어 있었다.
아버지는 글자가 네 개임을 확인하고 남모르게 살짝 떼어서
아침에 아들에게 주었고, 아들은
훈장님께 제출했다.
그런데 그 숙제를 본 훈장님이,
“야 이놈아! 내가 입춘대길이라 써오라고 그랬지,
누가 외상사절이라 써오라더냐!”라며
화를 벌컥 냈다는데.
어째 이런 일이······
젠장!
글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해.
알아야 면장을 하지.
- 끝 -
이렇게 좋은 가을날,
책이라도 한 권 읽는 여유를 가집시다.
또 봐요.
안녕!
첫댓글 잘알겠지만,面長이아니고,面牆(얼굴면.당장담)얼굴앞에 담이 막혀서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답답하다.무엇을알며는 답답하지않을것인데
요즘 알아도 아무나 면장 안 시켜 준다던데?
책 열 장을 채 못 읽고 닭병 걸리는데...간혹 디딜방아도 번갈아 찍어가면서.
그래도 뭐 알아야 면장이라도 해 먹지요 ㅎ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하니 운동 열심히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서수남씨 같이 키 크고 얼굴이 긴 사람이 면장 아닌가요???ㅋ
진정한 사람아~
이 가을은 또 어찌 보낼려나!
멈춤없이 지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