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군락지, 한때 불길에 뚫려… 큰 피해 없지만 일부 불타
“금강송 지켜라” 산불지연제 살포 산림청 헬기가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서 산불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잡히지 않는 가운데 8일 오전 핵심 방어구역으로 꼽았던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도 화마(火魔)의 손길이 미쳤다. 산 능선의 불줄기가 군락지 경계를 넘으면서 금강송 일부가 불에 탄 것. 산림당국은 군락지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다행히 군락지 핵심으로 불길이 번지기 전에 막아냈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이날도 진화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바람과 자욱한 연기 탓에 주불 진화에 실패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화선(불줄기)이 약 60km로 방대하고 화세도 강한 상황”이라며 “솔직히 장기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 불길에 뚫린 금강송 군락지
8일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내 금강송이 불에 타 그을린 모습. 울진=전영한 기자
이날 산림당국의 목표는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한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 사수였다. 하지만 오전 7시경 군락지로 불똥이 튀었고 이어 오전 10시경 불길 중 하나가 금강송 군락지로 번졌다.
군락지 주변은 산세가 험하고 숲이 빽빽해 진화대원의 접근이 어렵다. 특히 계곡 쪽에 있는 핵심 군락지는 산불이 옮겨붙을 경우 대처가 어려운 여건이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오후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면서 화선 서편에 위치한 군락지 방어가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맞서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 82대를 투입해 군락지 방어에 나섰다. 산불 구역 10개 가운데 군락지를 둘러싼 4, 6, 7, 10구역에 헬기를 집중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길이 번지자 물 8000L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헬기 2대와 물 4000L를 실을 수 있는 헬기 4대 등 헬기 6대를 추가 동원해 불길 확산을 저지했다. 군락지 주변에는 소방차 37대와 고성능 화학차 5대 등을 배치해 방화선을 구축했다.
하루 종일 결사항전에 나선 끝에 군락지에 큰 피해가 미치는 것은 막아냈다. 최 청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군락지로 확산된 불길은) 거의 진화됐다. (군락지) 경계선상에서 잡혀 더는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 고사목들이 좀 탄 거 같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 군락지는 경계선과는 떨어져 있어 안전한 상태다.
○ 산불 피해, 역대 최대 규모 육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 면적은 약 1만8421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64배에 달한다. 진화율이 전날(50%)보다 15%포인트 늘어난 65%에 불과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진화율 95%인 강릉·동해 산불을 포함한 피해 면적은 약 2만2421ha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산림청은 헬기 82대와 지상진화장비 329대, 진화인력 4554명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산불 범위가 워낙 넓고 불머리 진화가 여의치 않아 장기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청장은 “9일에는 헬기를 총동원해 진화율을 상당히 높일 계획”이라며 “목표는 이번 주가 지나가기 전 정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이 급격히 확산됐음을 입증하는 통계도 나왔다. 경북소방본부가 119신고 접수를 집계한 결과 4일 오전 11시 17분 최초 신고를 시작으로 7일 밤 12시까지 신고 총 2533건이 접수됐다. 소방 관계자는 “산불이 빠르게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6일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다.
울진=장영훈 기자, 울진=명민준 기자, 울진=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