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도 한 주간 내내 8시가 넘었는데 직장에서 퇴근한 아이들이 하나씩 찾아왔다.
성탄 장식을 위해서다.
이젠 내가 아무런 소릴 하지 않아도 자기들 스스로 이 일을 시작한다.
유치부, 초등학교때 만나 실로암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니 이제 우리 ㄱ회 일에 책임감을 가진 모양이다.
아이들은 11시가 넘었는데도 그때까지 저녁도 안 먹고 장식을 하느라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10명이 모여 이삼일이면 끝날 일인데 보름씩 끈다.
일부러 천천히 하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이 모여도 약 절반만 무언가를 하고 나머지는 옆에서 간섭하고 떠들고 웃느라고 시간을 보낸다.
모인 목적이 성탄 장식이 아니라 같이 모이고 떠들며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드디어 실내 장식이 완성되고 그저께 하룻저녁은 마당 장식이다.
마당 나무마다 츄리등을 달고 건물벽에는 철사로 크게 만든 등에 전등 장식을 하고 또 대문쪽에도 멋진 별모양을 만들어 달았다.
누가 보든 안보든 그저께부터 밤새토록 이 별과 츄리등을 켜놓는다, 내년 1월 5일까지.
모르면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작년에는 전기를 모르는 한 녀석이 뭔가 하고 싶었는지 선을 잘못 연결해서 합선이 되어 전선을 녹인 사건까지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문제가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렇게 사고를 쳐도 이쁜 녀석들이다.
학교 후, 또 퇴근 후에 갈 곳 많고 또 다른 데로 빠질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ㄱ회에 일이 있으면 무조건 모인다.
저녁마다 팝콘을 튀키고 오렌지를 주니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오렌지는 하나씩만 먹고는 더 먹지 않는다.
남은 건 가져가라고 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은 식탐이 없는데다가 바구니에 남은 오렌지가 각자 하나씩 돌아가지 않아서일까??
배려도 하고 체면도 차리고... 하는 것 같다.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너희들, 영화관에 가면 팦콘 사먹지?‘ 했더니 어느날 영화관이 있는 건물에서 영화보고 나오다가 우리에게 틀킨 녀석이 대뜸 한마디 한다.
’거긴 비싸서 못 사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