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째 학교에 오면 우는 아이가 있다.
아빠랑 올 때는 칭얼거리고 실룩대며 학교에 오더니 아빠가 돌아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아빠! 아빠! 하며...
다른 소리는 없고 오직 아빠만 부르며 운다.
여기 언어로 부르는데 우는 소리도 아빠 단어는 똑같다.
아빠는 이미 멀리 갔는데도 계속 부른다.
절박하게 부른다.
아침마다 우리 교사들은 그렇게 울며 아빠에게 가려는 그 아이를 몇 분간 붙잡아야 한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우리 학교가 애를 잡는 곳인 줄 알겠다.
그런데 아들은 그렇게 애타게 아빠를 부르는데 아빠는 매정하게 돌아간다.
늠름한 남자앤데 3년간 한 번도 우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돌아가는 아빠를 필사적으로 부르고 있다.
무슨 일일까?
지각한 유치부 애들도 옆에서 보고 있는데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닭똥 눈물에 큰 목소리를 내며 울고 불고한다.
어제는 아빠가 그런 아들을 꾸짖어도 안되니 드디어 아들 다리를 차며 야단을 치고는 돌아갔다.
이번에는 이게 2주일째인데 지난달에는 거의 한 달간 이렇게 울었다.
똑같은 이유로...
지난달 그 난리는... 어린이날 때문이다.
여기 초대 수상 네루(Pandit Jawaharlal Nehru)가 아이들을 위해 11.14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했는데 여기도 한국의 어린이날처럼 아이들이 그날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이 색다른 난리는 이 녀석이 그날에 아이들과 파티를 하고 싶어서 어린이날 한 달 전부터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떼를 쓴 것부터 시작이다.
엄마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라 한 달간 가난한 아빠를 물고 늘어졌는데도 아빠는 그런 허튼돈을 달라는 아들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한 달간 참았고...
결국 그 계획이 실패하자 이번엔 작전을 바꾼 모양이다.
이번에는 자기 교실에 성탄 장식을 한다고 지난번의 1/5 금액인 100/을 요구했는데 아빠가 그것도 안 들어주자 그 시리즈 2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엔 마음을 크게 먹고 할인(?)을 크게 해줬는데도 아빠가 안 들어줘서 더 서러웠던 모양이다.
지난번보다 더 크게 울고 더 간절하게 매달린다.
사실 7학년 애들은 벌써 색종이를 잘라 체인을 만들어 자기 교실 천장에 주렁주렁 달고 별 모양도 만들어 붙이고 또 Serial light(츄리등)도 달아 수업 시간에 그 등을 켜며 성탄 분위기를 내고 있다.
ㄱ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더 열심히 합세해서 성탄 분위기를 만들어 즐기고 있다.
수돗가나 화장실을 가려고 그 교실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걸 보며 지나간다.
아이들에게 그 재료들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보니 ㄱ회도 다니지 않는 녀석이 자기 집에서 츄리등 한 줄을 가져왔고 또 각자 조금씩 재료를 가져왔다고 한다.
성탄 장식 문제로 한 주간 내내 울며 아빠에게 매달리는 녀석 때문에 7학년 담임에게 물어봤다.
아이들에게 교실에 성탄 장식을 하라고 했는지... 아이들에게 돈을 내라고 했는지...
그녀는 자기와 상의 없이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일이 학교나 선생님과는 관계없는 일인데 그 애는 그걸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친구들에게 공명심이나 보스 기질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빠가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이 난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일을 하자고 하루 노동자 임금 절반쯤을 달라고 하는 녀석이 제 정신인지...
작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애가 자라서 생각이 많아졌다는 뜻인지...
그런데 이 울음도 이번 주말인 21일이면 마친다.
그때 학교가 성탄 방학을 하기 때문이다.
너무 난리를 크게 쳐서 여기서 이름을 밝혀야 되겠다.
3학년 남자 아이 Sujan, 등치도 큰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