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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임명, 한덕수가 지킨 둑 최상목이 무너뜨렸다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양대 축은 삼권의 분립과 법치주의다. 입법·행정·사법부 간 팽팽한 견제(check)와 균형(balance)으로 3권이 독립적으로 분립(分立)돼 있어야 한다. 각 부(府)의 독립성 유지가 최우선이다. 양보와 절충은 미덕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기둥을 파먹는 흰개미와 같다. 해악적 요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릿발처럼 정신 차려야 할 시기에 자충수를 두었다. 최 대행은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해 버렸다.
지금 헌재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 건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선 행정부 수장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해선 안된다. 소추당한 자(윤석열·한덕수)가 소추기관(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소추당한 측(피고인)이 어떻게 판사(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가. 지금 최상목은 윤석열·한덕수의 대행이다. 따라서 최상목도 물론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자기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측의 유불리 차원을 떠난 삼권분립의 문제, 자유민주주의 헌법 시스템의 문제다.
이같은 중차대한 결정을 최상목 대행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자기가 알아서 했다는 것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야와 어떤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최 대행은 "혼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한덕수 전 대행은 고심 끝에 헌법재판관과 관련된 여야 합의를 해달라고 했다가 불법 탄핵소추를 당했다. 그런데 이를 며칠 만에 뒤집으면 국정 운영 원칙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입법 난동으로 행정·사법을 좀먹기 시작해 12·3 계엄 사태를 계기로 행정부를 거의 무너뜨렸다. 한덕수 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정족수 미달의 불법 탄핵이었다. 사태가 이 지경임에도 국민의힘은 전혀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추상(秋霜) 같아야 할 국정 운영이 서서히 얽혀가고 있다. 국정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어느 순간 국정이 난마처럼 얽혀 여야가 함께 공멸하는 수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실존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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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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