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로암 ㄱ회 성탄 행사 출연진 아이들이 40여 명밖에 안 된다.
거의 3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성탄 행사 프로그램에는 Nativity, 즉 메시야 탄생 내용이라서 천사의 수태고지 장면이 나오고 방을 구하러 다니는 요셉, 마리아, 또 방이 없다고 거절하는 여관 주인이 나오고 목동들이 나왔었는데...
그리고 왕궁에서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무희와 춤을 추며 흥겹게 파티하는 헤롯에게 갑자기 찾아와 메시야 탄생지를 묻는 동방박사들 장면은 배꼽을 잡게 했었는데...
그런 요란하고 흥미로운 내용 때문에 50명 이상 동원되던 출연진을 없애고 올해는 수태고지를 중심으로 아기 예수 가족과 동방박사와 목동들만 출연시켜 본 내용을 집중시킨 극이다.
올해는 아마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청중을 웃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어떤 허름한 옷을 걸쳐도 그 시대 상황으로 연상되는 이들의 생김새와 표정, 그리고 피부색은 숫자를 줄여도 허술한 성탄극 일 수가 없다.
주일 저녁 5시 반에 시작한 성탄 행사는 두 시간 만에 마쳤는데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익은 사람들 몇이 찾아왔다.
ㄱ회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데 손주가 우리 실로암에 다니고, 자녀가 실로암에 다녔고, 또 아는 사람을 통해 행사가 있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행사를 마치고는 츄리등 펼쳐진 마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꼭 가든 파티를 하는 느낌이다.
거의 60여 년 전, 성탄행사를 한다고 저녁마다 난로도 없는 12월의 ㄱ회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당시 ‘자부동’이라고 불리는 방석 위에 앉아 손발 비비며 음악이나 마이크 하나 없이 오직 선생님 노래에 맞춰 연습하던 우리 시대 사람들은 지금 이런 행사를 보면 부러울 것 같다.
춥지 않지...
매일 간식 주지...
주교 선생님들이 모두 언니 오빠지...
건물 밖에서 밥도 먹을 수 있지...
그리고 좋은 ㄱ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