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에 있어서 남들보다 많이 늦었던 편입니다.
마흔을 넘어서 결혼했으니 말이죠.
가장 큰 원인은 과거와의 절연 부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과거의 모든 앙금들을 말끔히 씻어내야 하는데, 저는 지난날의 실연과 미련과 후
회와 상심의 감정에서 자유롭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성결하지 못했
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은밀한 부분에서까지 성결
하기를 원하시는데, 저는 무언가 하나님께 저항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은근한 항거(抗拒)의 자세를 견지했
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얼마나 제 고집에 안쓰러우셨겠습니까? 결국 그만큼
저는 결혼이 늦어지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남들보다 몇 배 더 고생해야
하는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야 말았죠...
두 번째로 제 결혼이 늦어진 이유는 <내 기준>에 대한 완강한 고집입니다.
내 형편과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내 기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
라는 기도. 물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전혀 무시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우리의 의도대로 다 이뤄주시는 분도 아니십니다. 그러
니 자연 하나님과 저 사이에 합의(合意)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겼고, 그로 인해 저
는 부득이 시간을 흘려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마침내 <제
불완전한 기준>을 포기케 하시고, <하나님의 기준>으로 바꿔 구하도록 하셔서 결
국 하나님께서 예비한 짝을 만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하나님께 응답받은 짝은 이제껏 제가 구했던 기준과 백팔십도로 틀린 기준의 사람
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과거에 제가 고집부렸던 기준에서 몇 가지 걸러
낼 부분만을 걸러내시고 하나님께서 제 불완전한 기도에 응답해주셨다는 사실에
저는 너무나 감격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아브라함처
럼 모리아 산으로 올라갈 결단과 용기를 지녔느냐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맘에
들려고 생각을 바꾸자,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렸고, 거짓말처럼 오랫동안 기도했
던 결혼의 문이 열렸던 것입니다.
세 번째로 제가 결혼이 그토록 늦어진 까닭은<결혼에 대한 준비 부족>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결혼을 아주 낭만적으로 상상해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결혼에 대한 준비가 자연 부족할 수밖에요. 현실을 도외시하다 보니 경제적인 면
에서의 준비도 등한하고, 때가 되면 저절로 풀리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론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낭만주의적 시각의 연장선에서,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부정적 요소
는 당연히 현실적이요 이해타산적이요 속물적이기까지 한, 어찌보면 우습기까지
한 문제도 아닌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제 형편이 어땠겠습니까?
그러나 현실
의 내 실상을 돌아보니 한심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그러면서도 여전히
뜬구름 잡듯이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자신만만해 있는 나.
더 나아가 저는 마음의 준비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결혼을 정말 현실의 문제로 절감한 건 놀랍게도 삼십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가 아니었나 생각 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무수히 결혼이라는 명제에 사로잡혀 있었고, 결혼을 하려
고 했었고, 또 결혼없이는 내 인생에서 큰 발전과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열심히 짝을 찾아 헤맸지만, 정작 제 속마음은 내 결혼을 마치 남이 하는
결혼처럼 한 발짝 물러선 채 관망해왔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여러 증인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하고, 결혼식을 치르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이
행하려고 날마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노라는 다짐이 그처럼 늦어졌다는 것은,
제가 그만큼 결혼의 현실성을 도외시해왔고, 또 결혼을 그처럼 절박하게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탓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제가 그대
로 독신으로 생을 끝내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 두려웠습니다. 분명 하나님께
오랫동안 기도해왔음에도 하나님의 응답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았다는 사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제가 거의 자포자기할 지경에서야 결혼의 문을 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정신이 몽롱했겠습니까? 결혼식을 치르면서
저는 마치 시편 126편의 기자처럼 꿈꾸는 것 같은 몽환(夢幻)을 느꼈답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열방 중에서 말하기를 여호
와께서 저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다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대사
를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 여호와여 우리의 포로를 남방 시내들 같이 돌리소
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
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1-6)
그러한 결혼을 하기까지 저는 또 몇 번의 고비를 넘어야 했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나오기까지 제가 말로 여러 번 실수를 했기에
어쩌면 그것은 자업자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혀에
재갈을 물려야 함에도 (약 1:26), 저는 저도 모르는 강박증을 못 이겨,
또 사람들의 안쓰런 눈초리와 가시와도 같이 심장을 찌르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의 압박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미리 앞질러 말을 많이
한 탓에 나도 모르게 많은 허물을 보였던 것입니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결혼하기까지의 몇 번의 고비를 혼자서 겪었으면 아무
탈없었겠지만, 주변의 성화와 부담스런 눈길을 못이기고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불쑥 앞질러 말하다가 여러 번 낭패를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여러
분은 부디 저처럼 말을 앞세워서 곤혹을 치르지 마시고 어느 정도 무르익기까지
둘만의 비밀을 유지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입술을 닫기 바랍니다. <밭의 보물
을 발견한 자>처럼 은밀히 밭을 사서 나의 소유로 만들기까지는 때로 비밀이 필요
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
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마 13:44)
두 번째 고비는 막상 호감을 갖고 결혼하려고 하니 내 배우자 될 사람이 흔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내 배우자 될 사람이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본 게
화근(?)이었음은 물론이지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맞이할 각오를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행복
을 시기하는 마귀는 언제나 우리를 넘어뜨리고 갈라서게 만들려고 혈안이 돼있다
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분명함에도, 우리는 때때
로 이러한 풍랑과 연약함에 빠져 중심을 잃어버릴 때도 있답니다. 그러한 상황에
서 내 배우자 될 사람을 설득하고 더욱 강한 확신으로 나가 상대방에게 오히려 신
뢰를 얻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일이 어그러져 그렇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자칫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서두르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하면서 하나님께서 내 배우자 될
사람의 마음이 돌아서도록 끈기있게 기도하면서 끊임없이 신뢰를 준다면 그러한
고비는 결국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러한 고비를 맞게 될 경우 자칫
크게 실수할 위험성이 있기에 상대방에게 침착하고도 의연하며 여유있는 행동을
보여줌으로 그러한 고비를 지혜롭게 넘겨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결혼을 앞
둔 형제자매님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결혼을 앞 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저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