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
이지호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는 외로움과
그 사람이어야 하는 그리움
바람은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이 여기에 왔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시작된 우리의 변화
아주 작은 순간순간들
중환자실 앞 한 가족이 들어가 울며 나온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굳게 닫힌 중환자실 유리창으로
보이지 않는 당신의 시간을 찾았다
참는 시간과 견디는 시간
어떤 시간이 더 고통스러울까
시간에 끌려가지 말고 끌고 가자고
약속한 새끼손가락
하도 깨물어 문드러진 손톱이 지난밤 꿈에 나타났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떠나겠다는 듯
하찮은 스웨터 옷깃에 어쭙잖게 붙어
여기까지 따라왔다
묻고 가는 것은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이라는데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이제 이해했다
첫댓글 절절해 눈물 나겠네요.
정을 안고 떠나는 이들이 느는데
원이나 한이 안 되었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