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이 인생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행이 인생이다.
인도나 중국에서 2박 3일쯤 달리는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옆자리의 얼굴이 몇 차례 바뀌게 된다.
노인이 앉았다가 젊은이로 바뀌고, 고운 얼굴에서 미운 얼굴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도 시간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황량한 벌판을 지날 때도 있고 옥수수밭, 해바라기 꽃밭을 지날 때도 있다.
강물에 멱감는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염소 떼를 몰고 가는 목동도 볼 수 있다.
건널목에서 만나는 풍경도 지역에 따라 사람의 차림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다.
간혹 머무는 정거장에서는 먹거리를 파는 아주머니와 아이들의 들뜬 함성이 애잔한 목소리로 몰려온다.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차에까지 잠시 올라 눈물겹도록 사설을 늘어놓으며 품질의 우수성을 웅변하듯 말하고 있다.
과일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사서 옆자리의 이름 모를 사람과 나누게 된다.
드문 일이지만 거스름돈을 준비해 오겠다며 줄행랑을 치는 얌체 상인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선재동자가 만난 스승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옆자리에서 멀미를 견디다 못해 음식물을 토해내고,
어떤 이는 깊이 잠이 들어 코골이로 요란함을 더해준다.
다소곳한 아가씨는 껌 씹는 소리로 신경을 자극하고,
어떤 노인네는 일주일은 목욕을 안 했는지 땀 지린 냄새에 곰팡이 삭는 냄새가 질기게도 풍겨온다.
장거리 버스나기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엄의 세계이다.
보현보살도 문수보살도 만날 수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또 하나의 사바세계이자 극락정토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경험 속에서 철이 드는 눈물방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