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534] 무이암차 노총 수금귀 3.
***무이암차 노총 수금귀 2에서 이어짐***
노총 수금귀 묘불가암(妙不可岩) 봉지를 열어 향을 맡아보니 구수함 속에 멋진 향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른 찻잎을 살펴보니 검은 색에 가까운 암녹색(暗綠色)에 갈색이 섞였으며, 어떤 찻잎은 진녹색이었다. 찻잎만 보아도 법제 특히 숯불 위에서 건조시키는 홍배(烘焙) 과정을 얼마나 정성껏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이성(武夷星)에서 출시하는 모든 차의 생산과 심사의 최종과정을 담당하는 정여평(鄭汝平) 부회장의 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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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 수금귀의 마른 찻잎은 검은 색에 가까운 암녹색(暗綠色)에 갈색이 섞였으며, 어떤 찻잎은 진녹색]
다호를 뜨겁게 한 후 노총 수금귀를 넣고 뚜껑을 덮었다가 30초 후 뚜껑을 열고 향을 맡아보니, 고소한 향속에 미세하게 새콤한 향이 숨어 있었다.
한 봉지의 차 7.7g을 98~100도의 물로 5~8초간 우려 두 잔으로 만들어 한 잔은 비교용으로 하였다.
(1)찻물은 짙은 자금색(紫金色-레드골드색). 찻물에서 고아한 난향과 미세한 감귤향이 피어오름. 머금으니 고상하게 쌉싸래한 맛에 이어 난향이 입안에서 퍼짐. 기분 좋은 떫은 맛 뒤에 달콤한 회감. 입안이 민트처럼 시원하고 상큼해짐. 빈 잔에서는 발효된 석청의 달콤한 향과 고아한 난향이 피어남.
(2)찻물은 더 짙어진 자금색. 찻물에서는 은근한 난향과 달디 단 물고구마 삶은 향이 피어오름. 50~60년대 시골에서는 무쇠 솥에 고구마를 삶아 두곤 했었다. 물기 많고 속살이 노란 물고구마가 솥에 살짝 눌어붙은 그 향이 유난히 좋았는데 , 노총 수금귀에서 그 향이 올라왔다. 머금으니 기분 좋은 떫은 맛. 입을 시원하게 하는 상쾌한 기운과 입천장을 가득 채우는 난향. 코에 단향이 기득 채워지는 강렬한 암차(岩茶)의 깊은 맛. 잔향은 석청의 향과 난향. 빈 잔을 들고 있노라니 무이산 구룡과(九龍窠)에서 고개를 넘어 유향간(流香澗)으로 내려갈 때 바람결에 올라오던 향이 연상되었음. 그 바람에는 차와 바위와 물과 꽃의 향이 섞여 있었음. 입안은 단침으로 가득함. 기분 좋은 차 트림.
(3)찻물은 첫잔과 같은 짙은 자금색. 찻물에서는 달콤한 고구마 삶은 향과 여린 감귤향이 피어오름. 머금으니 노총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한 기운의 떫은맛이 기분 좋게 함. 입을 상큼하게 한 후에는 난향이 가득해지더니 단맛으로 바뀜. 천심암(天心岩)의 정기를 머금은 듯 웅건한 기운이 단전에서 등으로 넘어가 뜨겁게 함. 무리한 일과로 뻐근했던 목도 유연해짐. 머리의 백회혈은 시원해짐. 맑은 기운이 이목구비를 시원하게 함. 기분 좋은 차 트림. 빈 잔에서는 정암(正岩)의 향기.
(4)찻물은 맑아진 자금색. 찻물에서 난향과 삶은 물고구마의 단향이 올라옴. 머금으니 부드러워진 떫은맛에 이어 난향이 입을 채움. 달콤한 침이 가득해짐. 입과 코가 향기로움. 잔향은 잘 발효된 석청의 향. 기분 좋은 차 트림.
(5)찻물은 자금색. 찻물에서는 난향과 삶은 물고구마의 향이 올라옴. 머금으니 미세하게 쓰고 떫은맛에 이어 입은 곧 깔끔해짐. 입에는 단침이 가득해지고 코에서는 향이 계속 흘러나옴.
(6)찻물은 짙은 황금색. 찻물에서는 은근한 야생화와 부드러운 약초 향이 피어오름. 머금으니 매끄러운 느낌의 부드러운 청차의 맛. 차를 좋아하는 이들이 대개 좋아할 만한 맛으로 부드러워졌으나 기운은 여전히 웅건함. 입안은 맑고 깔끔하며 향기로움.
(7)찻물은 짙은 황금색. 찻물에서는 야생화 가득한 계곡의 바람 속 향기기 피어오름. 머금으니 부드러우나 싱겁지는 않으며 난향이 가득한 맛. 향기 가득한 차 트림.
(8)찻물은 황금색. 기화요초 가득한 계곡의 바람 속 향기가 올라옴. 머금으니 순수하면서도 그윽한 암차의 풍미가 입안에 가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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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 수금귀의 찻물. 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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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뒤 퇴수기의 물에 잠긴 노총 수금귀의 잎]
이후로는 차의 맛과 향을 잊어버리고 무심히 앉아 몇 잔인가를 더 마셨다. 심신탈락(心身脫落).
현실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지났다. 입안의 향과 달콤한 맛은 몇 시간 더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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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산 정암(正岩)의 유향간(流香澗)은 온갖 향이 흘러와 머무는 곳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