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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멜버른, 세계 최고의 물가
호주의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 식품, 의약품 등의 기본 생필품목을 비롯해 대중교통비 및 주류, 화장품 등 일반 소비 품목에 이르기까지 호주의 물가는 미국 등 여타 서방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노동집약산업 관련 품목의 가격은 각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도이취 은행이 발표한 각국 물가 대비표에서 드러났다.
세계 각국 주요 도시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와 멜버른의 영화관 입장료는 미국 맨하탄이나 파리에 비해 40% 가량 비싼 것으로 비교됐다.
또한 시드니와 멜버른 수퍼마켓에서 2리터들이 콜라 값은 베를린이나 오클랜드에서 판매되는 카페인 함유 음료비보다 50%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의 날에 판매되는 장미 값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된 16개 도시 가운데 시드니와 멜버른이 가장 비쌌다.
이번 조사는 뉴욕 시를 기준으로 상대 평가됐으며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연례 세계 생활비 조사 보고서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보였다.
문제는 단 10년 전만해도 시드니와 멜버른은 위의 보고서에서 최고 물가 도시 순위에서 10위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이런 점에서 지난 8년전 시작된 호주의 광산붐이 결국 호주의 물가 폭등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탄력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년 전 호주 달러화의 미화 대비 패리티를 이루면서 시드니와 멜버른은 세계 최고의 물가 비싼 도시로 등극했던 것.
국내의 대표적 소비자 보호단체 ‘초이스’(Choice)의 알란 커클랜드 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참으로 의미가 있다. 호주국민들이 모든 면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있음이 조명되는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호주인들은 어떤 면에서 과도한 지출을 강요받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대답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품목이냐에 따라 그 답변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담배다. 필리핀에서 미화로 1달러 10센트, 미국에서 17달러 22센트인 말보로 담배가 호주에서는 미화 20달러 안팎에 판매되는 등 세계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맥주값도 이번 조사 대상 국가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호주호텝협회에 따르면 펍에서 판매되는 맥주 값의 20%가 주세이며, 담배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이폰 가격은 미국에 비해 호주에서 26%, 애플 맥북은 13% 비싸게 거래되는 등 전반적인 IT 제품 가격도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부 국내 경제학자들은 “수입품목에 대해 적용되는 호주의 관세율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입품의 국내 판매액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설명하기 힘든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분명 호주의 지나치게 높은 운송료와 물류 처리 비용 때문임이 분명하다.
소비자 단체들은 국내 기업체들이 가격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수입품 의류, 신발, 자동차 가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분야의 품목들의 호주 내 판매가격은 이번 조사에 포함된 17개국 가운데 3번째로 낮았다.
이들 품목의 가격대가 낮아진 것은 호주 달러화의 강세에 따른 수입의 다변화와 해외 온라인 쇼핑 시장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편 최근 발표된 호주의 소비자가격지수(CPI, 인플레이션 지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의약품, 채소, 담배 가격은 1.2%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레스토랑 음식값, 신발 수리, 교육비 등은 1.3% 포인트 인상됐다.
이번 도이취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타국에 비해 호주에서 각별히 비싼 품목은 호텔 투숙료, 꽃 배달 등 인권비가 많이 들어가는 분야로 드러나, 호주의 높은 인권비가 거듭 확인됐다.
실제로 국내 기업체 관계자들도 호주의 물가가 비싼 이유는 높은 인권비와 시간외 수당과 주말특근수당 등 때문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 집약적인 호주의 대표적 수출산업 ‘관광업계’와 ‘요식업계’의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경제계에서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호주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3.5% 상승해 미국과 뉴질랜드보다 50%나 높은 상황이며, 10년 이상 인플레이션율을 앞질렀다.
메릴 린치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석 경제관 사울 에슬레이크 박사는 “현재 상황의 해법이 임금 삭감이 될 수는 없고, 현재처럼 고용율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구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