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엄마야, 들키뿠다. 우짜~꼬? -
권다품(영철)
세상 모든 생명들은 세월이 가면 늙고, 병도 오고, 당연히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겠다.
그런데, 그 자연의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 하나가 운동일 것 같다.
사람들은 운동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질 못하고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내일부터, 다음 달부터, 이번 더위만 좀 가고나면, 추위만 좀 가고 나면, 이번 바쁜 일만 해결되고 나면, 우리 막내 결혼만 시키고 나면, 우리 손자 손녀만 좀 크고 나면....
이렇게 미루는 사이에 우리 몸속에서는 병들이 자라는 경우가 많단다.
어떤 책을 보고, 의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 몸속에는 여러 병인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몸이 건강하면, 그 건강한 세포들이 병인들을 눌러서 힘을 못쓰게 하지만, 몸이 약해져서 건강 세포들이 기력을 잃으면, 이제 눌려살던 병인들이 제 세상이라며 날뛰기 시작하고, 마침내 병으로 나타난단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을 읽고, 건강을 잃으면 병이 온다는 말이겠다.
늙음을 늦추는데는 운동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여러 운동중에 산행을 하고, 곁들여서 헬스를 하기도 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따뜻한 물을 먼저 받고 찬물로 온도 조절을 한 '음양수' 한 병 담고, 블랙 커피 몇 잔 타서, 혼자라도 우리 동네 뒷산 편백나무 숲으로 사부작 사부작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숨을 크게 스무남 번 들이쉬고 내쉬고 하면서, 폐속 찌꺼기들을 싸~악 청소해내고, 폐속 바닥까지 맑은 산소로 채운다.
땀을 흘리며 올라가서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서, 마시는 커피 맛은 더 좋다.
혹시 곁에 사람이 있으면 "혹시 블랙커피 마십니까? 블랙커피밖에 없어서...." 하고 물으며 나눠 마시기도 하고, 또,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배낭에 넣어온 책도 읽기도 하고, 졸리면 책으로 얼굴을 덮고 한숨 자기도 하고....
그러면, 옆에 아주머니들의 "저 사람 신선이다." 라는 말이 들릴 때도 있다.
하루 이틀 자꾸 미루다가, 어느날 정신차려보면 팔에 링거 꼽고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건강은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입원했던 환자들이, 병원에서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을 했는데도,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고 한다.
아픈 부위도 그렇겠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온갖 긴장을 다 했을 것이고, 또, 운동을 못하고 누워 있다보니, 모든 근육들도 그만큼 풀렸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근육은 한 번 풀리면 다시 회복하기가 그렇게 어렵단다.
병은 생기기 전에 건강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병이 생긴 이후에야 병원에 가서 건강을 챙기려면, 의술이 아무리 뛰어난 21세기라도 이미 늦지 않을까 싶다.
혹시 병은 나을지 몰라도 병 때문에 쇠해진 기력을 되찾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몸에 병이 생기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게 정답일 것 같다.
어이, 우리 산에 사부작 사부작 올라가 보자꼬.
누가 돈달라 카나 어데.
물만 담아가도 되고, 커피 타가마 더 좋고.
또, 친구들캉 갈 때는 족발에다가 막걸리를 담아가마 직이고.
그렇다꼬 많이 마시마 안 되고.
산에 가서 술 취해서 비틀거리며 어~ 캐샀는 사람들 보이끼네 추줍더라 아이가 와?
그라고, 산에 오는 아지매들이 건강해서 그런지, 성격도 좋고 예쁘기도 예쁘더라꼬.
또, 용기있는 아지매들도 더러 있고.
"아저씨, 족발 진짜 맛있어 보이네예! 8술도 착착 달라붙는가배예? 우리는 김밥하고 과일빼끼 안 가지고 왔는데, 이기라도 좀 드실랍니꺼?"
"족발이나 술보다 잘생긴 남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지예?"
"엄마야, 들키뿠다, 우짜~꼬?"
"이리 오이소."
2023년 10월 23일 오후 1시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