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이니까 春川
(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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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건)
우리나라 지명 중에서 봄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곳이 춘천 외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춘천은 봄에는 꼭 가봐야 할 의무감 같은 게 생긴다.
무작정 경춘선에 몸을 실어 남춘천역에 내려 국립춘천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 관장이 학교 동문으로 연락 없이 무작정 찾아갔더니 외부 행사로 만나질 못하고 박물관만 둘러봤다.
여러 지방 박물관을 다녀봤지만 이런 예쁜 건물은 처음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눈앞에 펼쳐진 카페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지붕에 창을 내어 자연광을 내부에 스며들게 했다.
내부지만 외부 같은 온화한 느낌이다. 박물관 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김유정역’으로 향했다. 이곳 출신 문학인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역 이름으로 정했다. 김유정역 역사(驛舍)는 아담한 한옥 모양으로 정겹다.
「김유정문학촌」은 그가 이곳 실레(증리)에서 태어난 생가를 중심으로 형성 한 곳이다. ‘실레’는 금병산(651.6m)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움푹한 떡시루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김유정 작품의 무대이다.
김유정(金裕貞: 1908~ 1937)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는 스물아홉 짧은 생애 동안 소설 30편, 수필 12편, 편지.일기 6편, 번역 소설 2편을 남겼다.
1996년까지 나온 김유정 문학에 대한 연구 성과가 무려 360편에 달한다고 하니 이것으로 그의 문학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김유정은 춘천시 신동면 증리에서 부친 김춘식 모친 청송 심씨의 2남 6녀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
그의 가계(家系)는 10대조가 대동법(大同法)으로 알려진 김육(金堉)이고 9대조 김우명(金佑明)은 현종(顯宗)의 국구(國舅:임금의 장인) 였고 숙종(肅宗)의 외할아버지였으니 문벌이 찬란하다.
김유정 하면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 ‘봄봄’ 이다. 1935년 『朝光』(12월)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1930년대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이 배경이다. 점순이와 결혼하고 싶은 주인공은 주인(장인)에게 딸을 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장인은 이런저런 핑계로 일만 시킨다.
그런 장인에게 반발하면서도 끝내 이용당하는 순박하고 어리숙한 머슴인 주인공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문학촌에 들어서니 ‘거장들의 귀환’ 이름으로 박민일 교수가 기증한 김유정문학촌 소장 희귀자료 특별전이 반갑게 맞는다.
그중에서 서정주 시인의 육필원고가 눈길을 끈다. 선생의 필체에 문기(文氣) 가 서려있다. 이런 손글씨를 접하는 것이 반갑다. 행간에서 그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김유정과 동시대 활동했던 작가들도 정리해 놓았고 1933년에 결성한 ‘九人會’도 처음 알게 됐다.
그가 사망 11일전에 필승(‘필승 前’)이란 친구에게 보내 편지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병마(病魔)와 싸우면서 허약해진 몸을 보충하고자 돈을 꿔달라는 내용으로 당시 절박했던 심정이 애처롭다.
전시장 중앙에는 그의 대표작 ‘봄봄’이 책으로 펼쳐져 있다. 김유정은 두 여인을 짝사랑했다. 한명은 명창 박녹주 (1906~79)로 그녀는 자신보다 연하의 김유정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다. 박녹주의 수양아들이 조상현 (1939~) 명창이란 사실도 흥미롭다.
또 한명은 박봉자 (1909~88)로 김유정은 30통의 연서(戀書)를 보냈지만 그녀는 아예 뜯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박봉자는 김유정이 알고 지내던 평론가 김환태와 결혼했다하니 당시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싶다.
이 30통의 편지를 분석하면 연애의 달인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성에 대한 김유정의 이런 집착은 일곱 살에 어머니를 여읜 모성애 결핍 탓이 크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그의 환경은 문학세계를 배태한 소재였으리라. 마당에는 책을 펼친 김유정 상(像) 을 세웠고 나름대로 운치를 살린 정자(亭子)와 다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당시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조각상에서 춘천시의 노고가 엿보인다.
「김유정이야기집」은 ‘김유정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행사 위주로 꾸몄다. 입구에는 책을 아치형으로 쌓았다. ‘뽀뽀’라는 단어는 그의 작품 ‘애기(1939년)’에 처음 등장한다고 돼 있어 자세히 들여다 본다. 문학촌을 나와 주위를 빙 둘러본다.
춘천이 자랑하는 ‘닭갈비.막국수’ 고장답게 식당이 도처에 눈에 띈다. 다시 김유정역에서 문학촌을 바라보니 야트막한 금병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금병산 등산로’도 개설돼 있다하니 다음에는 이 등산로를 걸어봐야겠다.
당시 김유정이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인 ‘금병의숙’도 둘러보고 근처「책과인쇄박물관」도 가봐야겠다. 출출해진 배를 막국수 한 그릇으로 채운다면 춘천에 대해 좀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카페 게시글
이경국 프리랜서
봄春이니까 春川이다/김동건
류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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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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