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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문화재자료 제190호로 지정된 악양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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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 거기 까마득하게 잃어버린 그리움이 촐싹이고 있었네 거기 오랜 기다림이 모래톱으로 쌓이고 있었네
오른쪽으로 달려가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너 왼쪽으로 달려가면 오른쪽으로 굽이치는 너
거기 어쩌지 못하는 사랑이 봄햇살로 튕기고 있었네 거기 너와 내가 은빛 신기루로 흔들리고 있었네
너는 늘 강물 위 나룻배로 떠돌고 나는 늘 바람 찬 나룻터에 떠도네
-이소리, '남강, 그 나루터에 서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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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양루로 가는 길은 아스라한 절벽 옆으로 난 비좁은 오솔길을 타고 기기묘묘한 바윗틈을 다람쥐처럼 빠져나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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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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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좁은 오솔길 아래는 기암절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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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 그 강가에 서면 애타는 사랑이 보인다
눈부신 윤슬 알알이 터지는 그 빛나는 남강 나루터. 아, 꿈에도 잊지 못하는 그 고운 님의 그림자가 자꾸만 어른거리는 그리움의 누각 악양루.
그 강가에 서면 애타는 사랑이 보인다, 연초록빛 봄이 실루엣으로 어른거린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 아무리 까불어도 저만치 얕은 강자락에 발목 빠뜨린 버들강아지따라 포근하게 밀물지는 봄빛을 어쩌랴. 저만치 뽀오얀 봄안개 피워올리며 오랜 기다림처럼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따라 자꾸만 썰물지는 옛 사랑을 어찌하랴.
까마득한 거기, 나룻배를 타고 떠나는 님이 못내 아쉬워 기암절벽 위에 올라 애타게 바라보다가 그대로 돌하르방이 된다 한들 어쩌랴. 그대로 누각이 되어 행여 오늘은 그리운 님 오시려나 천 년 만 년 기다린다 한들 또 어찌하랴.
그 나루터에 서면 까마득하게 젊은 때부터 지천명의 나이가 되도록 지우지 못한 그림자가 우루루 몰려든다. 강물 촐싹이는 까마득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그 악양루에 서면 오랜 가슴앓이 끝에도 끝내 잊지 못하는 까아만 눈빛이 텅 빈 나룻배로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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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천과 남강이 몸을 하나로 섞는 바로 그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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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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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남강과 드없이 넓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기암절벽과 몇 번 숨박꼭질을 하다보면 거기 악양루가 오래 기다려온 님처럼 우뚝 서서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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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 경남 함안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정자 '악양루'
겨울 속의 봄을 맞아 눈부신 햇살을 촐싹이는 강물에 톡톡 튕겨내고 있는 남강. 남강은 진주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서부 경남사람들의 젖줄이다. 덕유산에서 샘솟는 남강은 서부 경남 곳곳에 기름진 들녘을 펼치며 무려 186.3km를 달려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 함안천과 합쳐져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바로 그곳에 1992년 10월 21일 경남문화재자료 제190호로 지정된 악양루(경상남도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1156)가 있다. 사실, 경남 함안은 그 속내를 제대로 훑어보면 우리나라 정자의 고향이라는 경남 함양 못지 않게 아름다운 정자가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남강의 악양루를 비롯한 무진정, 이수정, 와룡정, 채미정, 합강정, 광심정 등이 그것이다.
그중 이 지역 사람들이 가장 손꼽는 정자가 바로 악양루다. 단층 팔작지붕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악양루는 조선 철종 8년, 서기 1857년에 함안 사람 안효순이 처음 세웠다. 하지만 악양루도 한국전쟁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서 있는 악양루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63년에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란 그 얘기다.
함안천과 남강이 몸을 하나로 섞는 바로 그 자리, 기암절벽에 위태로이 우뚝 서 있는 악양루는 누각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들녘과 그 들녘을 배암처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너무나 아름답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곧 한 폭의 살아 꿈틀거리는 풍경화다. 이 누각의 이름을 중국의 명승지인 웨양(岳陽)을 그대로 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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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태로운 기암절벽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악양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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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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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이 서서 은빛 강물과 연초록빛 들녘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시가 절로 읊어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악양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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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 거기, 겨울 속의 봄이 성큼 와 있었네
지난 1월 30일(화) 오후 3시. 여행작가 김정수(35)와 함께 찾아나선 악양루. 그날 악양루를 찾아 나서는 경남 함안 들녘 곳곳에는 매화와 목련, 개나리가 동그란 꽃망울을 돌돌 말아올리고 있었다. 겨울 속의 봄. 애타게 기다리던 2007년의 봄은 악양루로 가는 함안 들녘 그곳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군에 간 오빠를 애타게 기다리며 대나무 장대로 노를 젓는 처녀 뱃사공의 가없는 그리움이 절벽 위 아름다운 누각과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고운 풍경화를 빚어놓고 있는 악양루. 악양루는 처녀뱃사공 노래비를 지나 '악양루가든'이라는 음식점 아래 있는 나루터 오른 편 위태로운 기암절벽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아찔하다. 악양루로 가는 길은 아스라한 절벽 옆으로 난 비좁은 오솔길을 타고 기기묘묘한 바위틈을 다람쥐처럼 빠져나가야 한다. 그렇게 눈부신 남강과 드없이 넓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기암절벽과 몇 번 숨바꼭질을 하다보면 거기 악양루가 오래 기다려온 님처럼 우뚝 서서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다.
가만이 서서 은빛 강물과 연초록빛 들녘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시가 절로 읊어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악양루. 안내자료에 따르면 한때 이 누각에는 지금의 '악양루'란 이름이 아니라 '기두헌'(倚斗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뒤 이 누각을 새로 지으면서 청남(菁南) 오재봉(吳齋峯) 선생이 '악양루'란 글씨를 써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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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양루 작은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강변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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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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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남(菁南) 오재봉(吳齋峯) 선생이 '악양루'란 글씨를 써서 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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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 악양루에 서서 아름다운 남강 바라보며 희망의 봄노래를...
악양루 작은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강변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지는 햇살에 눈부신 윤슬을 톡톡 터트리며 끝없이 흐르고 있는 물빛 맑은 남강…. S자로 굽이쳐 흐르는 남강변 곳곳에 곱게 펼쳐진 금모래밭…. 처녀 뱃사공의 오랜 기다림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긴 강둑…. 연초록빛 봄빛을 보리밭에 풀어내고 있는 함안과 의령의 드넓은 들녘….
잠시 한눈을 팔아도 금세 또 보고 싶은 님의 동그란 눈빛처럼 아무리 오래 바라보아도 끝없이 바라보고 싶은 그 눈부신 강. 그대로 나룻배가 되어 모래톱을 지나 저만치 빛나는 봄햇살 속 끝없이 먼 그곳으로 하염없이 달려가고 싶은 나루터. 너가 내가 되고 내가 너가 되고 싶은, 눈에 넣어버리고 싶은 그 살가운 실루엣 악양루.
그래. 이번 주말에는 연초록 봄빛이 물씬 묻어나는 경남 함안으로 가자. 가서 저녁햇살에 은빛 윤슬 톡톡 굴리고 있는 아름다운 남강의 풍경에 포옥 빠져보자. 그리하여 처녀 뱃사공의 긴 기다림도 헤아려보고, 은빛 강물 위를 한가롭게 헤엄치며 봄을 쪼고 있는 철새떼들의 고운 봄노래도 들으며 새로운 봄을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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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햇살에 눈부신 윤슬을 톡톡 터트리며 끝없이 흐르고 있는 물빛 맑은 남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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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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