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동안 (2.4-2.6) 울릉도를 다녀왔다.
모 안내산악회와 울릉산악회가 공동 주최하는 "산악스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안내등반에 참가한 것이다.
안내산악회는 영리가 목적이겠고, 그 지역의 울릉산악회는 관광지로서 울릉도의 홍보가 목적인 듯하였다.
2.4(목) 설날 오후 11.30분 교대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새벽 4.30분 어둠속에 포항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바로 옆에 유명한 죽도시장이 있어 과메기 한두름(2만4천원) 사고도 이른 시간이라 예약된
식당에서 한숨 눈붙일 시간이 있다. 아침식사후 울릉행 썬플라워호의 출발 시간은 9.40분이다.
오후 1시 도동에 도착하여 점심먹고 kbs중계소앞 등산로 입구에서 오후 2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저녁은 성인봉에서 북동쪽으로 1km 떨어진 말잔등(967m.레이더기지가 있다 )에서 야영할 예정이다.
무거운 야영배낭은 차로 이동하여 나리분지에서 군부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말잔등까지 배달해 준다며
다들 소형트럭에 실었지만 나는 배낭을 지고 오르기로 하였다.빈몸으로 올라서야 무슨 심설산행의 맛이
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서울출발인원 25명,부산에서 출발하여 포항에서 합류한 3명해서 28명중에서 야영팀은 10명이다.
나머지 인원은 내일 아침 별도로 성인봉 등반을 한단다.
몇사람은 발 뒷꿈치에서 자유롭게 탈착하는 노르딕스키를 신고 올라 간다. 성인봉까지 줄곳 가파른
오르막이고 등로는 러셀이 잘되어 있어 스키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불편해 보이고 속도도 느리다.
오후 5시 성인봉에 야영팀 7명은 모였으나 부산팀 3인(49년생 2명 및 55년생)은 올라 오는 기미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성인봉부터는 말잔등까지 선답자가 전혀없는 코스라 우리가 길을 내며 걷는다.
적설량은 약2m에 달하지만 오래된 눈이라 다져저서 다행히 무릅정도만 빠진다.힘들여 군시설이 있는
말잔등에 선두로 도착하니 오후 6시다.마침 구름때문에 흐릿하지만 일몰이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말잔등에서 바라본 일몰광경 (왼편의 봉우리가 성인봉987m이다)
우리일행이 맡겨둔 배낭과 장비와 함께 케이블카로 올라온 울릉산악회의 2사람이 말잔등 정상능선
3m높이의 눈처마(커니스)아래에 한창 설동을 파고있다.
설동에서 과메기 먹고있다
완성된 설동의 내부
힘을 합쳐 설동을 완성하고 옆에 텐트 2동도 설치하니 작업 완료다.이제는 모두 설동에 모여
즐거운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가질 일만 남았다.그러고도 한참후인 10시가 되어서야
대학산악부 시절부터 오지산행을 하며 산악스키도 탔다는 부산팀이 도착한다.
왕년에는 한가닥씩하던 분들로 보이는데 자존심이 약간 상했던가 보다. 오늘 낙오의 만망함을
만회하려는 듯 6,70년대 오지산행을 찾아 다닌 모험담을 늘어 놓는다.그 시절에야 팔팔하던 청년이었지만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일.아무쪼록 제 아무리 빛나던 추억담도 짧게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산악회장 유병열씨
다음날(토) 아침 흐린 날씨때문에 일출은 구경도 못하겠다.설동에 다시 모여 아침식사를 마치고
하산준비를 한다.지고 가지않을 짐은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갖다 놓고 주변정돈을 끝내고 10시에
야영지를 출발한다.
성인봉 가면서 뒤돌아 본 야영지 말잔등(967m)
말잔등에서 성인봉 가는길 스키는 잘 넘어진다
성인봉에 다시 들러 기념사진 찍고 울릉산악인들로 부터 주위에 조망되는 지형지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혼자서 지도와 대조해 가며 그냥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많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성인봉에서 부산팀 3인
성인봉에서 하산은 정규등로를 버리고 나리분지 방향의 계곡을 향하여 심설을 그냥 헤치고
내려 가잔다.내려다 보니 경사가 매우 급하다. 당초의 계획인 스키활강은 저런 경사에서는 힘들겠다.
하지만 엉덩이 스키 타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일부는 고도감으로 인하여 엉덩이스키도 마다하고 걸어 내려간다.
급경사지만 일단 허벅지까지 차는 눈이 제동을 해주니 걷든 엉덩이든 추락할 염려는 별로 없을 것이다.
엉덩이스키
이번 산행의 주제인 "산악스키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정작 스키는 오를때도
내릴때도 별로 큰도움이 되지 못한다.현지 산악인의 말로는 국가대표급 스키선수들도 울릉도의
자연설 앞에서는 현지 산악인들의 스키실력을 따르지 못한단다.
인공설과 자연설이라는 차이도 있겠지만 현지의 지형지물에 익숙치 못하니 그렇기도 하겠다.
눈에 파묻힌 나리분지
성인봉에서 신령수 샘터(나리분지에서 성인봉 오름길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엉덩이스키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물론 일부 인원은 엉금엉금 걸어서 내려오기도 하였지만.나로서는 이번 산행에서
가장 좋았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였다는 의미도 있는 그런 하산이었다.
고로쇠액 채취하는 아주머니
성인봉 정상 부근 심설에 설동을 파고, 수백미터의 고도차이를 엉덩이스키로 하산하는 짜릿한 스릴은
울릉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희귀한 경험일 것이다.
하산지점에 있는 추산리 송곳봉(430m)
첫댓글 음 형님 야하십니다 ㅎㅎ 배꼽만 보입니다 저만 보이나요...ㅎㅎ 울릉도 가기가 쉽지않은곳인데...
울릉도에서 심설산행 즐기셨네요. 엉덩이스키가 짜릿했겠습니다. 울릉도를 아직 못가봤으니...^^
정말 부러워요.. 햐~ 눈동굴을 만들어 1박하신거지요?
울릉도에 눈이 많나봅니다. 멋진 풍경, 글 잘 읽고 갑니다.^*^
우와~ 올겨울 울릉도에 눈이 많이 왔다하던데.. 북극사람들 같아요~~ ^^
사진 보니 정말 설국이네요. 설동도 멋집니다. 한번 자보고 싶네요. 조만간 가봐야겠습니다.
사진이 이제 보이네요..........엉덩이 스키 저거 엄청 재밌는것인데요...........정말 설국이 따로없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을릉도도 울퉁불퉁 산세가 제법 있군요.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