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역사 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는 듯 하다.
여성복 ‘앗슘’의 부도 이후 ‘유팜므’가 무너졌고 ‘지센’, ‘리씨’, ‘디아’, ‘쿠기’ 등 줄지어 브랜드 종료를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한섬과 오브제를 빼고는 모두 위태위태하다는 얘기들이 떠돈다.
가장 심각한 시장이 바로 여성캐릭터캐주얼 시장이다.
여성캐릭터시장의 절반이 무너지고 백화점 조닝 자체의 존립이 위협당하고 있다.
당황한 바이어들도 빈 매장 채우기에 분주하며 ‘다음은 누가?’라며 숨 좀 돌리자고 한다.
이러다가 영캐주얼과 명품 시장만 남게되겠다.
돈 있는 사람도, 7년 넘게 이래저래 노력해봤던 사람도 모두 두 손 들고 물러났다.
심지어 감각 패션의 대표주자들도 패션비즈니스의 허구성을 논한다.
“수수료 26% 시절에는 좋았지. 만들기만 하면 팔렸거든. 그러나 요즘은 수수료 엄청나지, 인건비에 인테리어 비용에, 홍보비에 도대체 수익개념이 잡히지 않으니 브랜드를 왜 하겠어?”라고 A 씨는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디자이너들이 힘이 난다는 그녀, 그녀조차도 브랜드는 답이 안 나온다는 말이다.
▨ 감성 비판론 대두
부도에, 정리에, 불안한 미래에, 백화점 유통은 분명 여성캐릭터조닝을 확 축소할 것이다.
패션의 명분으로서 조닝을 육성 유지하기에는 이제 브랜드사들도 뒷받침이 돼줄 여력이 없다.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도 나가떨어지고 유통도 돈 안된다는 이유로 이 조닝을 축소한다면 결국 우리의 패션시장은 중저가 아니면 명품으로 양분화될 수 밖에 없다.
해외직수입 브랜드들과 맞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다.
패션의 고부가가치와 대중화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려고 허덕였던 여성 캐릭터의 붕괴는 감성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대두시켰다.
패션의 부가가치는 독창성, 너와 내가 다른 점, 스타일에서의 차별성 등으로 나타낼 수 있고 감각은 가치 창출의 가장 기본이다.
소비자의 개성화, 다양화 등의 변화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캐릭터업계가 그간 안일하게 카피로 서로 나눠먹고 살았던 것도 오늘의 이 상황에 일조했다.
라벨만 떼어내면 누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캐릭터시장에서?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러나 독창적인 감각을 창출한다고 멋 부리던 브랜드도 결국 생명을 다했다.
감각과 이성의 절묘한 조화,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여성캐릭터는 내셔널 패션시장의 꽃이다.
▨ 좋은 시절은 가도
어찌보면 감각이라는 탈을 쓰고 가장 거품이 많은 시장이기도 하다.
다수 브랜드들이 무너진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캐릭터조닝이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라.
한국 백화점은 영캐주얼과 해외명품만이 존재하게 된다.
남의 불행을 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단계도 넘어섰다.
다수 브랜드가 문을 닫으며 쏟아내는 물량에 살아있는 브랜드들도 나죽겠다고 호소한다.
조닝축소도 자명하니 남아있는 브랜드들도 조마조마하다.
백화점들은 50% 고별전 매장서 올리는 매출이 마음에 들겠지만 겨우 연명해나가는 브랜드들의 생존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여성캐릭터의 붕괴는 패션의 좋은 시절이 다 갔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이쯤해서 우리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보자.
변화의 거센 물결에 거스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