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구역에 몇달 전에 이사오신 마리아 할머니가 계십니다.
연세가 90 이신데, 걷는것만 조금 불편할 뿐
주름살도 없이 피부도 곱고, 신기한건 아픈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연세가 90 이니, 1918년 출생 하셔서 일제치하 와 6.25를 겪으시고
고생도 많이 하셨습니다.
자제분 셋이 모두 미국 이민을 가셔서 가까이 에는 둘째 아들만 계신답니다.
마리아 할머니는, 이제 나이가 이렇게 많이 들었으니 언제 주님 곁으로 떠날지 모른다며 항상 떠날
채비를 하고 계시지요.
할머니의 일과는 이렇습니다.
저녁 여덟시면 취침을 하시고 새벽 3시에 깨어 한시간 동안 세수 하시고 정신을 가다듬어
4시부터~7시 까지 기도를 하십니다.
기도하시는 책을 보여 주시는데,
9일기도 책과 성체조배 책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누렇고, 너덜너덜, 투명테이프로 장 마다 도배를
하셨더군요.
할머니의 오랜 신앙생활 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 세번 평화방송의 똑같은 미사를 세번이나 봉헌 하시고, 신부님이 강복을 주실때면
할머니를 도와 주시는 아네스 자매님을 부르십니다. 빨리 와 강복 받으라고. ^^
삼종기도 세번, 빼놓지 않고 하시고
오후 세시면 자비의 기도와 묵주기도, 성경읽기~
낮잠도 안주무시고, 하루종일 하시는 일이 식사시간을 빼놓고는 모두 기도 시간 입니다.
물론 가사 일을 안하시기 때문에 남는게 시간이라 그럴 수 도 있겠으나, 영세 받으신지 66년 되셨는데
젊으셔서 부터 지금껏 신앙이 몸에 베인것 같습니다.
6.25때 지은 죄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시며, 천국에 들어가는데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을 하시는
마리아 할머니! 아마도 자비로운 아버지께서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요?
할머니의 소원은 " 나 죽으면 많은 사람이 와서 연도를 해줬으면 좋겠어"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걱정이야!
마리아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열심히 연도해 드릴께요~
편안히 이세상 사시다가, 주님께서 부르시면 고통없이 편안하게 가시길 기도 드릴께요.
외롭지 않고 행복하셔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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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제가 몇 년전에 쓴 글입니다.
환자봉성체 갈 때마다 늘 노란 바나나우유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시던 마리아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열흘전 찾아뵜을 때, 거동을 못하시고 침대에 누워 계셨는데 의식은 아주 맑고 또렷하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손도 잡으시고...
성모어머님이 나를 사랑하시나봐 앞에 의자에 한복을 입으시고 늘 앉아계셔~
늘 그리던 성모님께서 할머니의 옆을 지키고 계시네요.
할머니 마음 편안하게 지니시고, 기도 열심히 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고 왔는데...
다행인것은 선종하시던 날 어제 오전에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눈을 감으시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셔서 곧 돌아가실것 같은 생각이 ..
마지막 인사를 하고왔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할머니가 영세 받으신지 70년이 되시고, 장위동성당 계실때 레지오를 80세까지 하셨고
성당활동을 활발히 하셨기 때문에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시리라 생각됩니다.
94세의 연세로 수를 다하시고 날씨좋은날, 소풍가듯이 주님 품안으로 돌아가셨으니
마리아할머니! 하늘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빕니다.
안녕히...
이제 마리아할머니의 전화를 받을 수 없네요.ㅠㅠ
하느님 아버지! 마리아할머니가 생전에 지은 죄가 있다면 용서해 주시고
빨리 주님을 뵈올수있는 은총을 주소서~
평생 주님을 믿고 사랑한 보람을 주소서. 아멘
** 아쉬운것이 있다면 새성전 구경과, 미사를 못 드리고 떠나셔서 ...- -;;
첫댓글 신아녜스 자매님과 절친이셨죠? 이제 한동안 적적하시겠어요! "세상을 떠난 마리아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방금 연도드리고 왔습니다.마리아 할머니 가시는 길에 심심하지 말라고 옆에 길동무도 함께 계시더군요.
두분 연령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왔지요.함께 사시던 자매님이 식사까지 주시는 바람에...
마리아 할머니께서 평소 덕을 많이 쌓아놓으셔서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주님께서 두팔벌려서 반갑게 맞아 주시리라 믿으며
마리아 할머니 영혼이 천국 낙원으로 드시길 기도드립니다..
마리아할머니는 정말 복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프신곳 없이 주님이 허락하신 생을 마치셨으니 말이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으실꺼예요. 천국에서 평화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