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때 사고(?)쳤던 막내가 또 사고를 쳤다.
물론 추석때 모여서 얘기가 있긴 있었지만,
지 누나와 작은 형은 '한번 추진해봐라'하는 식이었고 우리 집은 일주일전쯤
막내에게서 메일이 올때까지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1.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알아서..)
2.소생갈비 10kg. 돈 삼겹살 10kg.통키타.
3.쌀. 김치. 야채. 과일. 고구마. 밤. 감자. 쐐주&맥주
4.팬션대여. 차량제공...
위 1.2.3.4.는 형제순 넘버이다.
'야! 이눔아. 요즘 전어가 키로에 얼마 하는줄 알기나허냐?
몇년 전 하고는 비교도 말어라'
'아따, 큰형이 돼 갔구 한방 쏘시요. 고까있거'
막내 넉살에 대꾸도 못하고 이게 주최측의 농간이 아니기를 바라며
횟집하는 처남에게 전화를 했다.
'어른 열명에 아이들이 여섯일쎄. 2일 아침 9시에 가지러 갈테니
전어 좀 회떠서 준비해주게'
'어디 가시는데요?'
'충주 월악산'
세상 참 좋아졌다.
메일에 우리가 묵을 펜션의 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어 들어가 보니
자세히 소개해 놓아 초행길인데도 누구에게 길 물어보지 않고
단번에 농원까지 찾아 갈 수 있었다.
학교 가까운데 사는 눔이 늘 지각 한다더니 우리 가족이 제일 일착이다.
농원 관리인에게 물어 1호실에 여장을 풀어 놓고 넓은 농원을 둘러 보는데
얕으막한 산 자락을 따라 계곡을 끼고 지어진 농원은 가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서구식 시옷자 지붕 보다 초가집 황토방이었으면.. 하는
아쉬운 바램이 들었지만..
잠시 후 부모님 모시고 동생들이 도착 했다.
'형, 전어'
'오빠, 전어 먹을려구 점심도 굶었단 말야'
섬 처녀이신 울 엄마도 '예전에는 가시 많다고 그렇게 맛나게
먹은 기억이 안나는데 전어가 참 맛있구나'
온 가족이 짐은 푸는둥 마는둥 소나무 숲속 평상에 둘러 앉아
전어파티가 벌어졌다.
'매형, 서울 가믄 아마 한 이십만원어치는 넘을겝니더'
가게에서 직접 만든 초장과 막장(쌈장), 겨자까지 챙겨준 처남이 고맙기
그지 없다.
전어파티가 끝나고 막내는 또 서두른다.
'자 일정대로 합니다. 10분 뒤에 출발예정이니 빨리 빨리 챙기셔요.'
송계계곡 따라 난 길을 내려가 어느 이쁜 다리(월악나루?) 난간에 서서
물 맑은 호수를 내려다 보니 우람한 산 봉우리가 물속에 있다.
청풍명월이 따로 있나.
이 곳에 달 뜨면 여기가 청풍명월이지.
돌아오는 길가 사과 과수원을 보고 이 촌놈 깜짝 놀랐다.
분명 사과 과수원이 맞는데 열린 사과는 플라스틱 조화인 것이다.
도심 어느 빌딩 로비에나 있을법한 조화였다.
주변에 살아있는 자연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조화라고 끝까지
우겼을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빨갛다고...
다시 농원으로 돌아와 숯불피고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는데
(유교무류 눈물 엄청흘렸슴당) 어둑한 숲속에서 키타 소리와
아이들 노랫소리가 카랑 카랑 들린다.
분명 학창시절 캠퍼스를 휩쓸던 둘째눔의 키타소리일꺼구
거기에 조카들 합창 소리임이 틀림없다.
군에 간 아들놈. 유학간 누이 딸. 기숙사 들어간 누이 아들.
굵직한 놈들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사고 잘 치는 막내 덕분에 남도 촌놈 월악산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행복에 겨우신 님 저도 이렇게 사고치는 아들이 있었음 좋겠네요
형제간의 우애가 아주 돈독하네요,형제들이 함께 모여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갖는걸보니 부럽기만합니다.막내 동생이있어 더욱 행복한 집안으로 어어가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두러는 사람이 없으면 이런모임은 쉽게 이뤄지질 않죠 . 이런사고는 가끔씩 칠만 하네요 ^^
오늘은 님덕분에 잔잔한 행복에 젖어보네요,~~ 도란도란 행복한 모습~가득한 웃음이 묻어나는 좋은 여행이셨네요. 늘 그리 행복하소서~~~~~~~~~~
ㅎㅎㅎ 그런데 우리님~~윗옷은 가을인데 ~ 멋진가을옷 장만하셔야 겠네요 , 추워보여요, 그러니이가을이 썰렁하니 쓸쓸하죠. 바지를 하나 사드리고싶은 리스마음 ~주책인강???ㅎㅎㅎ
어유 부럽습니다. 다정한 가족들 우애와 청풍 명월에 들리는 노래 소리도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