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의 바틋한 앞의 며칠을 본가에서 비교적 가까운 월악산에서 보내고 명절을 맞으러 내려가는 중이다.
오토캠핑장에서의 캠핑보다는 좀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온전한 며칠을 보내고 싶어 요즘은 국립야영장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보니, 다행히도 월악산 한 자락이 며칠동안은 내 차지가 된 것이지...
태풍소식 때문인지 연휴를 앞두고 있는 고속도로는 터무니없이 한가롭다.
충주, 제천을 거치며 이윽고 충주호가 보이자 산모퉁이를 돌때마다 보이는 풍광에 차는 저절로 속도가 늦추어 졌다.
몇해전 여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왔었던 충주호와는 또 다른 가을빛이 완연하다.
그 전에는 산이었으되, 이제는 섬이 되어버린 건너편 호수위의 섬들이 물안개 사이로 아련하다.
작은 동산보다도 작은 섬을 보며, 저 곳에 한달쯤은 고립되어도 좋겠다 하자, 활동성이라면 남부러울 것이 없는 그는 고개를 이내 절래절래 흔들어 댄다.
그는 아마 저 곳에 배를 대고 하루만 놓아 두면, 밤새 도망칠 것이 뻔하다. ㅎㅎㅎㅎ
예약을 해 두었던 월악산 오토캠핑장에 도착하자 마자... 절대로 이곳에서는 이틀의 밤을 보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편리함을 위해, 바로 차를 곁에 두고, 자로 잰듯이 사이트가 구획되어진 곳에 텐트를 쳐야 하는 것이 영 마뜩치가 않아졌다.
태풍소식으로 한가로운 월악산이니 덕주야영장이나 더 위로 닷돈재 야영장으로 올라가면 불편은 하겠지만, 숲속에서 보낼 이틀의 잠자리쯤이야 우리를 위해 남겨져 있지 않겠는가?
캠핑 횟차가 늘어나면서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월악산 닷돈재에서 야영을 하면서 떠올려졌다.
등산을 수년간 하면서 아쉬웠던 자연속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단 마음이 캠핑으로 이끌었던 그 시절을 말이다.
어느새 캠핑장비들이 하나씩 늘어 가면서 장비를 싣고 내리는 일들이 수월치 않다보니, 점점 편안한 장소로 캠핑지가 변해가고 있었다.
집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야영을 나서려던 첫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빠른시간 안에 장비는 더 간소하고, 먹거리는 단촐하게 꾸며서 차가 닿지 않지만 두 다리만 튼튼하면 얼마든 깊은 자연속에서 함께 하는 며칠을 위해 길을 나서려 손가락을 꼭 걸었다.
추석을 앞둔 닷돈재에는 우리말고는 딱 1팀의 텐트만 있을 뿐 더할 수 없이 고적하다.
전국 안 가본 캠핑장이 없다는 이웃 캠퍼 부부는 일년에 두달을 오로지 이 월악산 닷돈재에서만 보내신단다.
이곳만큼 편안하고, 숲이 좋고, 온천하기도 좋은 캠핑장은 아무리 둘러봐도 없단다. ㅎㅎㅎ
닷돈재 야영장은 화로대가 갖추어졌다면 다른 국립자연휴양림과는 달리 불질을 막지 않았다.
벌써부터 간간히 퍼붓는 비때문에 쌀쌀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이내 화로대에 잘 마른 참나무 장작을 올리고, 불가의 따스함에 안도하며 집에서 만들어 온 건강한 반찬에 곁들여 늦은 점심을 다정히 나눈다.
아무래도 캠핑장이나 야영장에 많은 식재료를 싸가지고 와서 조리를 하다보면 불요불급하게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남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등산할 때 버릇처럼 반찬을 도시락처럼 싸가지고 오거나, 조리할 때 필요한 모든 식재료는 집에서 씻고 다듬고, 나머지 양념은 양념장을 모두 따로 만들어 오는 방식으로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그럼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거니와 조리에 필요한 도구조차도 아예 필요없어지니 캠핑의 짐이 한결 수월해지니 말이다.
요모조모 도시락처럼 싸오는 방식은 아주 좋은듯...ㅎㅎㅎ
아...다만, 캠핑장에서 먹는 고기굽는 즐거움만 포기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음식이 단촐해질텐데...미트러버인 그는 고기먹는 즐거움만은 포기할 수가 없다니... 그것은 내가 양보하기로 한다. ㅋㅋㅋ
태풍 꿀랍의 영향으로 밤새는 몹시도 비가 내렸다.
계곡가이긴 하지만, 계곡이 넓고 제방이 비교적 안전하니 그는 쿨쿨 잘도 자더만 잠자리가 예민한 나는 밤새 혼곤한 밤을 뒤척였느니...
비가 와서 다소 번거로워지긴 했지만, 비가 간간히 내리다 멎곤 하는 월악산은 아름다웠다.
차를 몰고 충주호를 따라 정처없는 드라이브를 나서본다.
몇해전 유람선을 타고 보았던 옥순봉에서 바라보는 옥순대교는 아름다웠다.
월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충주/제천은 마치 호수속의 섬같이 고요하지만 풍요로운 가을답게 들녁 곳곳은 어느새 황금색을 띠고 있다.
한가로운 날이라면 저 유람선을 다시 타고, 충주호 끝에서 끝까지 유람을 다녀도 좋았으리라...
충주 산자락 곳곳에는 빠알갛게 고운 사과들이 볼을 붉히고 익어가고 있었다.
가장 좋은 캠핑장의 첫번째 조건을 꼽을라면 나는 두말않고 근처에 온천이 있을것!! 헤헤헤
온천이 주변에 있는 캠핑장은 따끈한 온천한번으로 피로를 싸악 풀어주고 온천장 주변에는 맛집이 쏠쏠하니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ㅎㅎㅎ
월악산에서 충주 수안보는 겨우 15분거리!!
이틀째날 오늘은 비가 펑펑오니 산행이나 트레킹은 틀렸고, 따끈한 온천과 맛난거 먹으러 나들이가세~~
수안보 맛집을 검색하니 충주/제천은 꿩요리와 버섯요리가 유명하단다.
다녀오신 블로거의 리뷰를 보니 일단 어마어마한 산나물반찬 가짓수에 홀딱 반해서 찾아간 해성정(043-846-0495).
와우~ 끝내준다.
여행다니면서 제법 맛난 것들을 많이 먹어 보았지만, 관광지에서 이렇게 착한 가격에 손수 채취하거나 농사지은 먹거리들로만 이렇게 정성껏 음식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
가뜩이나 배가고파 허덕이던 우리들은 3명이 먹어도 넉넉한 능이버섯전골을 시켜서 정말 게눈감추듯 맛나게 먹는다.
주인장의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보기귀한 고들빼기 장아찌며 부추콩가루무침, 어린 두릅나물 등등의 귀하고 신선한 나물반찬들로 가득차린 한상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떡~
밑반찬 먹으며 집에 어른들이 생각나 아무리 반찬 좀 파시라해도 따악 그날 손님들 드실 분량만 만드셔서 도저히 팔 수가 없다며 손사레를 치신다.
다음날 아침도 이집 음식맛에 반해서 다시 찾는다. 올갱이 해장국도 슴슴하고 시원하니 정말 맛나네.
다시 월악산을 찾을 때도 무조건 해성정이닷!!
밤사이 태풍 꿀랍은 대단히 심술을 부렸다.
어마어마한 폭우에 국립공원은 밤새 사이렌을 울리며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쏟아 내었다.
어두워 한치앞도 못보며, 덜덜 떨었고 꽤나 침착한 그가 함께 있는 덕분에 날이 밝아 올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날이 밝자 마자, 조금은 서둘러 사이트를 철수한다.
오늘은 부모님이 계신 청주로 명절을 보내러 가야 하고 그는 나를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리라...
폭우덕분에 정신없는 철수였지만, 이 또한 추억이리라.
다 젖어버린 장비를 며칠후 명절이 끝나고 말리고 정리할 생각이 아득하기는 하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펼쳐놓고 말리면 또 어찌 되겠지^^
올라가는 길에 수옥폭포를 찾는다.
밤사이 폭우로 폭포는 우렁차게 떨어져 내린다.
물보라가 백여미터 앞까지 날라오는 수옥폭포는 꽤나 장관이네.
그 옆의 수옥정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시한수 읊었던 선비님네들은 이런날 이곳에서라면 꽤나 근사한 시한수를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태풍덕분에 꽤나 버라이어티하게 보낸 2박3일!!
맑은날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또한 크게 바람을 동반하지 않은 우중에서 며칠은 행복하였다.
수안보파크호텔 노천온천에서 비를 맞으며, 산안개 피어오르던 월악산을 바라보던 몇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몸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또한 걸치지 않고 온천에 앉아 산과 마주하던 시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때가 그리워지리라.
첫댓글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잘 읽고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오늘은 축구감독님도 캠핑을 아니가시고, 휴식중이시가보네요^^
오토캠핑장을 바라보다...홍천 화로구이촌을 떠올린 기억이 납니다.고기굽는 연기..산만함..^^
여유롭고..한가한 캠핑...글 읽으면서 참 편한 느낌 입니다.^^
저도요. 가끔~ 캠핑장에 고기굽는 연기가 자욱할 때 고깃집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죠.ㅎㅎㅎ
ㅎㅎ 이거 부러우면서도 시셈까지 나는걸요 ..... 후기를 읽으면서 항시 느끼는 점이 ... 마치 정갈한 상차림 같습니다^^
이렇게 폭풍칭찬해 주시면, 꼬옥~ 함께 캠핑하고 싶어지지 말입니다.^^
역시.. 글 정말 잘쓰는것 같아요... 오랬만에 물고기자리님 후기.. 즐감했습니다
게으름에 미루다가 후기대방출이예요. ㅎㅎㅎ 해찬이네님도 법수치이후로는 뵌지가 한참이라 보고싶사와요.
누구세요?
아잉~ 아시면서...ㅎㅎㅎ 이러시면 데이트신청할 겁니다.^^
지송. 주글죄를....
월악산.. 닷돈재...수안보.... 익숙한 단어에 끌려 재밌게 읽었어요...
저두 닷돈재야영장은 집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한답니다.
이번 주말에도 갈 예정이예욤!
한적한 야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후기 잘 보았어요...
정말 닷돈재는 요모조모 트레킹코스도 좋고, 드라이브코스로도 좋고 인프라가 최고인거 같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벌써.. 가을이 깊어가네요. 서운하게..
먹거리가 푸짐합니다. 먹고시퍼라 ㅋㅋㅋ
저도 캠핑한번 갔다오믄 근로자취처녀의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며칠은 허덕입니다.ㅎㅎㅎㅎ
여름철 식구들과 닷돈재 갔다가 숯탄에 질식하는줄 알았슴다.. 지금은 딱 좋을것 같네요~~
지난번 다녀왔던 옥순대교도 보이고 가을 단풍이 좋을때 가은산 다시한번 가볼까 합니다;;;
아이고 한여름에는 그렇다는 말씀입니가^^ 저도 닷돈재 가면서 CS님한테 여기서 무릉도원님 여름휴가를 가족분들과 보내셨데, 하면서 말해주었죠. 저도 가은산 콜입니다.
월악산,수안보는 어릴적에 추억이 많은곳인데...
요즘은 휴양림으로 쭈욱 달리시나보네여...^^
후기보는내내 맛있는 음식으로 눈이 휘둥그래지네여...꼭 맛여행 떠나신거 같아여... ㅎㅎㅎㅎ
멋지신 두분 담에 캠때 꼭뵙고 수다좀 떨자구여...ㅎㅎㅎㅎㅎ
아 맞다. oo아가씨 출신이셨죵..ㅎㅎㅎㅎ 그동네가 친근하시겠어요. 글게요. 언제 좀 저희들도 좀 만나주세여.
아.. 이거 반칙이예요.
닷돈재 야영장, 월악산 등정, 수안보 온천 이거 벙개올려서 함께해야 할 코스인데..떱
두분이 오붓하니 좋아나 봐요.ㅋ
추석전이라 벙개를 올릴수가 있어야지요. 저희 10월 1~3일 연휴에 다시 닷돈재 아니면 치악산 대곡야영장 들어갈려고 하는데, 전기님은 어떠실라나요?
가을이 고스란히 내려 앉았네요^^ 솔솔 바람도 부는 듯 합니다~
이렇게 도시에서 노을을 보는 날이면,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