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8일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의 한 도시를 향해 미사일을 공격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반도 행정책임자(크림 주지사)는 흑해 연안의 페오도시아를 향해 날아온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장에서는 두 차례 큰 폭발음이 들렸고, 연기 구름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미사일 잔해는 페오도시야 시내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반도 남동쪽 흑해 연안 도시 페오도시야 위치. 크림반도와 연결된 가운데 가장 왼쪽 도시가 헤르손, 맨 위가 자포로제다. 헤르손과 자포로제는 우크라이나 통제하에 있다/얀덱스 지도 캡처
악쇼노프 크림 주지사, 페오도시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미사일 요격했다고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이 사건이 주목을 끄는 것은 공격 대상이 된 페오도시야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페오도시야는 크림반도의 남동쪽 흑해 연안에 접해 있는 도시다.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헤르손 지역에서 직선거리로 250㎞나 떨어져 있다. 미국 등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다연장로켓시스템(GLRS)인 '하이마스'(HINARS) 등 포병 시스템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측에 줄기차게 요구하는 장거리 미사일으로만 공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를 미사일로 공격했을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종군 블로거들은 페오도시야가 '그롬(Grom)-2' 미사일(러시아어로는 Гром-2, 번개라는 뜻)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롬-2'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전술로켓시스템(우리 식으로는 탄도 미사일, Оперативно-тактический ракетный комплекс, 사정거리 500킬로 이하)에 속한다. 그러나 키예프(키이우) 측은 '그롬-2' 미사일 공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그롬-2/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롬-2'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쁘산'(Сапсан, 송골매라는 뜻)으로도 통한다. 우크라이나군이 기존의 구소련제 '토치카-U'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정거리는 480㎞. 2010년대 하반기부터 무기 전시회에 등장한 이 미사일은 지난 2021년 4월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그롬-2' 미사일의 테스트(시험 발사)가 끝나 실전배치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방부는 이미 두차례나 우크라이나군의 '그롬-2' 미사일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드네프로에 있는 탄도미사일(그롬-2 미사일) 공장에 대한 폭격와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영토로 날아온 '그롬-2' 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지난 3월 30일의 발표다.
'그롬-2' 미사일의 개량및 테스트가 끝나고, 실전배치됐다면 크림반도 전체가 우크라이나군의 폭격 사정거리안에 들어있다는 뜻이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발표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와 함께 '그롬-2' 미사일의 개량및 생산 작업이 급격히 가속화되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이 '그롬-2'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군 철수?
함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고통스런 방어작전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바흐무트 현지 데몬 TV는 7일 "바흐무트에 매우 중요한 밤"이라며 "내일 아침이면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튿날(8일) 현지 자원 봉사자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남서쪽 입구에 있는 '비행기'구역에 들었다고 말했고, 러시아군 일부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기차역에서 출발(철수)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독일 도이체벨레 TV)과 인터뷰에서 눈물을 닦는 바흐무트 주둔 우크라이나군 병사/영상 캡처
영국의 정보당국은 보고서를 통해 "공수부대를 포함한 러시아 정규군이 이 지역 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여전히 "상황이 어렵고 적(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장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심각한 손실을 입고 전략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기가 떨어진 우크라이나군 내부의 동요 조짐도 불거졌다. 하르코프(하르키우) 지역의 127여단 228대대 소속 장병들의 친인척들은 7일 "속임수를 써 228 대대원들을 바흐무트로 데려갔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며 "그들에게는 탱크에 대항할 변변한 무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한 병사의 여동생은 "그들은 당초 이동하기로 한 곳이 아니라, 바흐무트로 끌려갔다"며 "장교들은 지휘소에 앉아서 명령만 내리고, 전투 명령을 듣지 않으면 감옥으로 보낼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대 소속 병사들이 지휘관들의 명령을 불신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영상은 "적절한 훈련을 받지도, 정보도 무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바흐무트에 '고기'처럼 던져졌다"며 "방어진진에 100명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20~30명에 불과하다. 훈련도 받지 않고 바흐무트로 보내진 이유가 군내의 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휘관들은 '죽은 혼'(농노제 시절의 부패 실상을 고발한 고골의 소설)에서 보듯, 자신의 이해를 위해 병력 손실을 숨기고 싶어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 오늘(7, 8일)의 주요 뉴스 요약
모스크바에서 열린 종군블로거 타타르스키의 영결식에 몰린 인파/타스 통신 영상 캡처
- 팬 미팅 과정에서 폭사한 러시아 유명 종군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본명 막심 포민)의 영걸식이 8일 모스크바의 트로예쿠로프스키 묘원에서 열렸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결식에는 민간용병 업체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러시아 극우성향의 정치인,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고위 인사 등 1천여명이 찾아와 고인과 작별했다. 타타르스키에게 폭발물이 담긴 흉상(조각상)을 전달한 혐의(테러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다리아 트레포바는 보안당국의 배후 세력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최근 간첩 혐의로 체포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게르시코비치(31) 기자를 7일 기소했다. FSB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으며 이날 정식 재판에 넘겼다. FSB는 "게르시코비치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중형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