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살아있을 때, 매일 아침 동문산에 운동을 다녔다.
올라가는 길에는 운동기구가 있었고, 가파른 정상을 올라가면 묵호항이 그대로 보였다.
내려오는 중간에 또 운동기구가 있다.
가을에는 내려오면서, 야생밤을 줏어 왔다.
봄이면, 고사리를 꺽어오고, 여름이 막 지나면 밤 버섯이었다.
여름 밤이면 동문산은 반딧불이 천국이다.
마치 은하수처럼 밤 하늘을 수 놓으며 돌아다녔다.
여름 밤에 술이 취하면 반딧불이 보러 가곤 했다.
봄이면, 햇볕이 잘드는 무덤가에는 할미꽃이 지천이었다.
할미꽃 뿌리는 과거 구더기를 죽이는 살충제였다.
정선군에서는 반딧불이와 할미꽃이 환경 1등급 동식물이라고 보호를 하는데, 동문산에는 도심에 있으면서도 정선군 보다 훨씬 더 그것들이 많았다.
묵호 사람들은 반딧불이와 할미꽃이 환경 보호종인 것에 관심도 없다.
가끔 둥굴레를 파오기도 하고, 산초 나무 열매를 따오기도 했다.
맹감 나무는 잎은 과거 맹감떡을 싸면 쉬지 않았고, 열매는 어릴 때 산에 가면 군것질로 먹었다.
맹감나무 뿌리는 말려서 삶아 먹으면 신장에 좋다.
유기견 출신 데니와 같이 다녔다.
데니가 죽고 동문산 기슭에 돌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동문산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 있었다.
도토리를 주어와서, 베란다에 말려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아린 맛을 우려내고, 다시 말려서 방앗깐에 가서 가루를 만들어 보관 했다가, 도토리묵이 먹고 싶을 때는 조금씩 풀을 쑤어 탱그탱글한 묵을 만들었다.
2년 전 동문산이 불타 버렸다.
옥계면 남양리의 미친놈이 어머니와 싸우다가 불을 질러, 그 불이 묵호 동문산까지 덥친 것이다.
혼자가 되고, 매일 원룸 베란다에 앉아서 불타버린 동문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죽은 데니를 생각하고, 아내를 그리워한다.
동문산을 보고 있으면 아내 보고 싶은 생각이 줄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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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