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마린
통나무배의 바닥에서 미끼를 찾느라 구부정한 도치씨의 등을 바라보던 어부가 말했다.
“이걸 찾는가?”
깔고 앉은 나무통 속에서 미끼를 꺼내들고 어부가 웃고 있었다.
처음 보는 미끼였다.
“그게 뭐죠? 이상야릇하군요.”
어부는 통나무상자에서 꺼낸 미끼를 바닷물에 적신 후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 폈다. 쪼글쪼글하던 물체가 천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사람이 신선한 음식을 보면 식욕이 일어나듯, 물고기도 신선한 미끼를 좋아하지.”
“허지만 이 미끼는 신선해 보이지 않는데요?”
“냄새를 한번 맡아 보겠나?”
어부가 건네는 미끼를 코에 댔다. 아무런 향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미끼에서 표현하기 힘든 신선한 단백질 냄새가 났다. 캐러멜 같은 단내가 은은하게 풍겼다.
“생각보다 좋은데요? 도대체 이게 뭐죠?”
어부가 말했다.
“자네가 블랙마린을 잡은 후부터 계류장에 발을 디딜 때까지의 사이에 알려주겠네. 그동안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헤픈 사람인지 시험해본단 말일세. 하하하하.”
도치씨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지난 날 비슷한 행동을 한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들이 버린 자리에서 옥수수미끼로 월척을 하룻밤 새 5수나 뽑았을 때 옆 낚시꾼이 은근히 다가와 물었다.
“혹시 무슨 미끼에 나옵니까?”
도치씨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깐 대추에 나오네요.”
“네에? 붕어가 깐 대추를 먹습니까?”
옆 낚시꾼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차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돌아왔다.
깐 대추구하느라 온 읍내를 뒤지고 다닌 낚시꾼이 깐 대추를 구해왔지만 밤새 피라미 한 마리 못 잡은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세상의 어떤 낚시꾼도 자신의 비법을 말하는 사람은 없고, 그 비법을 알려달라고 묻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낚시의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부가 채비를 끝내고 말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도치씨도 어부로부터 받은 미끼를 바늘에 끼웠다.
캐스팅을 하기 위해 통나무배에서 일어섰다.
먼 수평선에서 검은 먹구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었다.
“아시발님, 저기 보십시오. 수평선이 까맣습니다.”
어부가 이마에 손을 가리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서둘러야겠네. 블랙마린이 몰려오는 중일세.”
“네에? 저 구름은 해일의 징조가 아닐까요? 아니면 태풍이거나?”
어부가 빙그레 웃었다.
“왜? 두려운가?”
“태풍이라면, 우리가 태풍의 눈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사로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어부가 고개를 꺼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허나, 블랙마린을 잡기엔 아주 좋은 기회야.”
도치씨는 태평한 어부가 못마땅했다. 피신할 곳이라곤 없는 망망대해에서 태풍의 눈에 들어 있거나 해일과 맞닥뜨리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캐스팅을 해야 하나? 한시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피신해야 하나? 갈등이 시작되는 찰나였다.
“펑!”
엄청난 대포소리가 작은 통나무배에 터져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어부가 도치씨를 쳐다봤다.
“뭐하는 건가?”
머뭇거리며 도치씨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실수로 가스를 발포했습니다.”
“어허! 낚시는 정숙해야하는데 그런 소음을 내면 쓰나? 어휴! 냄새도 지독하군.”
두 손가락으로 코를 틀어막는 어부에게 도치씨가 염치불구하고 물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좀 급하게 됐는데, 어쩌면 좋죠?”
미간을 찡그린 채 어부가 물었다.
“급한가?”
“참기 힘듭니다. 이런 경우 아시발님은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혹시 비상용 오물통이나 비닐봉지가 있을까 해서 물었는데 어부는 엉뚱한 말로 도치씨를 당혹하게 했다.
“들어가!”
“네에? 바다로 직접 들어가란 말씀입니까?”
“다른 방법이 없잖나? 그리고 인간의 배설물은 좋은 밑밥일세.”
“그렇지만.”
“뭘 망설여? 들어가서 바지를 벗어. 모든 건 자동으로 처리될 테니까, 이만한 시설이 세상에 또 있을까?”
도치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통나무배를 붙들고 수면에 가슴까지 몸을 내렸다.
물속에서 바지를 벗어 무릎에 걸치고 두 발을 통나무배에 걸쳤다. 두 손은 통나무배를 꽉 움켜쥐었다.
마치 커다란 과일박쥐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형상이었다.
노란 물체가 도치씨의 사타구니에서 쏟아져 조류를 타고 흘러갔다.
그때였다.
도치씨의 옆으로 엄청난 검은 물체가 스쳐지나갔다. 하마터면 두 손을 놓을 뻔한 도치씨가 소리쳤다.
“아악! 아시발님! 상어가 저를 물어뜯습니다! 얼른 끌어 올려 주세요!”
도치씨의 다급한 소리에도 어부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건 상어가 아니고 돛새치일세! 자네가 밑밥은 확실히 준 셈이야! 하하하하.”
도치씨는 바지를 올릴 틈도 없이 통나무배로 기어 올라왔다.
방금 상어라고 알았던 검은 그림자들은 어부의 말처럼 돛새치의 행렬이었다. 무수한 물고기들이 통나무배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어부가 외쳤다.
“찬스를 놓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데 왜 그렇게 꾸물대?”
어부의 큰 소리에 도치씨는 정신없이 더 검어진 수평선을 향해 캐스팅했다.
70여m 전방으로 날아가는 훅이 햇빛에 반사되어 빤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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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치는 우환중에 까스까지배출하고
하마터면 고기밥 신새가 될번 했군요..~ㅎㅎ
그러게요. 멋진 금요일되십시오
아시발님은 어떻게 보면 신같은
존제같구료 뭔든지 잘알고
소니기성구름도 구르마린
때로 몰려들고 예언자 라고나
할까요 도치에게는 아무튼
신과 같은 존재 같이 보입니다
잘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내일이 주말입니다.
멋진 산행준비하시면서 주말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십시오
고맙습니다
낚시에 대한 소설 잘읽었슴니다
고운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편한 주말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