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다하다 한국 경제와 일본 대지진을 비교까지 하게 됩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와 일본의 대지진이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미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 됐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심각성이 어마어마한데도 정부가 속시원히 국민들에게 그 심각성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민들도 하도 들었던 경고음이기에 이제 무덤덤해졌다는 것도 닮은 꼴로 받아드려집니다.
먼저 일본 대지진을 들여다 봅니다. 지난 2024년 8월 8일 일본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던 일본 기상청이 갑자기 거대 지진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일본 기상청은 전문가 회의를 통해 난카이 대지진 주의보를 발표합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 주의보는 평상시와 비교해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지진 주의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일본 지진 전문가들은 난카이 해곡에서 거대지진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난카이 대지진이 후지산까지 자극할 경우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수습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사실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화산폭발로 일본 열도가 침몰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과 동요를 우려해 공식적으로 그런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지진과 화산폭발이 많은 일본이기에 국민들의 정서에 그에 대한 불안감이 깊게 스며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해외로 이민을 떠났거나 외국에 임시 거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럴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은 일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거나 지인들의 집으로 피신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는 어떤가요. 한국의 가계 부채 즉 개인 빚이 세계 1위인 것은 이미 너무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의 부채 즉 빚은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빌린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집을 담보로 맡기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다른 아파트 등에 투기하는 형태속에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온 것입니다. 일부 투기꾼들이 부추긴 부동산 투기가 이제 일상화됐습니다. 한때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돈 벌 시대는 지났다는 전문가들의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전국이 온통 부동산투기장이 됐습니다. 전 현재 정부도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잠재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형국입니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이미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지 오래 됐습니다. 벌써 오래전 부터 언제 터져도 하등에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습니다. 문제는 일부 극성 부동산 투기꾼들보다 어쩌다 그런 분위기에 끼이게 된 서민들이 폭탄이 터질 경우 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 지진과 마찬가지로 전문 투기꾼들은 이미 탈출 장소를 만들어 놓았고 폭탄이 터질 경우 더 큰 돈을 벌 계획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계부채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닙니다. 정부의 빚도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와 가계 부채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2분기 말 처음으로 합계 3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말 어마무시한 금액입니다. 경기 부진과 감세 기조로 이른바 세수 펑크가 이어지면서 국채 발생이 증가했습니다. 정부 빚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한 것은 최근 부동산 영끌족들과 빚투족들의 준동때문입니다. 정부와 가계 부채가 3천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국내총생산 즉 명목 GDP 2천4백조원의 127%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한해 온 국민이 일하고 벌어서 이룬 것보다 정부와 가계들이 진 빚이 더욱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안을 모두 팔고 털어도 빚을 못갚는다는 말이니 얼마나 살벌한 상황입니까.정말 개인집은 이럴 경우 파산해서 집안에 붉은 딱지로 도배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처럼 한국의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부와 가계 부채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거나 어떤 조치를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전 현 정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국민들에게 심한 우려를 심어줘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와 투자 그리고 수출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일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임기만 지나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채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이 좋지 않습니다. 아니 나쁩니다. 하지만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만 상승하는 그야말로 기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고 그 틈을 부동산 투기꾼들이 비집고 들어가 활개치는 바람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어떻게 나라 경제가 추락하고 시한폭탄은 터질 직전인데 서울 아파트값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정말 답답하고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대지진과 화산폭발이 발생할 경우 일본은 마비될 것이 확실시 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와 가계 부채 폭탄이 터질 경우 일부 부동산 투기꾼뿐만 아니라 국민전체가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7년 국가부도사태를 겪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때는 국민적 갈등이 심하지 않을 때여서 금반지 모으기 등으로 국난을 비교적 쉽게 이겨냈지만 다시 그와 비슷한 사태가 온다면 아마도 해결하는데 엄청난 시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상황을 잘못 판단한 정부관계자와 부동산 투기꾼들만 피해를 입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상황은 온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고등이 이미 켜진지 오래됐고 더욱 그 강도를 높여가는데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못하는 세력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은 것같습니다. 태풍 경보를 무시하고 태풍전야의 고요함을 희롱하며 요트를 타고 먼 바다로 향하는 무리들... 그들이 태풍에 살아남아 돌아온 기록은 아직 없습니다.
2024년 8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