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속도로
내가 1984년에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땄으니 어느새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운전을 한 셈이다. 그리고 40년 동안 운전하는 중에 한국에서 운전한 거리보다 유럽에서 운전한 거리가 두 세배는 더 된다. 그런데 유럽에서의 운전은 아주 편안한데 그에 반해 한국에서의 운전은 상당히 불편하고 때론 위험하기까지 하다.
오늘도 대구를 떠나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선을 바꿔, 그것도 우측에서 나를 추월하여 내 앞으로 끼어든 차량 때문에 추돌사고가 날 뻔했다(몇 년 전에도 같은 고속도로에서 추돌당하여 우리 가족 모두가 119구급차를 타고 양산의 부산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적이 있었다. 뒤에서 앞서가던 우리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것도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벨기에 같은 나라에선 다른 차량의 우측으로 추월한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못한다. 추월은 꼭 추월 차선으로만 한다는 약속을 꼭 지킨다. 그런데 한국에선 좌우 가릴 것 없이 마구 추월을 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찰관까지 음주운전을 너무나도 거리낌 없이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대구 우리 집을 떠나 신 대구 부산 간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 톨게이트까지 100km이다. 그런데 부산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만덕터널이나 백양터널을 지나 부산시청까지 10여 km를 달려오는(기어오는) 시간이 더 길다. 이곳은 주중에도 그렇고 주말은 더욱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자동차는 생활의 필수품이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주방기구처럼 우리의 삶에 대단히 필요한 물건이다.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그리고 품위 있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운전하는 모양이 무척이나 비신사적이고 난폭하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운전 중인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예의가 대단히 부족하다. 자기만 편하면 되는 양 함부로, 이기적으로 운전한다. 도심지가 아닌 곳에서는, 단속카메라가 없다면 정지신호에 제대로 멈추는 운전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깊은 밤엔 신호등이 필요 없을 정도로 무법천지이다.
유럽에서 몇 달 지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오면 머리가 어질어질할 뿐이다. 입 밖으로 욕을 꺼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리고 다시 잠시 필리핀으로 가면 한국이 필리핀보다는 좀 낫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곤 한다. 그 어디나 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 같으나 얼마나 약속과 질서를 잘 지키는가에 따라 지내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한순간도 버티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필리핀의 도로보다는 한국의 도로가 괜찮고 그리고 독일의 도로나 스위스의 도로가 다니기가 편하다.
질서를 잘 지키느냐 그러하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로에서도,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그리고 교회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