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어느 유명한 사찰의 주지스님께서
법문을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니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어 급기야는 궁궐에 계시는 임금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임금님이 여러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법문을 잘하는
스님이 계시다고 하니 한 번 초청하여 법문을 들어
보기로 합시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어 주지스님을 초청하여 궁궐 내에서
법문을 듣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날짜가
잡히고 주지스님이 단상에 올라왔습니다.
주지스님이 단상에 올라와서 앞을 바라보니 세상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관복을 입고 관모를 쓴 관료들이 근엄하게
자리 잡고 단상을 주시하고 있었고 수많은 선비 등 궁인들까지
단상을 쳐다보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주지스님이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밤알이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처럼 도저히 말이 나오질 않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랜 세월 수행하느라 깊은
산속 생활만 하다 보니 오늘처럼 화려하고 근엄한
광경을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뭔가 말을 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팡이로
바닥을 세 번 치고
"세상이 참 오묘하구나"
그런데 그다음 말이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
것입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돼 버려서 식은땀만
얼굴에서 배어 나왔습니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주지스님이 몸을
획 돌려 단상을 그만 내려와 버렸습니다.
그 길로 두말없이 궁궐을 나와 사찰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다 헤어지고 궁궐을 떠난 뒤, 영의정이
왕의 처소에 와서 법문이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법문이 좋았습니까? 임금이 물으니
"네 전하, 딱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요 무슨 법문이었습니까?"
영의정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세상이 참 오묘하구나였습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임금이
"내 평생 이런 훌륭한 법문은 처음입니다."
이 말에 영의정이 뒤로 넘어질 뻔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런 후 사찰로 돌아온 주지스님이 하도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절문을 나서지 못하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을 무렵, 하루는 그 고을 수령이 사찰에 찾아와서는
"아이고 스님! 임금님께서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훌륭한 법문이라고 입안에 침이 마르도록 스님을
칭찬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지스님은 "세상이 참 오묘하구나"
싶어 수행을 더욱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임금이 "처음 들어보는 훌륭한 법문"이라는
소문이 발에는 엔진을 장착하고 몸통에는 날개를
달아서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니 절을 찾는 방문객이
넘쳐나 절 문턱이 닳아서 남아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세상 참 오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남 통영.
부산 여객선이 손님을 싣고 떠나는 부두에서 뛰놀던
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가 여객선에 호기심으로 올랐다가
배가 출항하는 바람에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부산 자갈치시장 앞 부두에 내려지게 됩니다.
어린 소녀는 엄마를 찾았지만 날은 저물었고 결국
경찰서에서 고아원으로 가게 됩니다.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는 나이가 들어
고아원에서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 남의 집 일도 하고
공장일을 하면서 무연고자로 고생하며 살다가
배필을 만나 결혼하여 경남 밀양에 안착하여
살게 됩니다.
소녀는 언제나 마음 한켠에는 자기 가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어 어릴 적 기억 속에 있는
바닷가를 시간만 나면 수소문하며 다니게 됩니다.
그러다가 유전자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관계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 신청하게 됩니다.
역시 딸을 잃은 엄마도 그 당시 나이가 삽십대였습니다.
오십 년이 지나는 모진 세월 속에서
바람 소리만 들어도, 파도 소리만 들어도,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딸이 엄마를 찾는 목소리 같아
밤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했습니다.
급기야 보다 못한 가족들이 권유하여 유전자를
관계기관에 등록하게 됩니다.
얼마 후 경찰서에서 딸을 찾았다는 연락이
날아왔습니다.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던 딸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짜에 먼저 간 어머니가 잠시 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딸을 보고 "민경아!" 하고 딸을
부르는데, 딸은 어떻게 어머니가 자기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불렀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딸이 고아원에 있을 때는 이름이 "민정"이었습니다.
고아원에서 나와 무연고자로 지낼 때도 "민정'이로
살았습니다.
무연고자를 구제한다는 소문을 듣고 관공서에 가서
이름을 적는데 "민정"이라는 이름이 너무 싫어서
"민경"으로 고쳐서 등록하고 그때부터 "민경"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바로 실종되기 전에 어머니가
불렀고, 오십여 년 동안 애타게 불렀던
그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오십여 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딸, 오십여 년 전에
불렀던 그 이름 "민경".
딸이 쓰던 이름을 버리고 되찾은 본래의 이름.
세상 참 오묘하지 않나요?
친구들,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안녕~~
첫댓글 지금 우리는 오묘한 세상에 살고 있는것
같아요.도대체...
친구, 오랜만이군.
무주구천동에도 안 오고 섭섭하이 ㅎ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고성 오면 전화하세요.
식사라도 같이 한 번 하게^^
고뇌에 차서 나온 말이 훌륭한 법문이 되었으니 나랏님의 말씀이 곧 법이로소이다.
모녀상봉...아직도 못다 찾은 이산가족...오묘한 법력이 발원되여 만남이 이뤄지시길 기원하나이다.
길게 맣했으면 졸작이 될 뻔 했었으니.
말은 짧아야해,요즘 틱톡 처럼.
요즘은 오묘한 세상을 넘어 '적반하장(賊反荷杖)' 세상입니다.
도둑놈이 큰소리 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