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부자인 모양이다.
오늘 나를 찾아온 아이가...
아침 등교 때 교복 대신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와서는 조회때 앞에 나가서 생일 축하 노래로 축하도 받았는데 수업 시작하자마자 나를 찾아왔다.
반 친구 하나와 같이, 선물을 들고서, 예쁜 차림으로, 또 미소를 머금고.....
문을 여니 역시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고는 사탕을 내민다.
모르는 척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 한다, 자기 생일이라고...
3학년이라고 하기에 축하 인사를 하며 연필 두 자루를 선물로 주니 사탕 네 개를 쥔 손을 펴며 내게 손을 내민다.
하얀 비닐 포장인데 껍질에 Coconut bite 라고 써있다.
꼭 예전 어릴 적에 먹었던 ’누가‘ 사탕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먹어보니 예전에 밀크 사탕이라고 불리던 그 누가 사탕과 똑같은데 겉 포장 안에 또 은박지로 감싸있어 고급스런 느낌이고 코코넛 오일 냄새가 난다.)
나는 혼자니까 하나면 된다며 그중에 하나를 집었더니 다 가져가라고 한다.
그래서 두 개를 집었더니 “please, sir” 하며 다 집으라고 한다.
결국 아이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네 개를 다 집었다.
사탕을 많이 가져왔는지... 원래 인심이 후한 아이인지... 부모의 특명으로 나한테만 그런 선심을 쓰는 건지... 아니면 부자인지...
결국 네 개를 다 집고 나서 ’오늘 예쁜 옷을 입었는데 사진 하나 찍을까?‘ 했더니 좋아한다.
자기 생일을 공개하고 축하의 말을 듣는 재미, 작은 것이지만 주변에 선물 돌리는 재미, 수업 시간에 다른 모든 교실을 침입할 수 있는 특권, 거기에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기 사람들인데 오늘은 이 세 박자, 네 박자가 골고루 맞아떨어진다.
그 후?
’Thank you, sir’ 하며 방금 찍은 사진을 보자고 하지도 않고 다른 교실을 향해 간다.
찍은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예쁜 옷을 입고, 포즈 취하고, 사진 찍히는 그 순간이 좋은 모양이다.
사진을 받을 방법이 없어서 그럴까?
돌아서는 애한테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또 고맙다고 한다.
위에 계신 분은 이렇게 착하고 예쁜 천사들만 여기 실로암에만 보내신 것 같다.
3학년 Niveditha S.